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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터 휘서 Aug 05. 2020

많이 사는 것보다 잘 사는 것이 중요하니까

패션 에디터의 옷 잘 사는 비법


Photo by freestocks on Unsplash


미니멀리스트가 되어가면서 쇼핑을 하는 방식이 더 꼼꼼해졌다. 후회 없는 옷을 만들지 않아야 미니멀 라이프가 유지되기 때문이다. 옷을 살 때마다 실천하는 세 가지 의식 소비법을 소개한다.

 


계절이 바뀌기 전에 미리 필요한 아이템을 정할 것 

옷장을 정리할 때마다 옷의 현재를 파악한다. 다가오는 계절의 옷을 모조리 꺼내 필요한 옷을 점검한 뒤 메모해 둔다. 구체적일수록 좋다.

작년 가을부터 이 습관을 시도하기 시작했는데 효과가 좋았다. 그때 메모 앱에 기록한 살 품목은 다음과 같다.


1. 검정 스웨이드 삭스 부츠

2. 보유 중인 스카프에 어울릴 만한 부드러운 감촉의 베이지 니트

3. 스웨이드 재킷  니트웨어에 어울리는 검정 플레어스커트

4. 사계절용 얇은 검정 버클 벨트


미리 계획을 세워 두면 쇼핑을 할 때도 그 아이템 위주로 보게 된다. 우선순위가 있으니 다른 물건에 덜 연연한다. 가을 동안 메모한 것 위주로 둘러보았고 마음에 드는 디자인이 없으면 사지 않았다. 덜 마음에 드는 차선보다는 확실한 최선이 활용도가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부츠와 스커트는 구매했고 니트와 벨트는 구매하지 않았다.


새로 구입해야 하는 옷을 점검한 뒤
메모하라.
구체적일수록 좋다.


한 가지 더, 계절을 마무리하는 시점에는 구매하지 않는다. 재정적인 면과 공간 모두 부담만 가중될 뿐이다. 정말 마음에 들었던 옷이 큰 폭으로 세일을 다면 고민이 되겠지만 그런 경우는 잘 일어나지 않는다. 보내는 계절보다 다가올 계절의 제품을 눈여겨보는 편이 현명하다. 지금 당장 이 옷을 사지 않아도 다른 새 옷이 다음 계절에 나를 유혹할 것이다. 그러니 이번 계절에 소비를 덜했다면 소비 총알을 장전해 두고 다음 계절을 노려 보자.



그 자리에서 바로 옷을 사지 않는다

예전에는 백화점에 간 김에, 예쁜 옷이 마침 세일해서, 지금 놓치면 팔릴 것 같아서 등의 이유로 그 자리에서 결제하는 경우가 많았다. 다시 들르는 이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는 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일단 사고 정 싫으면 반품하지 뭐.’ 하며 들인 물건의 반품률이 낮았다. 마음에 들어서가 아니라 물건을 되돌려주러 가는 길에 이런저런 이유가 끼어들기 때문이다. 반품하는 행위가 귀찮기도 하고 왠지 점원 앞에서 옷을 꺼내는 행위도 민망하다. 교환 및 반품 기간을 놓치기도 한다. 결국 100%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냥저냥 눌러 앉히는 옷이 늘어나는 결과를 낳는다.


Photo by Victor Garcia on Unsplash


요즘은 열에 아홉은 물건을 본 뒤 지나친다. 정말 필요하고 잘 입을 수 있는 옷인지 충분히 시간을 갖고 판단하기 위해서다. 신기한 것은 반했을 당시에는 다시없을 기회 같았는데 며칠이 지나면 사고 싶은 욕구가 사그라든다. 시간을 두고 두 번, 세 번 고민하다 보면 어느새 물욕이 사라질 때가 많다. 온라인 쇼핑의 경우 장바구니에 담아 두고 바쁘게 지내다 보면 물건 자체를 잊어버리기도 한다. 사고 싶은 순간 바로 사지 않고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시간을 가지면 쇼핑 빈도를 크게 줄일 수 있다. 대신 시간을 두고 고민해보아도 필요한 마음이 들면 그때 다시 입어보거나 구매할 것.


