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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터 휘서 Oct 22. 2020

미니멀 라이프, 쇼핑에 목표를 세워라

패션 에디터에서 미니멀리스트로 변신 중


'멈출 때다.'


며칠 전 마음속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어느 순간부터 '소비를 위한 소비'를 하는 느낌이 들다. 그런 기분이  때 멈춰야 한다. 스스로 제어하지 않으면 욕망이 멈추지 않는다. 점점 속도를 높여간다.


Photo by NordWood Themes on Unsplash


이번 달에 야금야금 주문한 책이 7권 째다. 독서모임상 필요한 책에 읽고 싶은 책이 더해졌다.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도 10권 남짓. 읽는 속도에 비해 버거운 느낌이 든다. 책장을 벗어나 한편에 수북이 쌓여 있다. 당분간 그만 사야겠다 싶다.


소비의 기준이 통장의 잔액과 기분에 좌우되던 때가 있었다.


어떤 물건이 적정량을 넘어서면 가장 먼저 공간이 알아본다. 이곳에 과부하가 걸렸다고, 내 수용 능력 밖이라고. 이 신호를 받아들여 물건을 줄이면 정리가 되고 무시하면 질서가 흐트러진다. 옷장을 빽빽이 채운 얇은 세탁소 옷걸이, 꽂을 때가 없어 세로 정렬 위에 가로로 끼워 넣은 책 무리, 무심코 보관하다 상해가는 냉장고 속 재료 등. 자칫 방심하면 집 안 곳곳이 포화상태가 되어간다. 수납장이든 서랍이든 모든 공간은 저마다 수용 용량이 있다. 이를 알맞게 지키면 사람과 공간 모두 쾌적하지만 '사는 게 바빠서', '귀찮아서' 등의 이유로 멀리하기 십상이다.


한 때는 집 안 대부분의 공간이 가득 찼었다. '언젠가 정리해야지.', '세상에 예쁜 게 너무 많잖아.' 하며 정리를 등한시하고 외면했다. 소비의 기준이 통장의 잔액과 기분에 좌우되었다.

Photo by Dave Goudreau on Unsplash


구체적인 숫자나 양을 정해두는 목표 소비에 도전해 보자


나도 모르게 쌓인 오랜 습관을 청산했다. 비결은 목표 소비를 실행한 데 있다.

실천함직한 적정선을 잡거나 '가능할까?'싶은 목표를 정해보자. 구체적인 숫자나 양을 정하면 의지를 불태울 수 있다. 일상 습관을 개선하고 싶은 분은 '이 정도는 해낼 수 있지.' 하는 정도를, 이번 참에 획기적으로 달라지고 싶은 분은 다소 높은 수치를 목표로.


미니멀 라이프에 도전하며 구체적인 수치와 양을 정해 다음 해를 계획했더랬다. 옷 쇼핑을 50%로 줄여 20개 이하로 사기, 같은 종류의 물건이 최대 2개를 넘지 말 것, 수납장의 반을 넘지 않게 책 소유하기 등.


옷의 난도가 높았다. 다른 물건에 비해 계절마다 사고 싶은 욕구가 주기적으로 찾아오고 온오프라인 할 것 같이 유혹이 넘쳐나니까. 월급이 들어오면 한 달 내 쌓인 스트레스를 옷 쇼핑으로 푸는 적도 많았다. 새 옷을 사면 순식간에 기분이 좋아지고 며칠간 즐거운데 이제 이런 기쁨을 제어해야 한다니. 그래도 꾹 참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달렸고 연말에 결산하곤 했다.


한 번 익힌 습관은 내 안의 감각이 되어 스스로를 제어한다.


옷을 미니멀 쇼핑의 주력으로 삼은 것은 최전선의 느낌 이어서다. 잘만 방어하면 다른 물건도 곧잘 막을 수 있겠다 싶었다. 실천해 보니 과연 그러했다. 옷을 자제하는 습관이 자연스레 다른 물건으로 이어졌다. 생활용품, 소품 등을 살 때도 신중을 기하게 되었다. 성공적인 방어는 더 높은 목표를 설정하게 했다.


다음 해에도 반으로 줄여 10개 이하 사기에 도전했고 역시 실패하지 않았다. 2년에 걸친 도전이 성공하자 더 이상 목표를 세우지 않아도 될 정도로 확고한 습관이 되었다. 목표 의식을 마음에 품고 느리지만 서서히 일궈낸 성취감을 맛보는 즐거움 물건을 향한 나만의 기준을 자리 잡게 했다.


한 번 익힌 습관은 내 안의 감각이 되어 스스로를 제어한다. 수시로 나를 돌아보게 만든다. 나도 모르게 소비에 가속도가 붙을 때마다 브레이크를 밟고 멈춘 생각한다. 쌓인 책을 다 읽은 후 새 책을 사도 늦지 않다고, 사고 싶은 욕망이 커져 불필요한 소비를 하고 있다고 기민하게 판단한 이번처럼 말이다.


필요한 만큼만 사고 있는지 점검케 하는 일시정지 신호가 기껍다. 많이 사는 것보다 제대로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되새긴다. 과해서 후회하는 나보다 절제를 즐기는 내가 마음에 든다고 다독인다. 당분간 일시정지를 풀지 않을 생각이다. 현재를 찬찬히 바라보련다. 다시 소비 액셀 페달을 밟기 전  까지. 충분히, 느긋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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