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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태규 May 07. 2022

윤석열의 독선이 칩거 중인 이재명을 불러내다.

지방선거, 리턴매치, 대선 연장전

제8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가 제20대 대통령선거(2022년 3월 9일)가 끝난 뒤 석 달도 되지 않은 6월 1일 실시된다. 대선의 열기가 채 가시기도 전에 열리는 선거이기 때문에, 논리적으로나 경험적으로 보아 대선의 승패 분위기가 그대로 이어지는 지방선거가 되기 쉽다고 할 수 있다.


최근의 예로는 2018년 6월 13일 실시된 제7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가 대표적이다. 이 선거는 문재인 정권이 탄생(2017년 5월 10일)한 뒤 대락 1년 만에 실시됐다. 여기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뿐 아니라 광역의원과 기초의원까지 석권하다시피 했다. 17개 광역단체장 중 대구와 경북(이상 자유한국당), 제주(무소속) 3곳을 제외한 14개 단체장을 민주당이 차지했다. 서울의 25개 구청장 중 유일하게 서초구청장만 내주었을 뿐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대선 이후 최단 시일 안에 열리는 이번 6.1 지방선거는 이미 승패가 정해진 선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승리에 도취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불통, 독선과 독주가 분위기를 완전히 바꾸어 놓고 있다. 아무런 합리적 이유도 없이 청와대를 버리고 용산 대통령 집무실을 밀어붙친 독선, 코로나 손실보상금과 병사 월급 200만원 즉시 지급 등의 핵심 공약의 파기, 자격 미달 장관 후보 및 검찰  인사 중용으로 상징되는 인사의 난맥이 취임도 하기 전부터 많은 시민의 반발과 불만을 사고 있다. 이런 결과, 5월 6일 발표된 갤럽여론조사에서 취임을 앞둔 윤 당선자의 지지율(41%)이 퇴임하는 문재인 대통령(45%)보다 뒤지는 이변이 일어났다.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 김동연 경기지사 후보가 지방선거임에도 불구하고 '나의 상대는 윤석열'이라고 공공연히 말하고 있다. 윤 당선자에 대한 비판 여론이 크기 때문에 상대 후보보다 윤 당선자와 각을 세우는 것이 선거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재명  후보가 송영길 의원이 서울시장에 나오기 위해 의원직을 사퇴한 인천 계양구에서 보궐선거에 나서고 아울러 6.1 지방선거의 총괄선대위원장을 맡기로 한 것도 따지고 보면 윤 당선자가 불러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윤 당선자의 인기가 높았다면 이 후보가 아무리 보궐선거에 나오고 싶어했다고 해도 명분 만들기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당 안에서 반발과 저항도 심했을 것이다. 비록 0.73%의 아주 근소한 차이로 패배했다는 진한 아쉬움은 있겠지만 역시 패자는 패자였기 때문이다.


결국 윤 당선자의 취임 전 불통, 독선, 독주의 행보에 대한 높은 비난 여론은 지방선거를 취임도 하지 않은 정권의 심판장화하는 분위기를 만들었고 대선 패배 뒤 칩거 중인 이재명 후보로 하여금 정치 현장에 조기 복귀할 수 있는 멍석을 깔아주었다. 이제 이 후보의 보궐선거 출마와 총괄선대위원장 수락으로, 6.1 지방선거는 20대 대통령선거에 이어 또 한 차례 윤석열-이재명 사이의 대결 무대가 되는 것이 불가피해졌다. 너무 일찍 찾아온 '리턴 매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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