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한 끼에 숨어 있는 시간과 손길
아침 골목 빵집 앞, 문을 열자마자 퍼지는 굽는 냄새가 하루의 첫 인사를 건넨다.
유리 진열장에 줄지어 선 식빵과 바게트. 반짝이는 유리보다 더 투명한 건 새벽부터 반죽을 치대던 손길의 리듬이다.
식탁 위에 접시를 놓고, 가장자리에 남은 부스러기를 털어내며 생각한다.
빵의 부스러기는 수고의 흔적이다.
보이는 건 고소함과 편리함이지만, 보이지 않는 건 기다림의 시간—발효가 천천히 일을 끝낼 때까지 손을 거두는 인내.
칼을 세워 한 조각을 자를 때, 나는 나의 아침을 고른다.
버터를 너무 급히 바르면 모서리가 찢어진다.
서두름은 맛을 망치고, 여유는 맛을 완성한다.
먹는 법이 사는 법을 드러낸다는 걸, 바른 칼끝이 가르쳐 준다.
아내에게 한 조각을 덜어 건넨다.
“따끈할 때 드세요.”
말 한마디보다 먼저 도착하는 건 온도다.
따뜻함은 설명보다 빠르다.
식빵의 속을 들여다보면 작은 구멍들이 고르게 나 있다.
밤새 부풀며 숨을 쉰 자리들.
어제 쌓인 생각도 저렇게 공기가 드나들 자리를 내어 주면 좋겠다.
여백이 있어야 부드럽게 씹힌다.
바쁘다고 아침을 대충 넘기려다, 오늘은 폰을 식탁 끝에 내려놓는다.
10번만 더 오래 씹어 본다.
겹겹의 결이 입안에서 풀릴 때 마음의 결도 조금 풀린다.
남은 부스러기는 모아 휴지에 포근히 싸서 버린다.
작은 정돈이 하루의 질서를 지켜 준다.
문밖으로 나가기 전, 빵집에서 산 작은 바게트를 도시락 가방에 하나 더 넣는다.
오후의 나에게 남겨 둔 여유 같은 것.
오늘도 누군가의 새벽이 우리의 하루를 지탱했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쉽게 먹는 것일수록 쉽게 여기지 말자.
보이지 않는 시간을 기억하는 마음이 식탁의 품격을 만든다.
빵 한 조각을 나누고, 부스러기를 모으고, 기다림을 맛본 아침.
이 작은 의식을 계속할 수 있다면,
우리는 조금 더 천천히, 조금 더 다정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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