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히틀러, 트럼프, 그리고 윤석열의 어법?

클렘페러, <제3제국의 언어>, 선동, 기만

by 오태규

오늘(2025년 2월 3일) 자 일본 <아사히신문>의 유서 깊은 1면 칼럼 <천성인어>에 '트럼프 어법'이란 제목의 다음과 같은 글이 실렸다.


유대인 언어학자 클렘페러의 <제3제국의 언어>를 다시 읽고 있다. 히틀러 시대의 박해를 피해간 그는 나치의 어법을 당시 비밀리에 적어 놓았다. 특징의 하나는 형용사에 있다. ▼매우 자명한 당의 행위에도, 역사적인·선례가 없는·영원한, 이라고 하는 수식을 붙인다. 호언장담이나 거짓말이라도, 반복되면 압도되어 버린다고 쓰고 있다. ▼안이하게 비교하는 것은 피해야 할 것이다. 다만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는 것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말투다. "역사적인 대통령령에 서명한다, 미국은 그 어느 때보다 위대하고 강하며 훨씬 예외적이 된다." 취임 연설의 한 구절이다. 말의 화살이 자신을 향하고 있는 것 뿐이라면 그래도 좋다. 그러나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도 있다. ▼얼마 전 트랜스젠더에 관한 대통령령에 트럼프는 서명했다. 태어났을 때와 다른 성별을 군인이 표명하는 것은, '고결하고 성실하고, 규율있는 생활'을 보낸다고 하는 맹세에 반한다고 되어 있다. 불합리한 화살이 향하고 있는 것은, 전체의 0·7%에 해당한다고 한다 ▼수의 다소가 아니다. 자신은 해당되지 않는다고 방관하다 보면 불똥이 튄다. 함께 지워줄 사람은 이제 없다. 그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거칠고 방자한 발언에 익숙해져서는 안 된다. 클렘페러는 말한다. 말은 아주 적은 비소 한 모금 같은 것일 수도 있다. (중략) 아무런 주목도 받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역시 그 독성은 나타난다.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의 언어에도 시시하는 바가 크다. 윤의 무수한 연설 중 하나만 보자. 그는 11월 7일 열린 이른바 '끝장 기자회견'의 대국민 연설 중에 이렇게 말했다.


이제 경제가 기지개를 켜고 있습니다.


올해 수출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경상수지 흑자도 7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올해 경제성장률도

잠재성장률 2%를 상회할 전망입니다.


거짓말도 이런 거짓말이 없다. 누구나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고 아우성을 치고 있는데 얼굴색 하나 바꾸지 않고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되뇌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의 연설을 보면 거짓과 과장이 수두룩하다.


교묘한 말로 국민을 현혹한 히틀러와 트럼프의 어법을 흉내내려고 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내가 보기엔 윤석열의 어법은 그들에 비해서도 너무 천박하고 후지다. 그래서 국민을 속이는 데 실패했는지도 모르니 다행이라고나 할까?

keyword
작가의 이전글<반일 종족주의>의 주전장 '위안부 서술' 격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