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코로나 감염 1만3천명 돌파
세계보건기구(WHO)는 2020년 3월, 코로나 감염 사태를 펜데믹이라고 선언했다. 세계적인 대유행이라는 뜻이다. 엔데믹은 펜데믹보다 규모가 작은, 특정지역에서 발생하는 감염병을 가리킨다. 말라리아나 댕기열 같은 증상이 대표적인 엔데믹이다.
코로나 펜데믹과 함께 덩달아 '인포데믹'이라는 말도 유행하고 있다. 감염의 실상보다도 보도가 더욱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현상을 이른다. 쉽게 말하면, 언론의 과장, 과민 보도를 비판하는 용어다. 내가 볼 때, 매일 감염자 수를 중계방송하듯이 "오늘은 감염자 000명" "주말 효과" "주말임에도 000명 초과"라는 보도는 전형적인 인포데믹이라고 할 수 있다.
펜데믹은 세계적인 현상이어서, 한 나라만의 노력으로는 막기 어렵다. 국제적인 협조와 협력이 필요하다. 그러니까 펜데믹이다. 하지만 우리는 민족국가라는 '베스트팔렌' 체제에 갇혀 펜데믹을 대한다. 마치 올림픽에 출전해 다른 나라들과 경쟁하듯이, 감염자 수가 적은 나라는 금메달, 많은 나라는 예선 탈락이라는 식으로 코로나 감염자 수를 비교한다. 물론 언론 보도가 이런 기초 자료를 제공한다. 그러나 국경 없이 넘나드는 코로나 펜데믹을 인위적인 경계로 나누어 비교하고 한 나라의 노력만으로 방지하려는 것은, 비유하자면 매미채로 공기를 잡으려고 하는 것과 같다.
특히, 코로나 감염자 수와 관련해 우리나라 보도기관이 가장 크게 의식하는 나라는 일본이다. 일본이 우리보다 감염자 수가 적으면 정부를 비판하는 보도가 늘어나고 반대의 경우는 잠잠해진다. 정부도 보도기관 및 국민의 이런 행태와 심리에 편승해, 우리나라 방역(K-방역)의 우수함을 과도하게 자랑하는 면이 없지 않다.
언론이 일본과 비교 보도를 하면서 신뢰를 잃은 대표적인 첫 사례는 코로나 발생 초기 요코하마에 정박 중이었던 대형 유람선 다이야몬드 프린세스호 감염 사태다. 당시 많은 한국의 언론은 선내 감염자가 발생했는데도 육지에 상륙을 시키지 않고 해상에 격리한 일본의 정책을 감염 방지의 모범 사례로 칭찬했다. 하지만 뒤에 이런 정책이 선내 감염의 확산으로 이어지는 어이없는 정책임이 드러났다. 많은 기자들이 당시 자신이 쓴 기사에 대한 반성을 하지 않고 지나갔지만 상당히 머쓱했을 것이다. 또 지난해 말에는 일본의 감염자 수가 두 자리 수 이하로 떨어지는 데 반해, 우리나라 감염자는 수천명 이상으로 늘어나자 K-방역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빈발했다.
다시 한 번 반전이 왔다. 새해 들어 4천명대 감염자 수를 오르내리던 우리나라의 경우 3천명 대 안팎으로 감염자 수가 떨어지고 있는 데 비해, 일본은 수백명대에서 수천명대로 급증하더니 급기야 1월 12일에는 1만3천명이 넘는 감염자가 나왔다. 수백명 수준에서 1만명이 넘는 폭증이 단기간에 일어난 것도 불가사의이지만, 이것에 관해 우리 언론들이 한일 비교 차원에서 어떻게 보도할지가 더욱 관심사다.
세계적인 기준으로 볼 때, 한국과 일본은 감염자 수에서 시기적으로 앞서고 뒤쳐지는 경우는 있었지만 비교적 대책을 잘해온 국가다. 많은 전문가들은 두 나라 모두 시민들이 위생 관리가 뛰어나고 정부의 방침을 잘 따르기 때문이라고 그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
코로나 펜데믹이 언제 끝날 것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이것은 그간의 경험으로 볼 때 비교적 쉽게 알 수 있다. 일본과 감염자 수를 비교하면서 어느 쪽이 더 잘하고 못하고를 판단하는 식의 기사는 앞으로도 망신 당하기가 십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보도 방향은 코로나 '감염자 수'에 초점을 두기보다 감염자를 치료할 수 있는 '의료의 대응력'에 맞춰줬으면 좋겠다. 코로나 펜데믹에 인포데믹까지 더해진다면 세상살기가 너무 무섭기 때문이다.
코로나 감염이 한창일 때 어디선가 읽은 대목이 생각난다. "감염증이 끝날 때까지 '햄머와 댄스'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 '햄머'는 감염이 늘어나면 사람의 활동을 제약하고, '댄스'는 감염이 줄어들면 활동을 늘이는 것을 뜻한다. 햄머 때리기보다는 댄스를 즐기면서 코로나를 몰아냈으면 좋겠지만, 당분간은 '햄머와 댄스'의 반복이 불가피할 것이다. 즉흥적이고 즉자적인 보도가 아닌, 앞을 내다보는 성찰적인 보도를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