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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터 휘서 Dec 14. 2020

내가 돈을 쓰지 않는 분야


가장 돈을 많이 쓰는 분야로 한 사람의 삶을 유추할 수 있다면 지출을 거의 하지 않는 분야로도 추측이 가능하다. 모든 소비는 삶의 궤적과 가치관을 반영하는 법이니.



각자의 삶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야와 쓸데없다고 생각하는 분야가 있다.



누군가의 소비 행태를 보며 나와 다르다고 느낀 적이 있을 것이다.

'와, 저런 곳에도 돈을 아낌없이 쓸 수 있구나.'

'다른 것에는 개의치 않으면서 저 비용에는 자린고비처럼 구는구나.' 하며.


각자의 삶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야와 쓸데없다고 생각하는 분야가 있다. 주위를 둘러보면 천차만별이다. K양은 브랜드 옷을 입지는 않지만 속옷과 향수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 친척 아저씨는 고급차를 타지만 택시비는 무척 아까워하신다. 절친 중국 친구는 평소에 지인들에게 베풀기로 유명하지만 유독 전화비는 아까워해서 상대방이 전화를 걸게끔 한다.

모두 흥미로운 포인트가 있다. 나는 어떠할까?

Photo by Michael Longmire on Unsplash

먼저 지출이 없는 품목은 단연 '커피'이다. 커피를 못 마시는 건 아니지만 나와는 맞지 않는다. 고등학교 야간 자율학습을 할 때면 친구들은 자판기 커피를 주로 마셨지만 율무차나 우유를 마셨다. 커피를 마시면 장이 뒤틀리는 듯한 고통이 수 분간 이어졌으니. 스무 살이 넘어 가장 저렴한 아메리카노를 마실 수 없어서 은근 부담이 컸지만 어쩔 수 없었다. 커피를 마시지 않으니 지인 모임상 가야 될 상황을 제외하고는 카페를 거의 가지 않는다. 대신 여행지에서 사 온 각종 차를 우려먹거나 스틱형으로 된 아이스티를 타 먹으며 티 타임을 갖는다. 한 달이면 무시할 수 없는 고정 지출을 줄일 수 있다.


다음은 '네일 아트'이다. 대학 때부터 저가 화장품 가게에서 천 원짜리 매니큐어를 사서 기분전환용으로 바르던 것이 습관이 되었다. 호기심에 네일 아트를 두 어번 받아봤는데 이틀이 지나지 않아 손톱 끝이 벗겨지기 시작하니 2~3만 원 비용이 그렇게 아까울 수가 없었다. 잡지 뷰티 촬영 때 선배들 도우미로 간간이 손 모델을  덕에 고급 숍에서 네일 아트 협찬을 받은 적도 있었다. 손 마사지에 손톱 결 관리, 예쁜 컬러링까지 호강하는 기분이었다. 수백 가지 색이 진열된 매니큐어를 보는 기분도 황홀했다. 왜 여성들이 정기적으로 들르는지 알 것 같았고 힐링 공간으로 손색없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내가 흔쾌히 지출하고 싶은 분야는 아니어서 간 지 오래되었다.


고가의 화장품 또한 눈길을 두지 않는다. 패션 잡지사에서 일하며 매달 쏟아지는 신제품을 접해왔다. 테스터 모델이 펑크가 났을 때는 일정 기간 테스팅을 해야 했고 동료 에디터가 건네는 고가의 샘플 화장품도 종종 받았다. 친한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협찬받은 고급 화장품을 선물로 받았광고에 혹해서 몇 개월 간 15만 원이 넘는 유명 화장품을 써보기도 했다. 그러나 내 피부는 고가이든 저가이든 극적인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그저 촉촉한 수분감이 오래 지속되는 제품이면 족했다. 10년째 1만 원 대 수분 크림을, 대체로 3만 원이 넘지 않는 화장품을 소비한다.


바뀐 생각 덕에 화장대는 간결해졌고 지출을 하지 않는 분야가 하나 더 늘었다.

또 한 가지 뷰티 항목은 향수이다. 20살이 되고부터 향수에 관심이 많아졌다. 선물을 받기도 하고 친구의 향이 좋으면 화장품 가게에 들러 소분해서 샀다. 예닐 곱의 향이 나를 거치는 동안 어느 순간 깨달았다. 향수 30ml 한 통을 쓰는데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여러 개의 향수를 가지고 있을 경우에는 더더욱. 결국 오래된 향수는 향이 변한다는 것도.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하고 비우기를 단행할 때 가장 먼저 판매한 물건이 향수였다. 손이 잘 가지 않던 향수를 중고로 모두 팔았다. 가장 마음에 드는 향수 하나만 남겼다. 더 이상 새로운 향에 호기심을 느끼지 않았고 시그니처 향있으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뀐 생각 덕에 화장대는 간결해졌고 지출을 하지 않는 분야가 하나 더 늘었다.


이렇게 네 가지 품목이다. 현재의 삶에서 들이지 않는 분야, 지출을 최소화한 항목이. 물론 내겐 중요하지 않지만 누군가에게는 하루의 필수품으로, 반짝이는 호기심을 채우는 수집의 대상이 될 수도 있으리라. 소비는 상대적이니 판단도 각자의 몫일 터.


살아갈수록 가치관과 취향을 잘 살피며 다져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낀다. 이를 반영한 것이 소비이자 삶을 압축하는 적확한 단면일 것이다. 앞으로도 나만의 구획을 통해 소비 비율을 조절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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