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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윤석열=?, 답은 유권자가 정한다

제1야당 국민의힘의 대선전략

by 오태규

대선을 불과 2달여 앞두고 제1야당인 국민의힘 안에서 후보(윤석열)와 당 대표(이준석)가 전대미문의 갈등'을 빚다가 다시 결합했다. 그것이 '위장 결합'인지 '극적 결합'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대표가 2, 30대 남성을 지지 기반으로 하는 포퓰리스트 정치인이고, 윤 후보는 '파달멸콩' 놀이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60대 이상의 '틀투브' 애독자들을 지지 기반으로 하는 극우성향의 인물이라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페미니스트 신지예와 그와 비슷한 부류인 이수정을 선대위에서 내친 것이 윤 후보가 이 대표에게 보내는 화해의 신호였다면 윤 후보의 보수성향과 권위에 거추장스러운 존재인 김종인씨를 내친 것은 이 대표가 윤 후보에게 보내는 러브콜이라고 풀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견원지간처럼 보였던 둘은 다시 화해를 했다. 즉, 국민의힘은 후보와 대표의 재결합을 통해 2030세대와 60대 이상 세대가 손을 잡고 더불어민주당의 주요 지지층인 4050세대를 포위해 승리를 쟁취한다는 이 대표의 애초 대선전략으로 회귀했다.


이 대표가 자신을 대표로 만들어줬던 2030의 남자표를 결집하고, 여기에 윤 후보가 60대 이상의 보수층을 모은다면 산술적인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둘의 결합은 '합리적인 선회'라고 볼 수 있는 면이 있다. 윤 후보가 아무 설명도 없이 느닷없이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운 것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멸공 놀이'에 편승하는 듯한 모습으로 가담한 것도 이런 시각에서 보면 결코 이상한 선택이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현실 정치가 단순한 '더하기, 빼기'의 산수 셈법이 작용하는 1차원적인 세상이냐는 점이다. 정치는 살아 있는 생물이고, 물리적 결합보다 화학적 결합이 일어나는 예측불허의 영역이라는 점을 너무 간과한 것이 아닐까.


예를 들어, 2030 남성을 잡으려는 움직임이 60대의 이탈을 가져올 수 있고 60대 이상의 표를 겨냥한 행동이 2030대의 증오를 유발할 수 있다. 실제 윤 후보와 그 당의 몇몇 주요 인사들이 수준미달의 한 재벌총수의 '멸공 선동'에 편승하는 형태로 벌인 '달파멸콩' 릴레이는 중도층의 환멸과 이탈을 불러일으키는 후폭풍을 몰고왔다. 당 안에서 "너무 나갔다"는 비판론이 나오고 윤 후보도 "멸치 육수를 좋아하고 콩국물을 내어 보관하고 먹으려고 한 것"이라는 누가 봐도 이치에 닿지 않는 거짓 변명(잔멸치로는 멸치 국물을 내지 않고 약콩으로는 콩국물을 내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을 한 것은 전략의 실패를 자인한 꼴이나 마찬가지다. 페미니스트 신지예를 영입했다가 비판이 일자 '휴지'보다도 가볍게 버린 모순적인 행동으로 과연 2030 남성의 전폭적인 지지를 복원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국민의힘의 계산적인 행태는 유클리드기하학이 아니라 상대성원리 또는 양자역학이 작용한다고 할 수 있는 정치의 현실을 무시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국리민복을 추구하는 정치의 목적과 정권을 획득하는 수단의 우선순위를 뒤집어 놓은 것이다. 정권을 잡는 것이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정권을 잡아야 하는 대의보다 수단을 앞세우는 것은 민주주의를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윤 후보가 '멸콩 놀이'로 조롱했던 그 체제에나 있을 법한 일이다.


대선을 앞두고 제1야당에서 벌어진 '이준석+윤석열'의 답은 과연 무엇일까. 이 대표와 윤 후보는 그 답을 자신들이 정하고 싶겠지만, 투표로 국민의 대표를 뽑는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유권자가 답을 정하게 돼 있다. 60일 뒤에 나올 답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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