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의 소년은 아직도 마음속에서, 빗속에 누워 하늘을 보고 있다.
비는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마음에 스민다.
마치 그날의 기억처럼.
어릴 적, 동네 운동장에서 야구를 하다
비를 맞은 날이 있었다.
몸은 젖고, 땅은 미끄러웠지만
우리는 멈추지 않았다.
경기가 끝난 뒤,
젖은 옷 그대로 운동장에 누워
하늘을 봤다.
그 위로 한 줄기, 한 줄기
빗방울이 내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마치 땀처럼, 혹은 눈물처럼.
그 순간,
가슴 어딘가가 시원해졌다.
아무 말도 없었지만
세상과 통했단 기분.
그것이 '비'의 언어였다.
비는 인연의 시작이 되기도 한다.
황순원의 소나기처럼,
삶에서 잊지 못할 순간을 남긴다.
어른이 된 지금도
비가 내리면 문득 그 날이 떠오른다.
빗속에 누워있던 소년.
빗물과 함께 흘러가던 웃음과
소리 없이 젖어가던 마음.
비는 단지 하늘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아니라,
우리의 시간을 잇는 투명한 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