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이 담긴 관계는 ‘피를 나눈’ 것보다 더 깊을 수 있다

by 오석표

누구나 피를 안고 태어난다.
붉고 따뜻하며, 때로는 지독하게 아픈 그 물질은
우리를 살게도 하고, 쓰러뜨리기도 한다.


피는 뼛속 깊은 데서 흘러나와
상처를 감싼다.
몸이 다쳐서 흘리는 피보다
마음이 다쳐 흘리는 피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더 오래, 더 깊이 스며든다.


사람들은 종종 "피를 나눈 사이"라는 말을 한다.
하지만 세상을 살아보면 안다.
진짜 따뜻한 피는 유전보다 마음에서 흐른다는 걸.


군중 속에서
나와 상관없는 사람의 아픔을 보고 눈시울이 뜨거워질 때,
우리는 이미 마음으로 피를 나누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의 상처를 외면하지 않고
같이 아파하고, 같이 흘려줄 수 있다면
그건 이미 같은 생명의 리듬을 타고 있는 것이다.


피는 숨기지 못한다.
억지로 멈추게 할 수 없다.
그저 흘러야 할 방향으로, 흘러야 할 속도로
우리 안에서 묵묵히 흐르고 있을 뿐이다.


그러니 때로
내 피가 너무 뜨겁다고,
또는 너무 차갑다고 느껴질 때는
그 피가 지나가는 마음의 통로를 먼저 들여다보자.


분노가 흐르던 그 길에,
이해와 연민이 지나가게 되면
피는 다시 생명을 품는 강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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