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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유신회'는 왜 대약진했는가

일본 전문가 3명이 본 대약진의 이유

by 오태규

지난 10월 31일 일본 중의원선거(총선)이 끝나자마자, 이 선거의 최대 특징이 오사카 지역정당인 '일본유신회'의 대약진이라고 평가한 적이 있다. 내 나름대로 약진의 원인과 한계도 지적했다.(11월 1일 페이스북, 블로그 <오태규 리포트>) 약진의 원인으로는 유권자 친화적인정책 실시와 능수능란한 홍보, 도쿄에 대항하는 지역정서를 들었다. 또 지역에 갇혀 있다는 것이 한계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것이 정확한 진단이었느냐와 별개로, 최근(11월 20일) <아사히신문>이 세 명의 전문가에게 '유신회의 대약진 이유'를 묻는 특집기사를 냈다. 연립정권의 한 축인 공명당을 추월해 제3당으로 부상한 유신회의 행보가, 앞으로 일본 정치에 큰 영향을 줄 것이므로 꼼꼼하게 읽었다.


세 명의 전문가가 공통적으로 지적한 원인은, 오사카를 중심으로 한 지역기반의 강함이다. 일본유신회의 모체인 오사카유신회는 현재 오사카부 지사, 오사카시 시장, 오사카부 의회와 오사카 시 의회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 때문에 행정의 성과가 바로 가시화된다. 이런 힘이 유신회가 얻은 총 의석 41석 중 26석을 간사이지역에서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는 비례에서 얻었는데, 11개 비례구에서 홋카이도를 제외한 10개 구에서 의석을 획득했다. 비례 당선자의 지역 분포를 보면 전국적인 확장이라고 볼 수 있으나, 이들은 오사카의 실적을 평가한 간사이지역 이외의 비자민 중도 성향의 유권자가 유신회에 표를 던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즉, 오사카의 강한 기반이 만들어낸 부산물이라는 것이다.


둘째는, 유권자들이 느끼는 유신회의 성향이 중도 또는 개혁이라는 점이다. 이것은 책상물림 평론가의 시각과 완전히 상반된다. 한 정치학자는, 실제 정당의 성향에 관한 유권자 조사를 해보니 유신회는 자민당과 공명당보다 개혁적이라는 결과가 나왔다는 말했다. 놀라운 것은 유권자가 스스로 말하는 성향과 유신회의 성향이 거의 일치했다는 것이다. 또 전직 의원은, 유권자들이 입헌민주당 등 다른 야당은 변화를 수용하지 않지만 유신회는 변화할 수 있는 당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코로나와 중국의 대두가 변화의 계기로 작용했는데 이런 상황에 잘 대응할 수 있는 당으로 유신회를 꼽았다는 것이다. 즉, 변하지 않는 야당에 대한 실망과 상황 변화에 잘 대처할 것이라는 기대감에서 반자민 중도표가 대거 유신회로 몰린 게 약진의 원인이라고 요약할 수 있겠다.


이들은 유신회의 약점도 지적했다. 지사와 시장 부의회와 시의회를 장악하고 있어 지사와 시장의 약속이 바로 실행되는 장점이 있지만, 다음 선거에서 지사나 시장을 잃을 경우 일거에 기반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개헌과 군사력 강화 등 우파적인 성향을 강화할 경우 중도적인 개혁을 평가해 지지한 유권자가 이탈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번에 41선(직전 의석 11석)으로 크게 약진했지만, 실제로는 2014년 중의원선거에서 얻은 의석수와 같은 것으로 확장성의 한계도 아울러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이런 분석은 내년 대선을 앞둔 우리나라 정당들에게도 시사점을 준다. 특히, 두 번째 원인(유권자의 정당 성향 판단)에서 좋은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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