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모든 옷을 남김없이 꺼내서 바닥에 펼친다.사계절의 옷을 한 번에 하기가 버겁다면 두 계절로 나눠도 무방하다. 반드시 옷장이나 행거를 모조리 비울것.
바닥의 옷을 살피며 가장 자주 입는 옷, 입을 때마다 기분이좋아지는 옷, 이 옷을 입고 나갔을 때 남들도 잘 어울린다고 칭찬을 들었던 옷을 뽑아 빈 행거에 걸어보자. 이런 옷은 보자마자 즉각적인 판단이 가능하다. 이어 걸린 옷과 맞췄을 때 한벌이 되는 옷을 바로 옆에 건다. 패션 에디터,스타일리스트들이 화보용 우선순위 옷을 고를 때 하는 방법으로 옷장 정리를 단행할 때도 유용하다. 이렇게 골라낸 옷들이 1년간 가장 잘 입은 옷이자 잘 구매한 옷이다. 생각보다 적다는 사실에 놀랄 것이다. 여기에 계절마다 무난하게 입었던 옷, 활동하기 편한 옷, 경조사를 위한 특별한 옷을 골라 2차로 걸어본다. 얼마나 걸려 있는가?눈 앞에 걸린 옷이 바로1년 간 입은옷의총량이다.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자신이 가진 옷 대비 적은 양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이제 바닥으로 눈길을 돌려보자. 사실 남은 옷은 당장 비워도 무방하다. 갈 곳을 잃고 바닥에 널브러진 옷의 면면을 살펴보자. 유행이 지난 옷, 지난 1~2년간 입지않은 옷, 추억 때문에 버리지 못한 옷, 수선해서 입으려 했지만 방치된 옷 등일 것이다.
‘언젠가’하고 미래를 기약했던 옷은 현재에 안착하지 못한다. 나만 그런 게 아니고 다 그렇다. 제때 이별하지 못한 옷이 옷장 한 구석, 집 안 곳곳에 자리만 차지하고 있었을뿐이다. 털어내지 못한 마음의 찌꺼기인 셈이다.
가진 옷을 100으로두고하나씩 빼내려 한다면 90 아래로 못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 옷을 하나하나 고르다 보면 막상 버리기 힘들다. 아직 입을 만해서, 처음에 비싸게 주고 샀는데 벌써 버리긴 아까워서, 그때의 설렘이 되살아나서, 혹시 가지고 있다 보면 유행이 돌아올 것 같아서, 살 빼면 입을 예정이라 등등 갖은 이유가당신의 발목을 잡는다.
버릴 때는 본전을 찾겠다는 생각보다 잘못 산 물건이라고 깔끔하게 인정하는 편이 낫다. 버리지 않으면 이 물건이 계속 공간을 잠식할뿐더러볼 때마다 찜찜한 기분이적립된다.지금 당장 없애는 것이 여러모로 효율적이다. 잘못 산 이유를 새기고 다음 소비 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자고 다짐하면 충분하다.
입는 옷만 남기면 볼 때마다 기분이 산뜻하다. 일상도 명료해진다. Photo by piotr szulawski on Unsplash
비울 옷을 두고 끙끙대지 말고 정말 아끼고 좋아하는 옷부터 남겨보자. 빼는 정리가 아니라 제로 상태에서 더해가는 정리가마음의 부담을 한결 줄인다.
행거에 착착 걸어 정리가 끝나면 계절별 개수와 스타일을 눈여겨보자. 상의, 하의, 액세서리 등 항목별로 사진을 찍어두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아이템별 옷의 양을 가늠할 수도 있고 한벌로 맞춰보며 보완해야 할 옷을 객관적으로 알아챌 수있으니. 계절별로 실행하면 나의 현재 패션을직시하고쇼핑 계획을 세우는데 탁월한 자료가 된다.
우리는 끊임없이 새 옷을 들이지만 정작 활용과 만족도 면에서는 비효율을 반복한다. 소수의 옷으로 계절을 잘 나는 방법을 연습하기 시작하면 자연히 깨닫게 된다. 많은 옷보다 만족하는 옷을 들이는 과정이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을. 입지 않는 옷이 섞인 옷장보다 입는 옷만 간결하게 자리한 옷장이 입는 즐거움을 높여줌을.
그간 비우기를 통해 두 행거가 내게 딱 쾌적한 양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최종 목표는 여름뿐 아니라 나머지 계절의옷도행거 하나로지내는 것. 그 날을 목표로 꾸준히 비움과 절제를 반복할 참이다. 각자에게 맞는 적정량을 스스로 정해 보기를. 누구나 매일 산뜻한 기분으로 옷 입는 기쁨을 만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