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나베 슈쿠로, 2021년 노벨물리학상 수상
일본계 미국인 과학자 마나베 슈쿠로(90, 사진) 미국 프린스턴대 선임연구원이 2021년도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기후에 끼치는 영향을 수치를 처음 밝혀낸 공로를 인정받았다. 기후변화가 인류 최대의 현안으로 떠오른 가운데 당연하고 환영할 만한 결정이라고 본다.
이로써 일본인 또는 일본 출생의 노벨상 수상자는 모두 28명이 됐다고, 일본 언론은 보도하고 있다. 일본의 모든 신문이 1면에 대서특필하며 환영했다. 아직 노벨평화상 1명밖에 없는 이웃나라 시민으로서 축하하면서도 부러운 마음이 가득하다.
최근만 해도 2018년 노벨 생리의학상의 혼조 다스쿠 교토대 특별교수, 2019년 노벨 화학상의 요시노 아키라 아사히카세이 명예 펠로가 노벨상을 탔다. 그리고 한 해를 걸러 이번에 마나베 교수가 물리학상을 탐으로써, 일본의 기초학문에 관한 저력을 세계에 과시했다. 특히, 물리학상은 일본이 가장 많은 수상자를 배출한 부문이다. 일본인만 이미 9명이 수상을 했고, 마나베 교수 같은 일본계 외국인을 포함하면 12명이나 된다. 이어 일본인 수상자가 많은 분야 순으로 보면, 화학상 8명, 생리의학상 5명, 문학상 2명, 평화상 1명이다.
그런데 매우 이상한 점이 있다. 일본 언론에서 유독 '그림자' 취급하는 수상자가 한 명 있다. 바로 2017년 노벨문학상을 탄 일본계 영국인 소설가 가즈오 이시구로다. 그는 어떤 언론도 일본인 또는 일본계 수상자로 셈하지 않는다. 이시구로까지 합하면, 일본 태생의 노벨상 수상자가 29명이 되어야 맞다. 그런데 이구동성으로 28명(일본 국적은 25명)이라고 한다. 이시구로는 일본에서 태어난 뒤 6살 때 영국에 건너갔고 29살 때인 1983년 영국적을 취득하기까지 일본 국적을 유지했으니, 마나베 교수(1975년 미국적 취득)보다 늦게까지 일본인이었는데도 말이다.
내 얕은 지식으로는 불가사의한 일이다. 일본 사람들이 도대체 무슨 기준으로 일본인 또는 일본 출신 노벨상 수상자 수를 셈하는 것일까. 아니면 이시구로를 셈하지 않는 무슨 특별한 이유나 배경이 있는 것일까. 나로서는 명쾌한 답을 얻을 수 없다. 혹시 아는 분이 있으면, 한 수 가르쳐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