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퇴근길 위로

하루 끝, 삼각김밥으로 붙이는 마음

by 오석표

아침부터 팀 채팅이 분주했다.
제안서 마지막 슬라이드가 바뀌고
리허설이 두 번 더 붙었다.


회의실 공기가 점점 얇아질 즈음
발표실 문이 열리고, 조명이 켜졌다.
질문 몇 번, 대답 몇 줄,
박수가 멈추자 온몸의 힘이 빠졌다.


복도로 나오니 손에 남은 건 진동 꺼 둔 휴대폰과
아침도 점심도 건너뛴 공복의 울림.


편의점 문이 열리며 따뜻한 공기가 스쳤다.
냉장 진열대 앞에서 삼각김밥을 하나 집는다.
튜나마요, 오늘은 이게 맞겠다 싶었다.


포장을 1—2—3 순서대로 벗긴다.
얇은 김이 사각 하고 울리고
바다 냄새가 코끝에 닿는다.
첫입을 크게 베어 무는 순간,
머릿속이 먼저 조용해진다.


단순할수록 든든하다.
국물도 젓가락도 없어도
김 한 장이 흩어진 밥알을 붙잡듯,
방금 전까지 흩어지던 생각을 붙잡아 준다.


자동문이 열릴 때마다
차량 불빛이 쇼윈도에 부서지고
영수증이 손바닥에서 따뜻해졌다가 식는다.
못 했던 말과 안 했어도 됐던 말이
한입 한입 사이로 천천히 사라진다.


가벼워 보여도 가볍지 않은 것.
얇음으로 버티게 하는 힘이 있다.
검은 면이 하얀 면을 감싸듯
작은 의식 하나가 하루를 감싸 준다.


남은 한 귀퉁이를 아껴 두었다가
밖으로 나와 밤공기와 함께 삼킨다.
소금의 미세한 결이 혀끝에 남는다.
충분하진 않아도 괜찮아질 수 있다는 신호.


오늘은 여기까지.
그 말이 자연히 떠오른다.
내일도 필요하면, 이 간단한 의식으로
다시 하루를 붙여 보자.



#김 #삼각김밥 #제안발표 #작은의식 #일상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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