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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태규 Oct 01. 2021

어떤 한 야권 유력 대선후보의 '낡은 언론관'

5G시대의 '폴더폰 언론관'

야권의 한 유력한 대선주자가 자신과 관련한 의혹(이른바 '고발 사주')과 관련해, 8일 반박 기자회견을 하면서 시대에 뒤떨어진 미디어관(언론관)을 드러냈다.  참고로 난 '고발 사주'란 용어를 계속 쓰는 미디어들의 행태가 영 못마땅하다. 일단, 주어와 목적어가 분명하지 않아, '고발 사주'가 "무슨 회사 주인이냐"고 눙칠 수 있는 빌미를 주고 있다는 점에서도 잘 드러난다. 어떤 문제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먼저 용어를 정확하게 써야 한다. 검찰의 누가 누구를 고발하도록 사주했다는 것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용어로 바꾸거나, 그 고발이 의미하는 본질에 최대한 접근하는 용어를 찾아 써야 한다고 본다.

 각설하고, 내가 어떤 양반이 시대에 뒤떨어진 미디어관이라고 하는 것은 아직도 메이저 미디어와 인터넷미디어를 '적자'와 '서자'처럼 나누는 인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30여년 신문사 생활을 한 뒤 밖에 나가 미디어를 관찰하면서 절실하게 느낀 미디어의 변화는 이제 예전 같은 메이저와 비 메이저로 미디어를 쉽게 나눌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무언가 큰 차이가 있다면 '조직(회사)미디어'와 '개인 미디어'의 차이가 아닐까 본다.

 물론 미디어 세계도 아직 변화의 소용돌이에 있기 때문에, 안토니오 그람시의 말을 인용하면 "낡은 것은 파멸해가는데 아직 새로운 것은 태어나려고 애쓰는 상황" 쯤 될 것 같다. 그래서 조직 미디어와 개인 미디어 어느 쪽도 압도하지 못하는 혼란과 미지의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상태가 지금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터넷과 에스앤에스의 활성화로 조직 미디어의 힘은 갈수록 줄어들 것이고, 개인 미디어의 힘을 더욱 커질 것이라는 것은 세상의 흐름에 관심이 있는 웬 만한 사람이면 누구나 알 수 있다.

  여기서 그가 메이저와 인터넷 미디어를 나누어 구분한 것은 조직 미디어와 개인 미디어의 사이의 길항이라는 큰 흐름보다 조직 미디어 안의 규모 차이와 그에 따른 영향력 차이라는 예전의 미디어관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물론 큰 변화의 와중이지만 아직 조직 미디어의 규모에 따라 영향력 차이가 있는 것은 부인하기 힘든 사실이다. 이를 전제한다고 하더라도 그의 미디어관은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과 함께 도도하게 전개되고 있는 미디어 전체의 변화에 무지함을 보여준다. 그래서 낡은 미디어관이라고 하는 것이다. 

 더구나 기자회견에서 이런 발언을 하는 것은 치명적인 실수다. 기자들은 모두 자존심이 강하다. 모두 회사 규모와 관계없이 정의와 진리를 위해 일한다고 자부하고 있다. 이런 판에 규모가 작은 미디어와 거기에서 일하는 기자들을 폄하하는 듯한발언은 그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내고 소금을 뿌리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것은 내가 걱정할 바는 아니다.

 나는 앞으로 미디어계의 변화는 조직 미디어가 고단해지고 개인 미디어가 더욱 활력을 띠는 방향으로, 속도감 있게 진행해 갈 것이라고 본다. 지금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는 현상만 봐도 알 수 있다. 여기서 핵심은 조직 미디어든 개인 미디어든, 근거가 있는 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한 소지가 있는 뉴스를 발신하느냐일 것이다. 이번에 <뉴스버스>라는 한 신생 인터넷 매체의 기사가 폭발력을 발휘하고있는 것도 이런 조건의 발신력을 갖췄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미디어 세계에서 승부는 규모와 관계 없이, 얼마나 근거 있고 확실한 질 좋은 기사를 보도하는냐에 달려 있다. 앞으로 더욱 그럴 것이다. 그 과정에서 클릭 수에 의존하는 선정성, 시간차 속보성 기사가 남발되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겠지만, 어느 누구라도 규모에 관계없이 좋은 내용의 발신을 하면 이전에 상상할 수 없는 정도로 영향을 주는 시대가 온 것도 사실이다. 이런 새 미디어 흐름을 인식하고 대응하는 자세가 새시대의 새로운 미디어관이 아닐까 하고, 그의 말을 듣고 급히 정리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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