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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태규 Aug 21. 2023

어떻게 '인류의 절멸'을 막을 것인가

기후 위기, 핵전쟁 위기, <신냉전에 반대한다>, 우크라이나전쟁, 대만

최근 세계 정세가 매우 어수선하다. 


2022년 초에 시작한 우크라이나 전쟁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장기전 양상으로 들어갔고, 동아시아에서도 대만을 놓고 중국과 미국 사이에 군사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군사적인 측면만이 아니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패권 경쟁이 가속화하고 있는 속에서, 자유무역은 퇴조하고 경제권의 블록화와 분절이 강해지고 있다. 지구온난화가 심해지면서 홍수, 태풍, 질병 등이 빈발하는 생태 위기도 커지고 있다.


 이런 갈등과 위기로 인한 피해로 전세계가 고통을 겪고 있다. 그중에서도 정치, 군사, 경제적으로 가장 취약한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는 우리나라가 받는 고통은 더 욱 심하다.


이런 파멸적인 흐름에 하루라도 빨리 제동을 걸지 않으면 머지 않아 지구가 절멸할 것이라는 얘기는 더이상 논리적인 주장이 아니다. 임박한 현실이다.


<신냉전에 반대한다>(두번째 테제, 비자이 프라샤드 엮음, 데보라 베네치알레, 존 로스, 존 벨라미 포스터 지음, 심태은, 이재오, 황정은 옮김, 2022년 12월)는 핵 전쟁과 기후 위기로 절멸 위기에 처한 인류가, 이에 어떻게 맞서 행동할 것인가를 담은 책이다. 출판사는 "제3세계 운동을 정력적으로 소개하며 전쟁 반대 및 사회주의 운동을 펼치고 있는 사학자이자 언론인, 트라이컨티넨탈 사회연구소장인 비자이 프라샤드가 현재 벌어지는 전쟁에 반대하며 미 제국주의의 문제를 제기하고자 기획 출간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쉽게 말해, 세계의 내로라하는 진보 좌파가 보는 세계 위기와 대응 방안을 전하는 책이라고 보면 된다.


146쪽의 분량밖에 되지 않는 책에는, 비자이 프라샤드의 서문과 함께 영국 출신으로 중국 런민대학교 중앙금융연구소 선임 연구원을 맡고 있는 존 로스,  이탈리아 출신 언론인 데브라 베네치알레, 미국의 유명한 진보매체 <먼슬리리뷰> 편집장인 존 벨라미 포스터 오리건대학교 명예교수 세 명의 글이 들어 있다.


먼저 편집자인 비자이 프라샤드는 서문에서, 최근 세계에서 전방위적으로 벌어지는 신냉전을 방불케 하는 미국의 군사행동에 대해 "유라시아 통합이라는 역사적 사실은 미국과 대서양 엘리트 계층의 우위를 위협한다"면서 "이 위협 때문에 미국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러시아와 중국을 '약화'하려고 위험한 일을 벌이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런 행동을 하는 미국 엘리트층의 머리 속에는 '장기간의 이득을 위한 단기간의 고통'이라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한다. 즉, 장기적인 이익을 위해 단기적 고통을 기꺼이 감수하는 게 그들의 전략이라는 것이다.


존 로스는 <미국이 세계에서 더 많은 군사침략을 벌이는 이유>라는 글에서, 최근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확대하면서 러시아를 압박하는 동시에 대만해협 위기를 조성해 중국과 갈등을 증폭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그는 미국이 경제력은 계속 추락하고 있지만 여전히 군사력은 막강하다면서, 군사력이 확실한 우위에 있을 때 이를 이용해 추락하는 경제 위상을 보완하고 1등 국가의 위치를 유지하려고 더 많은 군사 침략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경제력이 크게 성장한 중국과, 남반부 국가들을 중심으로 한 셰계인의 저항이 이런 미국의 공세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어 이탈리아 언론인인 데보라 베네치알레는 <미국을 전쟁으로 이끄는 것은 과연 누구인가?>에서 미국이 군사주의를 추구하는 원인을 다각도로 분석한다. 우선 미국 정치 엘리트들이 민주당이나 공화당을 가리지 않고 자신들의 전략을 세우는 여러 싱크탱크와 연구소 등 조직을 통해 유착 관계를 형성하고, 그 전략을 세계에 관철하고 있다고 사시를 지적한다. 특히, 조 바이든 정부에 와서는 민주당의 자유주의 매파와 공화당의 네오콘이 전략적으로 완전히 하나가 됐다고 말한다. 게다가 헌법에 따른 기본 원칙인 견제와 균형이 전혀 작동하고 있지 않는 방향으로 미국의 정치가 변질되면서 이런 움직임에 제동을 걸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먼슬리 리뷰〉 편집장인 존 벨라미 포스터는 <21세기 생태와 평화 운동을 위한 ‘절멸주의에 관한 노트’>에서 미국의 핵 전략이 핵전쟁을 벌이더라도 미국의 우위를 점하겠다는 핵 겨울, 즉 핵 절멸주의로 발전해왔고 이를 시행하려고 하고 있다고 고발한다. 냉전기 소련과의 핵 경쟁에서는 상호확증파괴라는 개념으로 핵의 균형이 이뤄졌지만 이러한 균형은 군사적으로 모든 것에서 앞서겠다는 확전우위 개념에 의해 점차 사라지고 있으며, 이것이 미국 우위의 단극 체제에서 핵전쟁의 위험으로 나타나게 되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도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핵 우위를 확실하게 하려는 하나의 시도라는 얘기다.


존 벨라미 포스터는 이렇게 절멸주의를 소개하며 인류가 직면한 두 가지 절멸주의, 즉 기후 변화로 인한 절멸과 핵전쟁으로 인한 절멸에 대해서 진지한 고찰과 행동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가 글 마지막에 남긴 다음의 말은 이 책의 주제라고 할 만하다.


 “오늘날 우리는 절멸주의와 인간의 생존을 위한 생태적 필수조건이라는 두 가지 선택지에 직면했다. 전 세계적 생존 위기를 일으킨 두 가지 요인, 즉 자본주의와 ‘유한한 환경 속에서 자본 축적과 제국주의 권력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시킨다’는 자본주의의 말도 안 되는 목표가 이제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이 고삐 풀린 위협에 맞서는 유일한 방법은 생태와 평화에 기반한 전 세계의 혁명적인 운동이다.”

 

적은 분량이지만 생각할 거리를 많이 제공한다. 기후 위기와 핵 전쟁 위기가 겹쳐 생기는 인류 절멸 위기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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