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린어페어즈> 기고 비교, 이재명, 윤석열
3월 9일 실시되는 제20대 대선을 두고 '비호감 대선', '차악을 뽑는 선거'라는 말이 나돈다. 정책 대결보다 상대 후보의 비리, 인신공격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지적도 난무하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선거 보도를 하는 매스컴이 제 역할을 하지 않고 그런 식으로 몰고 가는 것은 아닐까.
이런 의심을 가지고 살펴 보니, 의외로 거의 모든 분야에서 양쪽의 정책 차이가 뚜렷함을 알 수 있었다. 특히, 두 후보의 외교안보 정책은 일반 사람도 충분히 분별할 수 있을 정도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를 제대로 다루지 않는 매스컴의 비리 중심의 경마식 보도에 가려져 보이지 않을 뿐이다.
마침 두 후보가 미국의 외교전문지인 <포린어페어즈>에 앞서거니 뒤서거니 자신들의 외교정책을 기고했다. 이들의 기고는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한 정책 발표라는 점에서, 가장 공을 들여 정리한 정책일 것이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유권자의 선택에 도움을 주기 위해 두 후보의 기고를 토대로 양쪽의 외교정책의 차이를 살펴봤다. 기고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2월 8일 먼저 했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23일 뒤를 이었다.
윤 후보는 기고에서 대북정책의 대표 브랜드라고 할 수 있는 '선제타격'을 제외했다. 하지만 그래도 매파적인 속성까지 감출 수는 없었다. 윤 후보는 기고 전체의 흐름이 문재인 정부 정책에 대한 부정과 비판이었다. 기고의 초반부터 "편협하고 근시안적인 국익개념에 좌우"되고 "한미 양국 간 대북정책 우선순위에 대한 견해차는 한미동맹을 표류"했다고 지적했다. 또 남북대화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하는 수단인데 대화 자체가 목적이 됐으며, 미-중 갈등에서 전략적 모호성으로 일관해 동맹인 미국으로부터 멀어지고 중국 쪽으로 기운다는 인상을 줬다고 말했다. 이런 태도가 고스란히 주변국 외교 뿐 아니라 대외관계 전반에도 나타났다면서 문재인 외교를 난타했다.
이에 비해 이 후보는 "한국은 충분히 자긍심을 가질 만하다"는 문장으로 기고를 시작했다. 이 후보는 한국은 10대 경제대국, 대중문화 강국이란 점, 코로나 19, 기후변화, 글로벌 공급망과 관련해 주도적 역할을 해왔고 할 것임을 표명하며, 북한, 중국, 일본과 관계에서 나타난 도전들을 문제해결에 초점을 둔 실용주의로 해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전반적으로 문재인 정권의 성과를 인정하면서 새로운 도전에 맞서겠다는 기조다.
각론에서도 두 후보는 명확한 차이를 보였다. 우선, 북핵 문제와 관련해 두 후보는 가장 중요한 현안이라는 점에 관해서는 의견을 같이했다. 그러나 해법은 달랐다. 이 후보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이 대한민국이 직면한 가장 큰 외교적 도전임을 인정한 뒤 해결방안으로 '스냅백(합의 위반 시 제재 복원)을 전제로 한 단계적 동시행동'을 제시했다. 반면 윤 후보는 "북한 비핵화 협상의 틀을 구체화해야 한다"면서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핵 폐기 조치가 이행될 때 이에 상응하는 대북제재 완화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형적인 '선 핵폐기 후 경제지원' 방안이다. 이 방안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 10년을 거치면서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런 매파적인 주장 때문에 미국의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윤 후보가 당선될 경우 한반도 전쟁 발발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미동맹은 중국과 관계와 연결시켜 볼 때 훨씬 차이가 크다. 일단 이 후보는 상대 후보의 비판을 의식해 한미동맹에 "모호성은 없다"면서 "한국전쟁이라는 화염 속에서 혈맹으로 맺어졌으며 포괄적인 글로벌 동반자관계로 발전"해왔음을 강조했다. 그런 전제 위에서 한국 교역량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과의 파트너십은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즉, 동맹인 미국을 축으로 하면서 중국과 실질적 관계를 유지, 발전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윤 후보는 안보 문제와 관련해 중국과 대립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문재인 정권이 중국의 경제 제재에 굴북해 안보 이익을 희생시켰다면서, 중국이 반발할 것이 명확한 사드 추가 배치 가능성을 열어놓겠다고 말했다.
일본과 관계에서도 차이가 명확하다. 두 후보는 모두 한일관계 개선의 모델로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내세웠다. 하지만 구체적인 접근방법에 차이를 보였다. 이 후보는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추구하겠지만, 비극적인 역사문제 극복이 이뤄져야 함을 강조했다. 이른바 투트랙 접근법이다. 반면, 윤 후보는 과거사 문제, 무역갈등, 안보협력 문제를 망라한 포괄적 해법을 내놨다. 이른바, 패키지딜이다. 또 눈에 띄는 것은 2월 25일 열린 선관위 주최 정치분야 후보 토론에서도 윤 후보가 말했듯이, 한미일 안보협력을 유독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역 및 글로벌 이슈에 대해서도 인도태평양 지역의 중요성에 관해서는 일치했다. 하지만 윤 후보가 안보 및 군사 분야까지 시야에 넣은 인도태평양 전략을 시사하고 있다면, 이 후보는 비전통적인 안보분야의 협력에 중점을 뒀다고 할 수 있다. 세계적 이슈에서는 이 후보가 기후변화 대책에 초점을 뒀고, 윤 후보는 안전한 사이버공간에 중점을 뒀다.
이처럼 두 후보는 외교정책의 비전과 철학, 각론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과연 어떤 후보가 지정학의 귀환, 대전환의 시대에 맞아 우리나라를 잘 이끌어 갈 것인지 현명한 판단을 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