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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태규 Sep 10. 2023

9.11 테러 22주기에 <터닝 포인트>를 강추한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부시 행정부, 이라크, 아프간

2001년 9월 11일, 나는 그때 도쿄에 있었다. <한겨레> 도쿄 특파원으로 일을 할 때다.


그날 저녁 텔레비전을 보다가 기겁을 했다. 비행기가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건물에 부딪히는 장면이 나왔다. 영화에서도 볼 수 없는 극적인 장면이었다. 텔레비전 화면에서 눈을 떼 수 없었다. 바로 9.11 동시다발 테러다.


벌써 그 끔직한 사건이 난 지도 22년이 지났다. 그러나 그 여파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마침 넷플릭스를 둘러보다가 9.11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5부작 <터닝 포인트 : 9/11 그리고 테러와의 전쟁>을 발견했다. 9.11테러 20주년을 계기로 출시한 작품이라고 한다.


이 작품은 이미 여기저기서 많이 소개됐으므로, 내용을 자세하게 다시 설명하지는 않겠다. 다만, 이 작품을 보면, 분노와 보복에 기반한 정책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알 수 있다. 또 광기의 시대에는 이성이 작동하기 힘들다는 것도 알 수 있다.


미국은 3000명이 사망한 이 사건을 계기로, 테러와 전쟁에 돌입한다. 첫 공격 대상은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다음은 이라크였다. 당시 아들 부시 대통령과 행정부는 국민의 분노를 활용해 의호로부터 전쟁을 할 수 있는 무소불위의 권한을 얻어낸다. 그리고 아프간을 공격하고, 그 다음 2003년에는 이라크를 침공한다.


이라크가 테러조직인 알카에다를 지원하고 대량살상무기를 숨기고 있다는 명분을 제시하지만, 거짓이었다.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이 미국 말을 잘 안들으니 이번 기회에 손 좀 봐줘야 한다는 그런 차원의 공격이었다. 또 국내적으로도 애국자법을 만들어 국가보안국(NSA)가 합법적으로 시민을 도청, 감시할 수 있게 한다. 강화된 심문기법이라는 이름으로 물고문, 잠재우지 않기 고문 등을 합법화하고, 테러 연루자를 미국법을 적용하지 않아도 되는 쿠바의 관타나모형무소에 가두고 혹독하게 대한다.


미국은 대내외적으로 막대한 물량을 투입하면서 테러와 전쟁을 했지만, 결국 안전한 세계,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실패했다. 물론 알카에다 최고 지도자인 빈 라덴의 숙소를 급습해 사살했지만 말이다.


이 다큐멘타리 5부를 본 소감은, 한 마디로 악은 악으로 제압할 수도 없앨 수도 없다는 것이다. 광기가 분출할 때 지도자는 냉철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걸, 이 드라마는 보여준다.


요즘 세상이 어지럽다. 이 다큐멘터리는 이런 어지러운 세상에 지도자가, 우리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에 관해 좋은 교훈을 던져준다. 마침 9.11 테러 사건 22주기이니, 시간이 있으신 분들은 한 번 찾아 보기를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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