『쌀』 시작의 입자

작은 알이 모여 오늘의 밥과 마음이 된다

by 오석표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밥솥을 본다.
아내가 출근길에 가져갈 도시락을 챙겨야 하니까.


밥이 없으면 1.5컵을 볼에 담아 씻기 시작한다.
쌀 사이로 콩을 조금, 조도 한 줌 넣는다.
건강을 조금씩 나눠 담는 마음으로 물을 갈아준다.
탁하던 물이 맑아질 때까지 조용히 손을 움직인다.


쌀을 넣고 버튼을 누른다.
29분 뒤 “맛있는 밥이 완성되었습니다”라는 안내가 들리면
뚜껑을 여는 순간 김이 모락모락 오른다.
그 향기가 어린 시절 엄마의 부엌을 불러낸다.


쌀은 시작의 입자다.
작은 알들이 모여 오늘의 힘이 되고
한 그릇이 하루의 속도를 정돈한다.


숟가락으로 밥을 헤치며 김을 조금 날린다.
한 칸은 도시락 통으로, 한 칸은 우리의 아침으로.
반듯하게 눌러 담는 그 순간
바쁨과 정성의 균형이 맞춰진다.


밥은 사소하지 않다.
허기를 채우는 일이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오늘로 보내는 의식이다.


콩 몇 알, 조 한 줌의 씹힘이 남긴 여유처럼
내 말과 걸음도 조금 더 느긋해진다.
한 그릇의 온도가 집 안의 온도를 바꿔 놓는다.


김이 사그라들면 뚜껑을 닫는다.
부엌에 남은 은은한 향을 마지막으로 들이마시며 생각한다.
먹는 법은 사는 법을 닮는다.
작은 알 하나의 정성이 오늘 하루의 마음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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