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영사에 관한 다양한 호칭
내가 오사카총영사로 있으면서, 동포들에게 불린 호칭은 세 가지다.
하나는 '총영사'다. 직책에 맞는 정확한 명칭이다. 나이 든 분이 깎듯하게 존경을 뜻하는 님을 붙여 '총영사님'으로 부를 땐 마음이 거북스럽지만, 총영사가 정식 호칭이란 것은 분명하게 알고 있는 것이다. 같은 총영사이지만 더욱 몸 둘 바 모르게 하는 표현도 있다. '총영사 각하'다. 주로 예의에 밝은 일본 사람이나 동포 단체의 대표가 그렇게 부르는 경우가 있다. 나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각하'라는 말은 권위주의 정권 때나 쓰던 용어로 한국에서는 이제 대통령에게도 붙이지 않는다고 설명하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혹 그렇게 불림을 당해, 얼굴이 화끈거릴 때가 있다.
둘은 '총영사관'님이다. 동포들 중에서 이렇게 부르는 사람이 꽤 있다. 아마 공무원의 계급이 사무관, 이사관이 있듯이 총영사관도 공무원의 한 직급이라고 오해하는 것 같다. 그런데 너무 자연스럽고 자신 있게 부르는데다 주위에 사람들이 많이 있는 경우가 많아, "총영사관은 관청의 이름이기 때문에 총영사관이 아니라 총영사로 부르는 게 맞다"고 고쳐주기가 쉽지 않다. 사실 그들에게 총영사관이나 총영사나 고국에서 보낸 '높은 사람'은 마찬가지니까, 굳이 여러 사람 앞에서 망신 당하게 할 필요도 없다. "누군가 아는 사람이 있으면, 나중에라도 고쳐 주겠지" 하고 기대는 하지만, 다음에 만날 때도 반갑게 "총영사관님"이라고 한다. '총영사관님'으로 불릴 때, 부르는 사람보다 내가 더욱 민망한 경우도 있다. 동포들과 일본 사람들이 같이 있는 모임에서 동포 사회자가 그렇게 호칭할 때다.
셋은 그냥 '총'자를 빼고 '영사'님이라고 부르는 경우다. 총영사는 영사관의 우두머리이지만 영사의 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으니 틀린 표현은 아니다. 그런데, 영사와 함께 참석한 모임에서 '영사님, 영사님'이라고 불림을 당하면 같이 참석한 영사도 나도 어색하다. 이런 경우에도 나는 총영사이지 영사가 아니라고 설명하기가 곤란하다. 총영사도 영사가 맞기 때문에 굳이 나 스스로 "나는 총영사이지 영사가 아닙니다"라고 설명하는 것도 우습다. 마치 대우를 안 해줘서 불평을 하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고, 그런 것도 구별하지 못하냐고 상대를 질책하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권위주의 시절 동포들과 영사관이 맺어온 관계로 보면, 총영사를 영사로 부르는 것이 그들에겐 전혀 어색하지 않다. 오히려 자연스러울 수 있다고 본다. 그 시절엔 동포들이 총영사뿐 아니라 영사도 만나기 쉽지 않았고, 그 관계는 항상 수직적인 상하관계였다. 그들에겐 영사든 총영사든 영사관에서 나온 '높고 무서운 사람'이라는 면에서는 다름이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내가 총영사로 부임해 "앞으로 '군림하는 총영사관'이 아니라 '봉사하는 총영사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한 말에, 동포들이 가장 크게 반응했던 것 같다.
그래도 되돌아보면, 동포들도 총영사관과 총영사, 영사가 어떻게 다른지 정도는 알고 있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이런 말은 얼굴을 맞대고 하기는 곤란하지만, 이런 식으로나마 그 차이를 알려주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몇 자 적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