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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터 휘서 Aug 20. 2020

수납 대신 물건을 줄입니다


집이 사람보다 크면 사람이 상합니다.

사람과 그 사람이 앉아 있는 의자의 크기도 비슷해야 합니다. 의상도 마찬가지입니다.

_ 『 처음처럼  』중


신영복의 글을 읽다 강한 울림을 주는 문장을 만났다. 여러모로 많은 생각에 잠기게 했다.


- 내가 사는 집은 내 크기에 걸맞을까?

- 나의 자리, 물건을 적정하게 꾸려가고 있을까?


전반을 돌아보게 만드는 고아한 일갈 같았다.


Photo by Inside Weather on Unsplash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하고부터 집 안을 채우기보다는 비우는 쪽으로 매진해왔다. 나에 맞는 공간을 다듬어가는 중이다. 여전히 비울 것이 많이 남았지만 침실을 생각하면 언제나 마음이 편안해진다. 가장 먼저 비워낸 공간으로 최소의 물건만 남겼다. 방 크기에 맞는 비움과 채움이 공존한다. 몸과 의식이 잘 쉬는 공간으로 바꿔놓았다.


집을 찬찬히 둘러보며 예전과 비교해 보았다. 물건이 넘치면 이런저런 문제가 드러났다. 우선 공간이 비좁아지니 물건이 쌓이기 시작한다. 무작정 쌓아둘 수 없는 물건은 수납장이나 선반 속으로 향하고 수납의 범위를 벗어나면 새로운 가구를 들인다. 물건을 제때 버리지 못하면 반복되는 현상이다.


물건에 공간을 맞추지 말고
공간에 물건을 최적화하자

막 이사를 왔을 때 집 안 여기저기 물건이 넘쳤다. 크고 작은 박스 10개 이상이 거실에 쌓여 있었다. 완전한 정리가 될 때까지 한동안 쌓아둔 짐도 많았다.

당연히 집이 편안한 공간이 되지 못했다. 눈이 어지럽고 어수선했다. 현재가 아닌 ‘언젠가..’ 하는 미뤄진 미래에 저당 잡혔다. 과부하가 일어나며 물건이 갈 곳을 잃었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공간에 물건이 최적화될 때까지 한동안 수납장을 사지 않기로 했다. 비우고 비워내면 수납장이 필요치 않을 것 같아서 우선 버리는 데 집중했다.


전체 짐의 30% 이상 비웠을 때 거실에 놓을 책장 겸 수납장을 샀다. 가로 80cm, 세로 120cm의 양문형으로 집 크기에 알맞은 사이즈다. 총 8칸 중 반은 책장으로 사용하고 나머지 반은 문구 및 서류, 카메라를 보관하는 용도로 쓴다. 그 후로 가구를 거의 사지 않았다. 옷장 대신 행거에, 주방용품과 생활용품은 주방 싱크대 선반과 신발장에 나눠 넣는다. 거실에서 표면 위에 드러난 물건은 무지개색으로 정렬한 40여 권의 책과 작은 코끼리 인형이 유일하다. 물건을 보는 시선의 피로감을 최소화했다.


어쩌면 수납장은 집의 크기에 딱 맞게 설계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꼭 필요한 물건만 남긴다면 충분하다는 것을 체감하는 중이다. 누군가는 빈 공간으로 유지할 수도 있겠지. 사람에 따라 공간의 풍경은 천차만별일 것이다.

실제로 물건 대부분은 집 안에 설치된 수납장에 들어가 있다. 집을 둘러보면 밖으로 나와 있는 물건은 대부분 쓰지 않는 물건이다. 베란다에 보관 중인 몇몇 부피 큰 물건은 더 이상 쓸모가 없거나 필요치 않는 물건, 처분 대상 1,2호에 올라있다.


처음에 이사를 했을 때 물건에 맞춰 가구를 모조리 샀다면 꽤나 좁은 집에서 답답하게 지냈을 것이다. 수납장을 사기 전에 물건을 줄인 것은 잘한 선택이었다. 꼭 필요한 물건만 남기니 가구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현재에 집중할 수 있는 물건만 남기자.
시선이 닿는 모든 곳이 쾌적하고 기분 좋은 공간으로 변화한다

물건에 공간을 내어주다 보면 사람보다 물건을 위한 공간으로 바뀐다. 공간의 주체가 내가 아니라 물건이 된다.

같은 크기의 공간도 소유한 물건의 양에 따라 넓이가 달라 보인다. 최근 물건을 비우고 공간을 재배치하는 한 프로그램에서 달라진 집을 보고 출연자가 이렇게 말하던 장면이 생각난다. 집이 좁아서 이사 갈 계획을 세웠었는데 이사 갈 필요가 없어졌다고. 이 공간이 이렇게 넓은 줄 몰랐다고 놀라워하는 소감 또한 매 편 이어진다. 물건을 덜어냈을 때 일어나는 극적인 변화이다. 현재 쓰는 물건, 정말 소중한 물건 위주로 재편했을 때 일어나는 어김없는 결과이기도 하다.


언젠가는 쓸지 모른다고 묵혀둔 물건, 몇 년째 방치하고 있는 물건만 집 안에서 내보내도 몇 제곱미터의 공간을 얻는다. 집을 넓혀 이사 가기 위해 들이는 비용과 노력에 비하면 몇 배의 효율이지 않을까.


집 안 곳곳을 마음에 드는 공간으로 바꾸는 첫걸음에 도전해보자. 현재의 나에 집중할 수 있는 물건만 남긴다면 시선이 닿는 모든 곳이 쾌적하고 기분 좋은 공간으로 바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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