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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 이주는 비정상이 아니라 정상이다

이주하는 인류, 이주, 반이민, 트럼프

by 오태규



최근 이민 문제가 세계를 흔들고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에서 심하다. 미국 제일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에서 두 번이나 대통령에 당선하고, 영국에서 브렉시트 투표가 가결된 것도 그 배경에 이민에 대한 국내 유권자의 반발이 자리 잡고 있다. 독일에서 반이민을 내세운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최근 총선에서 제2당으로 급부상한 것도, 유럽에서 극우 정당들이 기승을 부리는 것도, 이민 문제를 빼고 생각하기 어렵다.


1980년대부터 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 바람이 본격적으로 몰아치면서 선진국 노동자들의 삶이 어려워지고 불만이 커졌다. 그들을 안정적으로 고용했던 기업이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기면서 직장을 잃거나 잃을 위험에 처하자 세계화와 이민자에 화살을 돌렸고, 극우 정당이 잽싸게 이런 분위기를 활용해 세를 키웠다. 자본이 주도하는 '노동 없는 세계화' '노동 없는 이윤의 극대화'가 주범이지만, 눈에 잘 띄지 않는 자본보다 일상생활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경쟁자인 이민자들이 쉬운 공격 대상이 됐다.



단일민족을 자랑하는 한국에서는 미국이나 유럽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본격적인 반이민, 반인종을 내세운 극우 운동은 아직 없다. 하지만 최근 윤석열 내란 사태 속에서 태동한 혐중 시위에서 엿볼 수 있듯이, 언제까지나 '반이민 무풍지대'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기 어렵다. 윤석열 내란 사태 와중에서 탄핵 반대 세력이 혐중을 전면에 내세우며 세몰이를 펼치는 게 그 조짐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든다.



농촌과 건설 현장, 중소기업에서는 외국인 노동자가 없으면 일이 돌아가지 않은 지 오래됐다. 미국과 유럽처럼 한국에서도 본격적인 반이민, 반인종의 극우세력이 세를 얻는다면, 한국은 선진국 진입은커녕 더욱 빠른 속도로 침체와 분열, 후퇴를 경험하게 될 게 뻔하다. 사회경제적인 기반이 미국 유럽에 견줘 훨씬 취약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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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규의 브런치입니다. 한겨레신문에서 도쿄특파원과 논설위원실장 지냄. 관훈클럽 총무, 위안부 합의 검토TF 위원장, 오사카총영사를 역임. 1인 독립 저널리스트. 외교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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