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프로TV가언론계에 준 교훈, '끝장질문'과 자리배치
<삼프로TV>, <G식백과>, 대선토론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국민의힘의 윤석열 두 대선 후보가 동시에 출연한 <삼프로TV>가 언론계에 던져준 충격이 상당하다. 이 프로그램을 본 사람들 중에 "제도권 미디어가 하지 못한 일을 삼프로가 해냈다"거나 "삼프로를 보면서 제도권 매체는 끝났다는 걸 느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기존 매체에 근무하고 있는 사람들도 한 특정 분야의 유투브방송에 불과한 매체가 자신들보다 훨씬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모습을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나는 유투브방송인 <삼프로TV>와 <G식백과>의 대선 후보 참가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 두 가지가 확 눈에 들어왔다.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두 가지가 기존 매체 및 단체와 구별되는 핵심이 아닐까, 생각했다.
하나는 자리 배치, 즉 포맷이다. 기존 매체나 언론단체의 토론회 자리 배치와 두 유투브방송의 배치의 차이를 한 번 비교해 보시라. 토론회 개최로 전통적으로 명성이 높은 관훈클럽의 관훈토론회를 비롯해 각종 언론단체가 주최하는 토론회는 모두 강단형 배치다. 후보 및 질문자가 참석자들과 마주보는 형태로 배치되어 있다. 외신기자클럽의 토론회는 후보와 사회자가 질문자 및 참석자들과 마주 본 채 진행된다.
하지만 두 유투브방송의 자리 배치는 초청 손님과 질문자가 원탁 또는 맞 대담하는 형식이다. 누가 봐도 전통 매체 및 단체의 자리 배치는 권위적이고, 수직적이라는 느낌을 준다. 반면 유투브방송의 자리 배치는 자유롭고 수평적이라는 인상을 준다. 소통, 참여, 공유의 시대 흐름에 어울리는 배치다. 인기 예능 프로그램인 <유퀴즈 온 더 블럭>의 자리 배치와 닮았다. 두 유투브방송의 대선 후보 토론 프로그램을 보면서 유재석의 유퀴즈가 왜 그렇게 인기가 있는지 조금은 의문이 풀렸다.
둘째는 '재차 묻기' '꼬리 물고 묻기' '끝장 묻기'의 힘이다. 기존 매체나 단체가 하는 토론회는 시간의 제약, 형식의 제약이라는 이유로 초청 손님을 추궁하는 데 한계를 보여왔다. 한 가지 질문을 하고 그에 대해 답변을 듣는 게 기본이다. 한두 번 추가 질문을 하기도 하지만, 다른 주제가 기다리고 있는 백화점 식 질의응답 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궁금증을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다. 답변자가 어물어물해도 더 이상 추궁하기 어렵다. 궁색한 처지에 몰린 답변자가 도망가기 십상이다. 하지만 유투브방송은 그런 제약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의문이 풀릴 때까지 질문을 할 수 있다. 그런 과정에서 답변자의 진짜 실력과 생각이 드러난다. 삼프로TV의 이진우 공동대표도 대선후보 토론 방송이 큰 파장을 불러온 뒤 <미디어오늘>과 한 인터뷰에서 "후보에게 그저 종합백화점 식으로 질문을 던지면 '그 질문에 그 답변이 된다. 나열식의 질의응답은 철학의 깊이가 있는 후보와 단기 공부한 후보를 구별하기 어렵게 만든다. 제대로 된 토론을 하려면 하나의 질문을 던지고 답변이 나오면 그 답변에 대한 재질문, 재답변, 재재질문, 재재답변을 통해 끝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나는 이 공동대표의 말 속에 국민(독자)이 원하는 것이 담겨 있다고 본다.
기존 매체는 삼프로TV와 G식백과에서 무엇을 배워야 할까? 바로 '의문이 해소될 때까지 끝까지 묻기'와 '권위주의에서 탈피하기'일 것이다. 그러면, 떠났던 독자가 조금은 되돌아올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