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누가 진실을 전복하려 하는가>, 선전선동, 오보, 허보, 조작
잘못된 정보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오정보(misinformation)이고, 또 하나는 역정보(disinformation)다. 보도의 관점에서 보면, 오정보는 오보이고 역정보는 허보(허위 보도, 조작 보도)라고 할 수 있다.
오정보는 단순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역정보는 의도성을 가지고 선별적으로 조작한 허위 정보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세계적으로 역정보가 범람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쏟아내는 말 중 역정보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관세 전쟁을 하면서 상대국의 통계를 의도적으로 부풀려 공격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미국까지 갈 필요도 없다. 윤석열 내란 국면에서 <스카이데일리>를 비롯한 극우 언론과 세력이 부정선거에 개입한 중국인 99명을 미군이 오키나와 미군 기지로 이송해 조사하고 있다는 것이 역정보가 아니고 무엇인가.
역정보는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뻔히 아는 개인이나 집단이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꾸미는 작전이라는 점에서 매우 심각하다. 진실을 도살하고 부정론자 군대를 양성한다. 더구나 요즘 세상에서는 정보통신의 급속한 발달로 이런 역정보가 순식간에 광범위하게 퍼진다. 이로써 사회에는 의심과 분열, 불신이 판치고 역정보를 꾸며내는 자가 막대한 이익을 누린다.
<누가 진실을 전복하려 하는가-역정보와 가짜 뉴스, 프로파간다로부터 민주주의 지키기>(두리반, 리 매킨타이어 지음, 김재경 옮김, 정준희 해제, 2024년 11월)은 역정보를 생산하고 퍼뜨리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추적하고 그에 맞서는 법을 제시하는 책이다. 리 매킨타이어는 2016년 트럼프 1기 정권의 등장 이래 정보 조작을 비판하고 이에 맞서는 책을 연달아 내고 있는 미국의 정치 사회 철학자다. 탈진실의 문제를 다룬 <포스트 트루스>도 그의 저서다.
이 책은 '역정보와 가짜 뉴스, 프로파간다로부터 민주주의를 지키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지만, 실제로는 전적으로 역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원제가 <On Disinformation : How to Fight for Truth and Protect Democracy>로 돼 있는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가짜 뉴스는 역정보와 비슷한 개념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프로파간다는 선전 수법을 가리킨다는 점에서 차원이 다른 개념이다.
이 책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뉜다. 역정보를 창조하는 자, 역정보를 퍼뜨리는 자, 역정보를 믿는 자를 살펴본 뒤 역정보와 맞서 이기는 법을 제시한다.
역정보를 창조하는 사람들의 원형은, 1950년대 담배 회사들이 흡연과 폐암의 연관성을 부정할 때 써먹었던 과학 부정론 수법이다. 그때 담배 회사들은 피아르(PR) 전문가의 다음과 같은 조언을 받아들여 시행했다. "과학과 맞서 싸워라. 미국 신문에 전면 광고를 내보내라. 과학자를 고용해 담배가 폐암과 관련이 없다는 대안 서사를 구축하라. 흡연 논쟁에서 양쪽 진영 모두가 말할 기회를 갖도록 기자, 편집자, 출판사를 구슬려라. 흡연 논쟁이 아직 아무것도 증명되지 않은 열린 과학 논쟁임 강력하게 밀어붙여라."
이들의 목표는 학계에서 널리 인정받는 사실에 대중의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었고, 대성공을 거뒀다. 미국의 마가(MAGA)주의자를 비롯한 역정보 생산자들은 과학 부정론자의 추론 전략에 따라 1. 유리한 증거만 골라서 제시하기, 2. 음모론 믿기, 3. 비논리적 추론 펼치기, 4. 가짜 전문가 말에 기대기, 5. 상대에게 말도 안 되는 기준 요구하기를 일삼는다. 이들의 전략이 심각한 것은 과학 부정을 넘어 현실 부정을 조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역정보를 퍼뜨리는 자에서 미디어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이 중 전통 주류 미디어가 사용하는 객관보도, 양시양비론이 역정보 확산에 기여한다는 지적은 통렬하다. 다음 대목이 그런 점을 잘 지적하고 있다.
"만약 진실이 유독 한쪽 편에만 치우쳐 있다면 양극화된 시청자 입장에서는 그것을 보도하는 사람이 객관적이지 않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이때 뉴스의 입장에서 가장 손쉬운 해결책은 '양쪽 이야기를 모두 말하는' 대응으로 일관하는 것이다."(72쪽)
마치 <조선일보>를 비롯한 한국의 우익 미디어들이 윤석열 내란을 보도하면서 '양쪽 이야기를 모두 말하는' 방식으로 진실을 피한 점을 지적하는 듯하다. 이 책에는 이런 양쪽 이야기 들어주기의 허구를 격파하는 언론학 교수의 얘기도 나온다. 다음은 셰필드대학의 조너선 포스터 교수의 말이다.
"어떤 사람이 비가 오는 중이라고 말하는데 또 어떤 사람은 비가 한 방울도 안 온다고 말한다면, 당신이 할 일은 두 사람의 말을 전부 인용하는 게 아니라 창밖을 내다보고 어느 말이 진실인지 알아내는 것이다."(73쪽)
저자는 소셜미디어가 역정보를 방관하고 오히려 이를 확산하는 알고리즘을 사용해 돈벌이를 하고 있다는 점도 비판한다.
가장 큰 문제는 마지막 단계에서 이런 역정보를 믿는 사람이 꽤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슬프게도 인간의 뇌는 100개가 훨씬 넘는 인지적 편향을 타고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증거도 없는 주장을 믿는다고 한탄한다. 사실이 분명하게 가려졌는데도 미국 사람의 23%는 9.11테러가 미국 내부자 소행이라고 믿고, 32%는 2020년 대선에서 조 바이든이 트럼프의 대선 승리를 강탈했다고 믿는다. 한국에서 선거부정론을 믿는 사람이 30% 가까이 된다는 점도 역정보의 폐해가 얼마나 큰지 보여준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역정보에 맞서 싸우는, 이기는 방법을 제시한다. 우선 미디어에서 역정보에 맞서 싸우는 가장 단순한 방법 중 하나는 거짓말쟁이를 프로그램에 출연시키지 않는 것이라는, 전 <CNN> 앵커 솔리다드 오브라이언의 말이 확 들어왔다.
저자는 개인이 역정보에 맞서는 법 10가지를 내놨는데 일반 시민이 참조할 만한다.
1. 거짓말쟁이에게 맞서라.
2. 진실을 옹호하고 널리 전파하라.
3. 양극화에 저항하라.
4. 부정론자도 피해자임을 인정하라.
5. 개소리를 무시하라.
6. 문제를 미래로 미루지 마라.
7. 나쁜 정보가 확산되는 루트를 막기 위해 노력하라.
8. 의회가 소셜미디어를 규제하도록 정치적 행동을 취하라.
9. 이 전쟁에 참여하는 아군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10. 현실 부정 문제가 민주주의에 미치는 영향을 공부하라.
이 책 마지막에는 언론학자인 정준희 씨의 해제가 붙어 있다. 역정보에 대한 규제와 표현의 자유의 상충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고민하는 사람들이 읽어볼 만하다. 또 미국의 과학 부정론이 한국에서는 역사 부정론으로 얼굴을 바꿔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도 정곡을 찌른다.
이 책은 본문 150쪽 정도의 얇은 책이지만 내용은 꽉 차 있고, 실천적인 측면에서도 얻을 것이 매우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