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태규 Jan 29. 2024

트럼프와 그 진영 내막 '깊이 알기'

쿠슈너, 이방카, 재슈너, 배넌, 제2기 트럼프, 인맥, 정책

도널드 트럼프의 시대가 다시 열리는가? 2024년 11월의 미국 대선이 다가올수록 트럼프가 다시 당선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는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미국 정치뿐 아니라 세계 정치의 이단아라고 할 수 있는 그의 당선은 미국과 국제사회에 어떤 충격과 변화를 몰고 올까. 벌써부터 세계의 많은 전문가들이 다양한 진단을 내놓고 있다.


미국의 국력이 퇴조하고 국제사회가 미국 일극 시대에서 다극 시대로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미국의 힘은 막강하다. 지는 해가 더욱 아름다운 것처럼, 지는 패권국가가 더욱 무섭다는 말도 있다. 더욱이 지는 미국을 이끌 최고 지도자가 예측불허의 럭비공인 트럼프라면 세계 각국이 더욱 신경을 곤두세우며 경계할 만하다.


<화염과 분노>(은행나무, 마이클 울프 지음, 장경덕 옮김, 2018년 3월)는, 2016년 대선에서 모든 예측을 뒤엎고 승리했던 트럼프의 선거운동 본부와 트럼프의 초대 백악관 내부를 속속들이 보여준다. 미국 언론인 마이클 울프가 트럼프를 비롯해 그의 주변 인물 200여명을 인터뷰한 기록을 중심으로 쓴 책이다. 그래서인지 트럼프 진영의 내막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뭔가를 평가하려면 먼저 사실을 수집한 뒤 그것을 토대로 분석해야 하는데, 이 책은 트럼프와 그 진영 사람들을 이해하고 평가하기 위한 가장 기본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참고로, 이 책의 제목은 트럼프가 북한의 김정은 국무 위원장과 갈등 과정에서 내뱉은 거친 표현에서 따왔다.


이 책은 대외정책보다는 권력 내부, 즉 선거캠프 및 백악관 안에서 권력투쟁과 트럼프의 행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큰 줄거리는, 트럼프의 대선 승리에 큰 기여를 한 스티브 배넌(우파 온라인 매체 <브레이트 비트> 창립자) 백악관 수석 전략가 진영과, 트럼프의 딸 이방카 및 그의 남편 재러드 쿠슈너 진영의 권력투쟁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재러드 쿠슈너와 이방카 부부를 여기서 '재방카'로 부르는데, 배넌이 그렇게 작명했다. 정책노선으로 보면, 재방카 진영은 친 민주당 성향인 데 비해 배넌 진영은 전통적인 공화당보다도 훨씬 오른쪽 성향이다. 이것만으로도 두 진영의 싸움은 불가피했으리라.


두 진영 사이의 싸움은 백악관 직원 임명과 대내외 정책을 둘러싸고 본격적으로 벌어진다. 구체적으로 선거운동 과정에서 러시아와 유착 문제,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해임, 아프간에서 미군 철수 등을 둘러싸고, 두 진영의 암투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특히, 대외정책에서 트럼프는 국무부 등의 전문가를 믿지 않고 중동을 비롯해 멕시코, 사우디아라비아, 캐나다 등에 관한 책임을 트럼프 사위인 쿠슈너에게 맡겼다. 제2기 트럼프 정권의 대외정책과 관련해 쿠슈너의 존재를 다시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가 트럼프가 당선되자마자 당선인 신분의 트럼프를 뉴욕의 트럼프타워로 쫓아가 만날 때  재방카 라인을 활용했다고 알려졌다. 이 책을 보니 당시 일본이 급소를 제대로 찔렀다. 제2기 트럼프 정권 탄생 가능성이 커지자  이번에도 일본은 다시 트럼프와 직통라인을 구축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올해 초 자민당의 실세 아소 다로 부총재가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와 직접 소통 창구를 뚫으려고 시도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책에서 자주 나오듯이, 트럼프는 참을성이 없고 충동적이며, 복잡한 설명을 길게 듣지 못하는 성격이다. 책이나 문서도 전혀 읽지 않고 <폭스> 방송을 하루 종일 틀어놓고 트위터에 열중한다. 자기 과시적이고 무시당하는 걸 참지 못한다. 관료조직을 신뢰하지 않는다. 부동산 사업자답게 자신 또는 미국에 어떤 이익이 되느냐로 거의 모든 사안을 판단한다. 이런 성향은 이미  그의 첫 4년의 집권 기간을 통해서 거듭 확인됐다. 어떤 사람이라도 이미 굳어진 성격을 바꾸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럭비공 트럼프에 대한 대책도 이런 성격 분석을 기본으로 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은 배넌이 권력투쟁에서 패배하고 백악관을 떠나는 2017년 9월까지 얘기를 담고 있다. 배넌은 백악관을 떠난 뒤 자신이 "내가 민족주의적 포퓰리즘의 지도자"라면서 2020년 대선에 나올 뜻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보면 그럴 가능성은커녕 제2기 트럼프 정권에 합류할 가능성도 없다. 반면, 재방카의 위세는 더욱 강해지면 강해졌지 절대 약해지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가 재선되면 1기 때 활약했던 측근이나 참모는 찾아보기 힘들 것 같다. 주로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은 트럼프의 '통제할 수 없는 변수'에 질린 사람이 대부분이어서, 다시 돌아올 가능성이 크지 않다. 다만, 재방카는 다르다. 그들은 친족이기 때문에 트럼프의 곁에 붙어 있을 것이고, 2기 때 더욱 큰 힘을 행사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더구나 이 책엔 이방카가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노리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우리나라의 대외정책을 다루는 사람들도 트럼프에 조금이라도 쉽게 접근하고 움직이려면  미리 재방카 쪽에 굵은 파이프를 만들어 놓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물론 배넌이 1기 트럼프 정권 때 권력투쟁에서 패배했고 제2기 때 복귀할 가능성이 없다고 해서, 그가 깔아놨던 트럼프 1기의 정책이 완전히 없어질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배넌은 백악관에 들어간 뒤 처음 참석한 대외 행사(보수정치행동회의, CPAC 총회)에 참석해, 트럼프가 이룬 일을 세 가지로 정리해 발표했다. 국가 안보와 주권, 경제 민족주의, 행정국가의 해체다. 또 배넌은 트럼피즘의 핵심 축은 중국이라면서 중국과 상업 전쟁, 무역전쟁, 문화전쟁, 외교전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런 배넌의 생각은 2기 트럼프 정권 때에도 사리지지 않고 더욱 강화된 형태로 이어질 것으로 봐야 한다.


이 책은 8~9년 전의 트럼프 선거운동 진영과 백악관에서 일어난 일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지금도 트럼프 정치의 속성을 이해하는 데 많은 시사를 제공해 준다. 트럼프를 둘러싼 인물은 바뀌겠지만, 그를 관통하는 생각과 정책, 가족을 비롯한 핵심 인물은 그대로 존재할 것이기 때문이다.


2기 트럼프 정권 탄생이 가능성에서 현실성으로 변해가는 시점에서 이 책은 유비무환, 지피지기 백전무태 차원에서 다시 꼼꼼하게 읽어볼 충분한 가치가 있다.

작가의 이전글 '재벌의 정치 이용'보다 더욱 심한 '재난의 정치이용'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