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총영사 시절 이야기
일본에는 한국계 민족학교가 모두 4개 있다. 도쿄에 있는 도쿄한국학교를 제외하고는, 모두 오사카총영사관 관할지역인 오사카(2개)와 교토(1개)에 있다.
오사카에는 백두학원 건국학교와 금강학원 금강학교가 있고, 교토에는 교토국제학원 교토국제학교가 있다. 오사카총영사관 관할 안에 있는 세 학교는 모두 일본 정부의 인가를 받은 1조교다. 일본 문부과학성이 정한 교과과정을 따른다. 1조교이지만, 교과 범위와 과외 편성을 통해 한국말, 한국문화, 한국역사를 많이 가르치려고 노력하고 있다.
반면, 도쿄의 도교한국학교는 일본 정부의 교과과정을 따르지 않는 각종학교다. 도쿄한국학교도 처음은 재일동포 학교로 시작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주재원 자녀 중심의 학교로 성격이 변질되면서, 한국 교육과정을 배우는 각종학교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간사이지역 민족학교 중에서 가장 먼저 생긴 곳은 백두학원 건국학교다. 1946년에 동포들이 세운 건국공업학교, 건국고등여학교가 전신으로, 지금은 유치원에서 초, 중, 고까지 일관 교육체제를 갖추고 있다. 두 번째로 생긴 학교가 금강학원 금강학교이다. 백두학원보다 한 달 늦게 설립됐다. 올해부터 국제화 흐름에 맞춰 학교 이름을 오사카금강인터내셔날 소(초), 중, 고로 이름을 바꿨다. 2019년부터 OK금융그룹 회장으로 있는 재일동포 출신 기업인 최윤씨가 이사장을 맡고 있다.
최근 해방 이후 외국계 학교(한국계 민족학교)로서 최초로 고시엔에 출전해 한국 안에서도 널리 알려진 교토국제학원 교토고는 간사이지역 세 민족학교 중 막내다. 교토국제학교는 1947년 교토조선학교로 시작했다. 백두학원이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금강학원이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교토국제학원이 중학교, 고등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교토국제고의 고시엔 출전으로 "동해바다 건너"로 시작하는 교토국제고의 한글교가가 유명해졌지만, 간사이지역의 세 민족학교는 모두 한글교가를 부르고 있다. 또 백두학원 건국학교의 전통예술부는 교토국제고의 야구부 못지 않게 유명하다. 한국의 전통악기와 민속춤을 가미한 전통예술부의 공연은 지역에서 열리는 거의 모든 재일동포 행사에 단골손님으로 초청된다. 2019년 6월 주요20국 정상회의에 참석차 오사카에 온 문재인 대통령이 주최한 동포간담회에서도 건국학교 전통예술부가 박력 있는 민속공연으로 간담회장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든 바 있다. 금강학원은 태권도부가 유명하다.
아마 세계의 어느 공관도 관할지 안에 '한국계 민족학교'가 세 개나 몰려 있는 곳은 없을 것이다. 그만큼 동포가 밀집되어 있는 지역이라는 얘기다. 최근엔 세 학교 모두 동포 자녀보다 일본국적 학생 비율이 더욱 높다. 한류의 영향을 포함해, 젊은 층에서 한일교류가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는 흐름의 하나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조선학교에 비하면, 한국계 민족학교의 수는 초라하다. <아사히신문>의 보도(2020년 11월 22일자)에 따르면, 조선학교는 현재 28개 도도부현(전국 47개 도도부현)에 64개의 학교가 있다. 이것도 최근 들어 많이 줄어든 숫자다. 한국 정부가 그동안 재일동포 민족교육에 소홀했다는 비판이 많이 쏟아져 나오는 이유를 이 숫자로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