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와 이준석은 '마라탕' 사태에 끝까지 비겁했다.
가면토론회, 이준석, 마라탕
JTBC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마라탕' 분장 출연으로 논란을 빚었던 <가면토론회>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18일 밝혔다. JTBC는 "일부 출연자의 신원이 밝혀지면서 익명의 패널이 논리로 토론을 벌인다는 포맷 특성상 방송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 이미 녹화했던 것도 방영하지 않고, 홈페이지에 올려놨던 다시 보기 서비스도 중단하기로 했다. 한마디로, 프로그램 기획의 관점에서 보면 '완전한 파탄' 선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논리가 참 비겁하다. 일부 출연자의 신원이 밝혀졌기 때문이란다. 신원이 밝혀졌다는 일부 출연자의 신원도 확인해주지 않으면서 말이다. JTBC는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이 프로그램은 이미 파탄을 내장한 채 출발한 '불량품'이다. 대선을 앞두고 한 유력 정당의 대표를 복면 출연자로 섭외한 것부터가 문제의 출발이었다.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시작한 토론 프로그램이 눈길을 끌기 위해서는 정치 쟁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은, 프로그램 기획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방송사 쪽은 이런 것을 충분히 예상했을 터인데도 불구하고 한 정당의 대표를 '시청률'을 노리고(?) 끌어들였을 것이다. 이것은 고의든 아니든 선거 시기에 한 정당에만 '고성능 마이크'를 달아주는 행위다. 방송 윤리를 저버리고 정치 중립을 지키지 않았다는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 실제 이 대표는 '마라탕'이라는 익명의 토론자의 자격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를 비난했다.
JTBC가 '가면토론회'를 중지하기로 했다면, 당연히 이 부분에 관한 입장을 밝혔어야 옳다. 이 부분에 대한 아무런 언급이 없이 '일부 출연자의 신원 노출'을 프로그램 폐지의 원인으로 삼는다면, 출연자의 신원이 노출되지만 않는다면 앞으로도 이런 종류의 프로그램을 계속 만들겠다는 얘기인가.
이준석 대표는 더욱 비겁하다. 반박논리가 사악하기까지 하다. 그는 자신의 '마라탕' 분장 출연에 대한 비판을 마치 오락프로그램까지 시비를 거는 속좁은 사람들의 시비인 것처럼 폄하했다. 그는 1월 19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제가 공개적으로 했던 발언의 부분집합, 이미 다 했던 말들인데 뭐가 그렇게 불편한지"라며 "유머 감각을 상실한 분들이기 때문에 따로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공개적으로 말한 것을 복면을 쓰고 되풀이한 것에 불과한데 무엇이 문제이며, 오락을 오락으로 소비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속좁음이 문제라는 논리다.
이 대표가 한 정당의 대표로서 자신이 했던 발언을 되풀이를 하든 축소하든 새로 더하든 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아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그가 마치 '이준석'이 아닌 다른 사람으로 분장해 정치적인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이 대표의 논리는 화자에 따라 청중의 반응이 달라진다는 걸 애써 외면하고, 논점을 엉뚱한 곳으로 돌리는 '교묘한' 전술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 대표가 대표의 자격으로 말하면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도 익명의 '마라탕'의 자격으로 말하면 받아들이기 쉽다는 걸 무시한 궤변이다.
'복면가왕'도 안 보냐면서 '가면토론회'도 복면가왕과 같은 종류의 오락프로그램으로 가볍게 즐기면 되지 않느냐는 식의 '치고빠지기' 언술도 문제다. 두 프로그램의 가장 큰 차이는 복면가왕은 승부에서 진 사람이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야 하는 반면, 가면토론회는 그런 부담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노출의 위험 없이 어떤 얘기도 부담없이 할 수 있는 특권을 부여받은 사람이 '복면가왕'을 운운하는 것은 스스로 '짝뚱 복면가왕'과 '정품 복면가왕'의 가장 큰 차이를 외면하는 것이다. "복면가왕을 보기나 했는지 모르겠다"는 말은 이 대표가 할 얘기가 아니라 들어야 할 얘기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