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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태규 Apr 02. 2022

사상으로서의 조선적

재일동포, 국적, 김석범

장편 대하소설 <화산도>의 저자 김석범씨

일본인 아버지와 재일동포 2세인 어머니를 둔 나카무라 일성이 무국적인 '조선적'을 고수하고 있는 재일동포 1세 및 2세 6명을 취재해, 2017년 암파서점에서 발간한 책의 제목이다. 

'조선적'하면 우리나라에서는 북한 국적자로 오인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조선적은 정확하게 말하면, 1965년 한일국교정상화에도 불구하고 한국적을 택하지 않고 지역 또는 기호로서 '조선'을 재류 자격으로 고수하고 있는 재일동포를 말한다. 

나카무라는 조선적을 고수하고 있는 문인, 운동가 등 유명한 동포 6명을 취재했는데 그 중에서 제주 4.3사건을 배경으로 한 장편 대하소설을 쓴 김석범씨의 발언이 인상적이다.

김씨는 "나는 통일조국을 원한다.  실현되면 그 나라 국적을 취하고 국민이 될 것이다. 다만 그 때 나는 이미 민족주의자가 아니다. 그 이후는 필요에 따라 국적을 방기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조선적을 지키고 있는 것이 분단된 어느 쪽을 택하는 것을 거부하고 통일국가를 바라는 마음, 더 나아가 통일국가 이후엔 나라를 뛰어넘는 자유인이 되겠다는 의지임을 밝힌 것이다.  이를 보면, 그에게 조선적은 단순한 국적을 넘어 '사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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