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올라가는 곳이 아니라, 나를 내려놓고 다시 나를 만나는 곳이다."

by 오석표

산은 늘 거기에 있었다.
조용히, 묵묵히, 한 자리에.


누구는 그것을 등반의 대상이라 부르고,
누구는 그것을 피안의 상징이라 부른다.
하지만 산은 그저
말없이 우리를 기다린다.


젊은 날엔
정상을 향해 숨을 몰아쉬며 올라갔다.
이겨내고 싶어서,
도달하고 싶어서,
증명하고 싶어서.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산은 더 이상 정복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저 천천히 걷고 싶은 길이 되었고,
쉬어가고 싶은 그늘이 되었고,
말없이 나를 안아주는 품이 되었다.


산은 가르치지 않는다.
대신 보여준다.
고요함 속에 움직이는 생명,
변화 없는 듯 매일 달라지는 풍경,
하산길에 마주치는 햇살 한 줌의 따뜻함까지.


그곳엔
성공도, 실패도, 비교도 없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내가 있다.


산은 말한다.
“도착이 중요한 게 아니라,
지금 이 걸음이 너를 만들고 있다고.”


고요한 풍경 속에서

가장 분명하게 들리는 건

내 마음의 숨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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