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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태규 Feb 23. 2023

문화방송이 만든 '피지컬 100'을 보며 든 생각

ott, 플랫폼, 넷플릭스

<문화방송>이 최근, OTT 서비스인 넷플릭스에 '피지컬 100'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을 출시했습니다.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운동 선수(일부 외국인 포함)나 운동 애호가 100명을 출연시켜 '누가 가장 체력적으로 강한가'를 겨루는 생존 경기입니다. 모두 9편인데 설날 연휴 마지막 날인 1월 24일(화)에 첫 두 편을 방영했습니다. 그 뒤 매주 화요일마다 2편씩 방영(마지막 회인 9회는 1편)하는 것을 출시할 때마다 재미 있게 봤습니다.


드디어 2월 21일, 개인과 집단 겨루기를 포함한 여러 과정을 통해 올라온 5명이 최후의 승자를 가리는 마지막 회가 방영됐습니다. 결과는 많은 사람이 아시겠지만, 루지 선수인 박진용씨가 경륜 선수인 정해민씨를 누르고 우승을 했습니다. 저는 정씨가 그동안 펼쳐온 기량이나 체력으로 보아 이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끈기와 인내력을 발휘한 박씨가 최종 우승자가 되면서 상금 3억원을 획득했습니다.


저는 이 프로그램을 재임에 실패한 박성제 <문화방송> 사장이 얼숲(페이스북)에 쓴 글을 보고 알게 되어 봤습니다. 이 방송의 장호기 프로듀서가 만든 이 프로그램이 넷플릭스에 방영된 전 세계 프로그램 중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니, 축하할 일입니다.


저는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몇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나는 프로그램 내용이 주는 감동입니다. 체력을 겨루는 일은 사술이 통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정직합니다. 하지만 애초 가장 강한 체력을 타고난 사람이 이길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한계 속에서도 예상을 뛰어넘는 감동을 볼 수 있습니다. 저는 두 가지가 감동적이었습니다. 첫 번째는 유도선수 출신인 46살의 추성훈씨가 20대가 즐비한 경쟁자를 물리치고 최종 후보 20명에 들었다는 점입니다. 원초적 한계인 나이를 극복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그는 또 집단 경기에서 훌륭한 지휘자이자 조율사이기도 했습니다. 그가 왜 훌륭한지는 직접 프로그램을 보면서 확인하기 바랍니다.


두 번째 감동은 1.5톤 짜리 배를 끌고 옮기는 경기입니다. 10명이 한 팀이 되어 벌이는경기니까 체력이 강한 남성이 많은 팀이 절대적으로 유리합니다. 그런데 장은실-김상욱 팀은 여자가 4명이나 포함됐고, 가장 왜소한 남자들로 구성돼 있어 당연한 꼴지로 꼽혔습니다. 그들이 과연 배를 옮길 수 있을지도 걱정이 됐습니다. 하지만 막상 경기를 해 보니 훌륭한 협동정신을 발휘해 배를 옮겼습니다. 결과는 간발의 차이로 4등을 하면서 탈락했지만, 경기는 힘만으로만 되지 않는다는 걸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나는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그들에게 가장 큰 박수를 보냈습니다.


이번은 내용과는 좀 다른 얘기입니다. 나는 <문화방송>이 OTT에 프로그램을 출시한 것이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로 전통적인 미디어는 새로운 플랫폼이 나올 때마다 자신이 플랫폼도 만들거나 주도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거의 참담했습니다.


내가 2009년부터 1년 반 정도 한겨레에서 디지털미디어본부장을 했던 때의 경험입니다. 이때 한겨레TV를 시작했는데 TV쪽을 담당하는 사람들은 자제 플랫폼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나는 자제 플랫폼을 갖는 것은 서버도 가지고 있어야 하고 확장성도 없고 앞으로 유지 관리비도 폭증하니 유투브를 활용하자고 했습니다. 하지만 워낙 그쪽의 주장이 강해 두 가지를 모두 활용하는 것으로 타협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보면, 동영상을 내보는 기업이나 사람들은 모두 유투브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나는 <문화방송>이 자체 플랫폼 또는 국내 방송사 연합의 플랫폼이 아니라 넷플릭스를 활용한 것은 아주 좋은 결정이라고 봅니다. 프로그램을 잘 만드는 것이 생명이 미디어 회사는 좋은 미디어 물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유통은 유통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에 맞기는 게 좋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물론 유통의 횡포에 맞서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여기선 그에 관해 자세하게 다루지 않겠습니다.


또 한 가지 곁들여 드는 각은 OTT(Over The Top)를 우리말로 표현할 수 없을까 하는 고민입니다. 그저 번역하기 여럽다고 영어를 쓰기 시작하면 우리말이 외국말 범벅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영어 말 뜻을 살리리면서 세 글자 정도로 '너머망'이라고 부르면 어떨까 생각하는데, 과연 이것이 퍼져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긴 합니다. 하지만 문제의식은 분명합니다. 페이스북을 얼숲, 페이스북 친구를 얼숲 친구, 홈페이지를 누리집 등으로 바꿔 부르듯이 우리말 표현을 찾는 게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이상 주절주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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