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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태규 Oct 12. 2021

외교전문의 '시대착오' 용어 : '귀관', '당관',

오사카총영사 시절 이야기

지난 번 외교 공문(전문)을 쓸 때 보고하는 위치에 있는 공관장이 '본직'이라고 쓰는 것이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글을 쓴 뒤, 공관장 경험이 있는 몇 사람이 의견을 전해왔다. 나도 공관장을 하면서 경험한 일이어서, '제2탄'으로 '외교 공문(전문)에서 이런 용어를 바꾸자'는 얘기를 하려고 한다. 

 먼저, 본직에 대가 되는 용어가 '귀직(貴職)'이다. "귀직은 ~ 일을 ~까지 보고하라"는 본부의 지시 공문에 주로 나오는 용어다. 공관장인 나는 수동적인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본직'처럼 어떻게 바꿔쓸 것인지 적극적으로 고민해보지 않았다. 하지만 '귀직'보다는 '공관장'이나 '~대사', `~총영사'로 불러도 무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한 적이 있다.

'당관(當館)'은 보고하는 위치에 있는 공관이 쓰는 용어다. 나는 이것은 보고하는 사람이 주도적으로 바꿔 쓸 수 있다고 생각해, '우리 총영사관'으로 고쳐 썼다. 그래도 많은 직원들이, 오래 된 근무자일수록 아직 이런 용어에 익숙하다. 

자신을 낮춰부르는 '소직(小職)'이라는 용어도 전문에 쓰는 경우가 있다고 하는데, 나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주로 대통령 특사로 외국을 방문한 뒤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한다고 생각하고 이런 호칭을 쓴다고 하는데, 지금도 그런 용어를 쓰는지는 모르겠다. 만약 그렇다면 가장 '봉건적인 용어'가 아닐까, 생각한다.

외교전문에 상관의 관직 뒤에 '님'을 붙이는 습관도 우습다.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는 공문서는 기본적으로 평어체로 쓰는 것이 원칙이다. 개인 사이의 사신이라면 존칭을 쓰는 것도 문제가 없겠지만, 공문서에 존칭을 쓰다보면 존칭의 인플레를 감당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윗사람들도 전문을 볼 때 '~님"이라고 자신을 표현하지 않았다고 마음 상해하지 말고 오히려 '그렇게 해야 한다'고 격려해야 이런 관행이 빨리 고쳐질 것이다.

외교부 외의 부처에서 외교공관에 파견돼 일하거나 국내의 다른 부처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외교부가 쓰는 용어가 유독 옛날 식의 문어체, 고식적인 용어가 많다고 한다. 외교부 사람들은 예전 텔레테이프로 전문을 보낼 때 한 자라도 줄여 비용을 줄이기 위해 쓰던 관행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지금은 '무제한-무비용'으로 글을 쓸 수 있는 인터넷 시대이니, 이런 관행은 끝낼 때도 됐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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