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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과 '전직 외교관들'의 의미 있는 만남

<글로벌시대, 찾아가는 외교상담소>

by 오태규

글로벌 시대를 맞아 국제무대에 나가 활동하려는 젊은이들이 많이 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열망에 비해 그를 뒷받침해 주는 체제는 빈약한 실정이다. 이들은 국제무대에서 활동하고 싶어도 유용한 정보를 얻기 쉽지 않고, 지원책도 많지 않다고 말한다.


국제무대에서 일하며 국제공헌을 하고 싶은 청년들과 외교 현장에서 다양한 경험을 가진 전직 외교관들이 '어떡하면 청년들이 더욱 쉽고 효율적으로 국제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을까'를 놓고 의견을 나누는 모임이, 12월 1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렸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 외교특보단이 주최한 '글로벌 시대, 찾아가는 외교상담소' 행사다. 박노벽 특보단장(전 러시아 대사)을 비롯해 전직 외교관 및 국제문제 전문가 10여명, 국제 활동에 관심이 있는 청년 20여명이 참석해, 2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나도 특보단의 한 사람으로 참석했다.


20여명의 학생들을 관심 사안 별로, 공공외교와 해외 활동 및 취업(워킹 할러데이, 코이카, 국제기구 취업 등), 기후변화와 한-중-일 관계, 일반 외교정책의 세 그룹으로 나눠, 그들이 준비 과정 또는 현장 경험을 하면서 느낀 어려움과 요망 사항을 들었다. 전직 외교관 등으로 구성된 특보단은 이들의 말을 들으면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설명하고, 좋은 의견은 정책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나는 이 모임에 참석하면서 두 가지 면에서 놀랐다. 첫째는 젊은이들의 고민이 아주 구체적이라는 점이다. 구체적이라는 것은 그만큼 실존적으로 깊이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면, 외국의 방산기업에 취직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그런 곳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든가, 에너지 대전환 시대를 맞아 해외에서 활동을 하고 싶은데 나이 제한이나 영역 제한을 과감하게 풀 필요가 있다든가 하는 의견이 나왔다. 이를 통해 요즘 청년들은 막연하게 국제무대를 생각했던 나와 같은 세대와 달리, 아주 현실적으로 고민하고 있다는 걸 실감했다.


또 한 가지는 청년들의 자세가 아주 적극적이고 솔직하다는 점이다. 청년들은 사안이 갖는 미묘한 성격에 관계없이 주저하지 않고 자신들이 하고 싶은 것, 알고 싶은 것, 주문하고 싶은 것을 직설적으로 쏟아냈다. 예를 들어, 한 청년은 이재명 후보가 최근 대학에 가서 통일이 아니어도 된다고 말해서 많은 비판을 받는다는 기사를 봤는데, 우리 젊은이들은 그 말을 듣고 아주 좋아했다고 말했다. 오히려 서술식으로 풀어서 한 그 말을 젊은이들에게 확실하게 다가올 수 있는 개념으로 정리해 전달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통일을 성역시하며 그와 반대되는 듯한 얘기를 꺼내기 꺼려했던 늙은 세대와는 전혀 다른 감각이다.


내가 이 모임에서 가장 의미 있었다고 생각한 것은, 대사 등의 요직을 역임한 전직 외교관들이 어깨에 힘을 빼고 젊은이의 눈높이에 맞춰 그들의 고민을 듣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이 행사에 참석한 청년들도 이제까지 높은 지위에 있던 사람을 만날 기회가 많았지만 뭔가 위에서 훈시하는 느낌이 많았는데, 오늘은 서로 동등하게 얘기하는 분위기여서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또 이런 행사에서 높은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고 싶어도 도중에 다 떠나고 실무자만 남아 맥이 빠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끝까지 모두 남아 얘기를 들어줘서 감동했다고도 했다. 세대 갈등, 세대 격차라는 말이 횡행하는 시대지만, 서로 눈높이를 맞춰 대화를 하는 것이 세대 차이를 완화하는 지름길임을 몸으로 깨닫게 한 귀중한 자리였다.


이날 행사는 다양한 국가와 분야에서 풍부한 현장 경험을 한 전직 외교관들이 국제 활동을 갈구하는 청년들의 곁으로 찾아가 실질적이고 실용적인 도움을 주자는 뜻에서 마련됐다. '책상 위의 공론'보다 '현장의 실용'을 중시한 기획이다. 외교특보단은 첫 행사의 반응이 뜨겁고 이런 활동의 유용성 및 필요성을 확인한 만큼, 앞으로 '찾아가는 외교상담소' 활동을 지방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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