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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영사 일기>와 <오사카총영사의 1000일>

오태규 전 오사카총영사의 책

by 오태규

나는 이제까지 두 권의 책을 냈다. <총영사 일기>(동방출판, 2020년 10월)와 <오사카총영사의 1000일>(논형, 2021년 11월)이다. 흔히 책을 내는 것은 자식을 낳는 것에 비유된다. 자신을 닮은 형체를 생산한다는 것과 함께, 그 형체를 생산하는 데 따르는 고통이 비슷한 데서 나온 비유일 것이다.


<총영사 일기>가 2020년 10월, <오사카총영사의 1000일>이 2021년 11월에 나왔으니 1년여 만에 두 번 산고의 진통을 치른 셈이다. 아무리 진통이 따라도 자식을 낳은 뒤 맛보는 뿌듯함이 있듯이, 책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책을 내어 보니 책이 자식보다 나를 더 닮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얼굴 모양이야 자식이 더 닮았겠지만, 생각의 면에서는 책이 더 나를 빼다박았다. 책을 쓴다는 것이 내 생각을 옮기는 것이니까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지만 책을 내면서 이런 사실을 새삼스레 깨달았다.


두 책은 내가 오사카총영사를 하지 않았으면 태어날 수 없었다. 총영사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준 사람부터 현지에서 만나거나 도움을 준 많은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다시 전한다.


<총영사 일기>는 일본 현지에서 일본어로 출판됐다. 공관장이 근무 중에 현지에서 현지어로 책을 출판한 것은 들어본 적이 없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때문에 그만큼 주목도 받았다. 물론 부담도 됐다. 공관장 책을 낸 것이 동포사회에 은근한 구매 압력으로 작용될 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꺼림직했다. 그래서 그런 인상을 주거나 움직임 나오는 것을 가장 경계했다. 결과적으로는 현지에서 현지어로 책을 낸 것이 좋은 일이 됐다. 이 책이 더 깊숙히 일본사회와 동포사회에 들어가 얘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줬다.


일본 책은 2020년 7월 말까지의 글까지만 담았다. 그러나 2021년 6월 초 귀국할 때까지도 글을 계속 썼다. 일본어 판에 들어가지 못한 글 수가 60편이나 됐다. 일본어판이 218편이니, 꽤 되는 분량이다. 그래서 귀국하자마자 일본어판에 들어가지 못한 글까지 포함해 한글판 책 작업을 했다. 마침 코로나 감염 사태 와중이어서 밖에 나돌아다니지 않고 글 다듬기에 집중할 수 있는 여유가 있었다.


출판을 하려고 해도 출판사를 만나는 것이, 그것도 좋은 출판사를 만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다행스럽게 기자 시절부터 간접적으로 알고 있던 논형 출판의 소재두 사장에게 말을 건냈다. 동아시아 문제, 특히 일본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출판사이기 때문에 내 책을 내기에 제격이라고 멋대로 생각했다. 소 사장이 흔쾌히 나의 요청을 받아줬다. 한 외교관이 부임지에서 3년의 활동을 꼼꼼하게 기록한 것은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적극적으로 평가해줬다. 내가 귀국한 뒤 코로나 감염 사태 등으로 지인들에게 인사도 제대로 못했으니 되도록이면 빨리 책을 출판해 책으로 귀국인사를 대신하고 싶다고 재촉하자, 액셀을 밟으며 11월 안 출판을 성사시켜줬다.


이렇게 해서 1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두 명의 자식을 낳은' 저자가 됐다. 자식이 다 그렇듯이 첫째와 둘째는 같으면서도 다르다. 오사카총영사로서 벌인 활동을 담았다는 점에서는 같다. 두 책에 담겨 있는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다른 것이 몇 가지 있다. 가장 큰 차이는 하나는 일본어 책이고 또 하나는 한글 책이라는 것이다. 둘째는 첫째보다 둘째의 분량이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귀국 직전까지 반년 이상의 기록이 더해졌으니 양이 늘어난 것은 당연하지만, 질도 달라졌다. 특히 일본어 책을 출판한 뒤 현지 사회에서 나온 반응과 책을 통해 이뤄졌던 활동이 새로 담겼다. 물론 시간이 더해지면서 생각이 발전되거나 달라진 것도 있다고 본다.


가장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은 책의 외형이다. 일본 책은 작은 글씨에 흑백이지만, 한국 책은 글씨도 크고 전면 칼라로 편집됐다. 눈으로 보는 재미가 더 늘었다고 할 수 있다. 더불어 한국과 일본의 출판문화의 차이도 엿볼 수 있다. 일본 쪽이 내용에 치중해 질박하게 편집한다면, 한국 쪽은 형식도 중시하며 화려하게 편집한다고 할 수 있다. 저자의 욕심이겠지만, 형편이 되는 사람은 두 권을 비교하며 두 책 사이의 내용과 형식의 차이를 즐기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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