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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태규 Sep 16. 2024

서평 : 질문을 잘 해야 돈도 잘 번다.

이광수, 광수네복덕방,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느닷없이 누군가한테 이런 질문을 받았다고 하자. 어떻게 답을 할 것인가? 우선 질문의 뜻을 잘 알아야 할 것이다.


질문의 뜻을, '어떻게 생활을 할 것인가?(How to live)'로 받아들인 사람과 '물건을 어떻게 살 것인가?(How to buy)로 받아들인 사람의 대답은 전혀 딴판일 것이다. '산다'라는 한국어 단어에 여러 뜻이 담겨 있으니, 혼동이 이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실생활에서는 이런 혼동이 생길 가능성은 거의 없다. 물건을 살 때 이런 질문을 받고 'How to live'로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고, 인생을 논하는 자리에서 이런 질문을 받고  'How to buy'로 생각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독립 리서치 회사 '광수네 복덕방'의 대표인 이광수 씨가 굳이 한글로 <어떻게 살 것인가>(에덴하우스, 이광수 지음, 2024년 4월)라는 제목의 책을 낸 것은, 한국어가 가진 다의성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형식적으로는 주택,  즉 부동산 투자 잘하는 법을 가르쳐 주는 듯하지만, 내용적으로는 잘 생각하는 법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먼저 베스트셀러가 된 책이 있다. 유시민 작가가 10여년 전인 2013년 '생각의 길'이라는 출판사에서 낸 책이다. 이것이 삶의 지혜를 다룬 철학서라고 한다면, 이광수씨 책은 주택(부동산) 매매 방법을 다룬 실용서다. 아마 이광수씨나 이씨 책을 낸 출판사가 유시민씨의 베스트셀러 제목을 활용하려고 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미 말했듯이 이씨의 책은 단지 부동산을 잘 사는 법만 말하고 있지 않다. 잘 사기(buy) 위해서 잘 사는(live)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그의 책은 실용서이면서 철학서라고도 할 수 있겠다.


저자 이씨는 오랫동안 경제 애널리스트로 활동했고 건설회사를 다녔다. 지금은 '광수네 복덕방' 대표로서 투자를 통해 빈부격차를 해소하고,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독립 리서치 회사 '광수네 복덕방'을 차렸다. 이 책은 이 회사를 차리고 처음 낸 것이다.


돈이 돈을 버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가 말하는 '투자를 통해 빈부격차를 해소하고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꿈을 실현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날이 갈수록 신자유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빈익빈-부익부의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데 그의 이런 꿈이 실현될 수 있는 것인지 개인적으로 매우 회의적이다. 하지만 자본주의의 자본 증식 기법인 투자를 통해 빈부격차와 사회 불평등 해소에 기여하고 싶다는 그의 생각만은 높이 평가한다. 전부는 아니더라도 약간은 그의 조언이 그런 방향으로 기여할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이 책은 3장로 돼 있다. 1장이 '어떻게 살 것인가'이고, 2장과 3장이 '어떻게 할 것인가'와 '어떻게 될 것인가'다. 흐름으로 보면 투자하는 자세에서 행동하는 법, 시장 전망 순으로 돼 있다.


책에는 집 없는 사람 또는 집에 투자하려는 사람이 어떻게 투자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지가 통계자료와 분석을 통해 잘 나와 있으니,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읽으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나도 20년~30년 전에 이 책을 봤다면, 집 마련하는 데 훨씬 보탬이 됐을 텐데 하는 생각을 했다.


그의 조언을 내 나름대로 요약하면, 자산 시장은 가격은 하락하는데 거래량이 증가할 때 투자하기 가장 좋은 시점이라는 것이다. 그를 위해 시장의 변동 원인을 겸손한 자세로 면밀하게 파악하는 게 선결과제라는 게 그의 조언이다.


내가 이 책에서 매력을 느낀 것은, 그가 가르쳐 주는 투자하는 법(how to buy)이 아니라 그가 암시하고 있는 삶을 살아가는 법(how to live)이다. 예를 들어, 1장의 제목을 보자. 첫 글의 제목이 '실력이라는 착각'이고, 둘째 글의 제목이 '겸손만이 살아남는다'이다. 물건을 살 때도 실력만 믿고 설치는 사람은 실패할 가능성이 크니 겸손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보다 더 훌륭한 인생의 지혜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2장의 첫 글은 '모든 일은 질문에서 시작한다'이고, 두 번째 글은 '나만의 판단 기준을 설정하라'이다. 이 또한 일상생활을 하면서 꼭 귀담아들어야 할 얘기다. 


그의 말 중에서 기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만한 것도 많다. 에필로그에 들어 있는 '질문이 필요합니다'라는 글에서, 그는 '좋은 질문을 하지 않으면 좋은 답을 얻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왜'라는 변동 요인을 묻는 질문, 답이 가능한 질문, 핵심을 찾는 질문이 좋은 질문을 구성하는 3요소라고 강조했다. 질문하지 않는 기자, 좋은 질문을 하지 못하는 기자가 많은 숱한 언론계에 죽비 같은 소리가 아닌가?


'문제는 생각이다'라는 글에 나오는 말도 요즘 기자들이 꼭 경청할 만하다.


"우리는 누구나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내 집을 마련할 거야!' '돈을 벌 거야!' 성공한 사람도, 성공하지 못한 사람도 목표는 똑같습니다. 그렇다면 차이는 목표에 있지 않습니다. 자산 시장에서 가장 큰 차이를 만드는 요소는 '생각'입니다. 어떻게 판단하느냐입니다." (217쪽)


객관주의라는 허깨비에 빠져 단순한 사실 전달로 모든 것을 했다고 생각하는 기자들에게, 아냐 중요한 것은 판단이고 시각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나에게는 들렸다.


이 책을 덮으면서 저자가 이 책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은 투자를 잘하는 것과 삶을 잘 사는 것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것이 아닐까,라고 짐작했다. 그래서 책 제목도 일부러 중의적 뜻을 담은 '어떻게 살 것인가'로 했을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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