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웅산 테러, 이범석, 노신영, 조태용
박정희 정권 말기, 즉 1972년 유신 독재 시절 이후 외무부(당시 이름)는 두 사람의 장관이 이끌었다. 김동조(1973년 12월~1975년 12월)와 박동진(1975년 12월~1980년 9월)이다.
김동조의 영어 이니셜은 DJ(디제이)였고, 박동진은 TJ(티제이)였다. 이들은 외교부 안에서 한 무리의 사단을 이끌었다. 그래서 그 사단을 각각 '디제이 사단'과 '티제이 사단'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서로 앙숙이라고 할 만큼 사이가 좋지 않았다. 김동조는 주미대사(1967년 10월~1973년 12월)를 하다가 장관으로 발탁됐고, 박동진은 김동조가 장관을 할 때 유엔대표부 대사(1973년 5월~1975년 12월)를 했다.
디제이 사단은 서울대 출신으로 고시를 통해 외교관이 된 사람들이 주축이 됐다. 김동조는 각 실·국장 등 주요 간부를 이들로 모조리 채웠다. 그런데 1975년 8월 페루의 수도 리마에서 열린 비동맹 총회에서 한국이 북한에 통렬한 외교적 패배를 당했다. 남북한이 동시에 비동맹회의에 가입 신청을 했는데, 북한만 가입이 승인됐다. 이를 계기로 김동조 장관이 경질되고, 박동진이 장관이 됐다.
박동진이 장관이 되면서 가장 먼저 한 작업이 디제이 사단의 해체, 분쇄였다. 그는 디제이 사단을 전부 몰아내고 본부의 실·국장을 모두 비고시 출신으로 채웠다. 이른바 티제이 사단이 디제이 사단을 축출하고 외무부를 점령한 것이다. 외교부에서 디제이와 티제이 사단이 인사를 놓고 벌인 쟁투는 이후에도 길게 여운을 남겼다. 90년대 말까지도 외교부 안에서 누구는 티제이 사단의 막내니 하는 얘기를 쉽게 들을 수 있었다.
<외교가의 사람들-한국 외교의 속 이야기>(서울미디어, 노진환 지음, 1993년 12월, 현재 절판)는 전두환 군사정권 시절의 외교부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디제이-티제이 주도권 다툼 이후의 얘기다. 장관으로는 노신영(1980년 9월~1982년 6월), 이범석(1982년 6월~1983년 10월), 이원경(1983년 10월~1986년 8월), 최광수(1986년 8월~1988년 12월)의 시절 이야기다. 독재 정권 시절이고, 미일 중심의 외교가 거의 전부였던 시절이니, 지금 보면 외교라고 부르기도 낯간지러운 시절의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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