올봄에 백화점을 들렀다 한 프랑스 브랜드의 네이비색 재킷을 입어보았다. 원래는 봄 여름에 입을만한 베이지색 재킷을 보려고 간 참이었는데 이 옷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몸에 꼭 맞는 게 잘 어울렸다. ‘이 옷이다.’ 싶었다. 마침 한적한 평일 오후여서 점원은 20프로 할인에 5% 추가 할인 혜택을 제시했다. 순간, ‘살까?’ 싶었다. 다시 나오기도 귀찮은데… 1분 여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러나 “좀만 생각해보고 올게요. 잘 입었어요.”하고 나왔다. 사려던 이 아니었고 생각보다 고가인 점도 망설여졌다.


수고스럽더라도 물건을 사는 행위를 어렵게 만들면
후회 없는 소비에 훨씬 가까워진다.



그로부터 열흘이 흘렀다. 여전히 그 재킷이 아른거렸다. 그렇다면 한 번 더 입어봐야지 싶어서 압구정에 볼 일이 있는 날 다른 백화점에 들렀다. 곧장 찾아갔다. 한껏 기대하고 입었는데 '웬걸?' 그때 그 느낌이 나지 않는다. 분명 같은 옷인데 내게 썩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몸무게가 달라진 것도 아니고 화장도 한 상태였는데 말이다.

조명이 달랐던 걸까? 다림질이 덜 되었나? 몇몇 이유를 떠올렸지만 납득이 되지는 않았다. 같은 옷이었는데도 시간을 두고 다른 곳에서 입어보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 속으로 그때 안 사길 잘했다 싶었다. 수고스럽더라도 물건을 사는 행위를 어렵게 만들면 후회 없는 소비에 훨씬 가까워진다.



한 벌을 만들 수 있는 옷인가 체크한다

새로운 옷을 구입할 때는 내가 보유한 옷에 더하면 적절한 한 벌이 나오는지 유념해서 본다. 이는 충동구매를 절제하는 방법이기도 하고 소비하는 옷의 양의 줄이는데도 효과적이다.


어울릴 것 같아 사 왔더라도 꼭 옷장에서 짝이 되는 옷과 액세서리를 모두 꺼내보자. 이리저리 한 벌을 만들어 전신 거울을 보며 점검할 것. 어울리는 옷이 없으면 입는 횟수가 현저히 줄어든다. 사놓고 왜 안 입느냐는 말에 ‘어울리는 옷이 없어서 못 입겠어.’라고 말한 경험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옷뿐만 아니라 가방과 신발, 주얼리까지 맞춰보는 것을 추천한다. 원피스는 상· 하의를 맞출 일이 없으므로 액세서리를 신경 써서 한 벌을 구성해 본다.


있는 옷을 보완하면 입을 옷이 많아진다.
혼자 노는 옷을 줄이면 스타일링 감각이 는다.



어떤 옷이든 가방과 구두까지 맞춰서 어울리는 한 벌이 나오지 않으면 과감하게 반품한다. 이런 식으로 습관을 들이면 입을 옷이 없다는 말이 확 줄어든다. 있는 옷을 보완하면 입을 옷이 많아진다. 혼자 노는 옷을 줄이면 기존 옷의 활용도를 높이며 스타일링 감각이 는다.


한편 너무나 마음에 드는 옷을 발견했는데 어울리는 옷이 없다면 추가 지출을 각오하고 나머지 옷과 액세서리를 빠른 시일 내에 함께 구비할 것. 어차피 입을 거, 한 벌을 재빨리 만들어 자주 입는 편이 효율적이다. 이런 경우는 가급적 적은 것이 좋겠지만.


Photo by Paul Felberbauer on Unsplash


신중하게 의식하는 소비를 하면 옷이 쉽게 증식하지 않는다. 자신만의 소비 방식을 정해놓으면 충동구매는 사라진다. 잘 안 입는 옷을 펼쳐놓고 실패 데이터를 모아보자. 이를 바탕으로 옷을 구입할 때 유의할 철칙을 만들어 다음번 쇼핑에 적용해 보자. 시행착오를 다잡아가는 과정 끝에 진정한 소비의 기쁨이 뒤따를 것이다. 




위 글은 Daum 메인 콘텐츠로 선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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