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 한 번쯤 ‘놈’이었다.”
“그놈 참 괜찮더라.”
처음엔 거칠게 들릴지 몰라도, 그 말엔 묘한 따뜻함이 스며 있다.
욕 같지만 욕이 아닌 말,
거칠지만 이상하게 정이 가는 말.
어릴 적 친구들을 부를 때
“야, 이놈아!” 하며 웃음 짓고,
아버지는 장난스레
“그놈 참, 기특하네”라며 칭찬하시던 기억.
세월이 흘러도,
‘놈’은 여전히 내 주변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로 남아 있다.
친구도, 형제도, 아들도,
심지어 내 자신조차도
“이놈 참…” 하고 부른 적이 있다.
‘놈’이라는 단어는
때로는 허물없이 불러도 되는
가까움의 다른 표현이다.
존댓말이 도달하지 못하는 거리에서
우리는 ‘놈’이라 부르며 더 가까워지고, 더 솔직해졌다.
하지만 ‘놈’이 늘 좋기만 한 건 아니다.
분노와 멸시가 뒤섞일 땐
“못된 놈, 나쁜 놈, 천한 놈”이라는 말로 변하기도 한다.
같은 단어지만, 그 색깔은 전혀 다르다.
그건 어쩌면 사람이라는 존재가 가진 이중성 때문일지도 모른다.
사랑과 미움, 존중과 실망이 공존하는 세상 속에서
‘놈’도 그렇게 양면을 지닌 채 살아간다.
그래서 생각해 본다.
‘놈’이란 말은 욕이 아니라,
우리가 누군가를 사람답게 기억하는 방식은 아니었을까.
실수하고, 욕먹고, 웃기고, 따뜻했던 그놈들.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 ‘놈’이었다.
미운 놈, 고운 놈, 아픈 놈, 귀여운 놈.
그 모든 ‘놈’의 시간을 지나
지금의 내가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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