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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터 휘서 Jul 21. 2020

3년 간의 쇼핑을 분석하다  


작년의 충격을 안고 1월을 맞았다. 우선은 크게 욕심내지 않기로 했다. 안 사도 될 옷을 줄이며 정말 만족하는 옷만 들여보자.


전해 구매 개수였던 40개 아이템을 반으로 줄여 ‘20개 이하로 사기’를 목표로 세웠다. 70퍼센트의 쇼핑이 비효율적인 소비였으니 해 볼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었다. 20개가 언뜻 많아 보이지만 한 달에 두 개의 아이템만 사도 금세 넘어버리는 수치이다. 해낼 수 있을까? 목표치를 첫해부터 너무 높게 잡은 건 아닐까? 고민했지만 최선을 다해보자는 마음으로 무장했다.


그리고 쇼핑 기록에 반품비 항목을 추가했다. ‘마음에 안 들면 반품하지 뭐.’라고 쉽게 생각하고 일단 지르는 경우가 왕왕 있지 않은가. 이런 소비 습관을 지속하면 옷 값에 준하는 반품 금액이 나오겠다 싶었다. 온라인 쇼핑을 즐겨하는 만큼 나도 모르게 반품에 관대해졌는지도 모른다. 언젠가 1년 간 반품비를 합치면 얼마가 될지 궁금했는데 이번 기회에 알아볼 참이다. 반품비는 잘못된 선택으로 발생한 기회비용이니 연말에 합산해보면 의미가 있겠지.


1년 반품비를 모으면 얼마나 될까? 한 번도 합산한 적이 없다. Photo by Morning Brew on Unsplash

 

그렇게 2018년을 미니멀 쇼핑의 원년으로 삼고 작년처럼 매달 쇼핑 내역을 기록해갔다. 20개 소비라는 목표가 있으니 확실히 구입이 신중해졌다. 무언가를 살 때 일단 사고 보는 마음가짐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이 구매가 잘하는 소비 일지 의식하는 것만으로도 사고 싶은 욕망에 제어를 걸었다. 옷을 구입할 때마다 지난 내역을 훑어보며 개수를 자주 점검했다.


어느덧 열두 달이 흘렀고 연말 결산의 시간이 다가왔다.

두구두구두구,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윽. 차마 못 보겠어.! Photo by Caleb Woods on Unsplash

1년 간 19개, 총 199만 9763원(구매 194만 2763원, 교환 및 반품 5만 7000원)이었다. 매달 평균 1.6개, 16만 6646원을 썼다.


연초의 목표대로 쇼핑 개수를 반으로 줄였다니 정말 기뻤다. 19개의 물건을 샀으니 개수 목표 달성! 내심 걱정했는데 잘 참으며 달려왔구나. 금액은 작년보다 약 13% 상회했다. 총 소비 금액이 늘어났지만 개수를 줄이고 만족도를 높이는 소비가 목표였으니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았다. 


이제 만족도를 가늠하는 ‘잘 산’ 소비를 헤아려 보았다. 결과는 63.1%. 작년 30%에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오호~!’ 뿌듯했다. 정말 만족할 만한 소비인지 돌아보고 또 돌아본 날들이 스쳤다. 작년에는 후회한 소비의 비율이 70%였는데 올해는 만족한 소비 비율이 그 수치와 비슷했다. 다음, 반품 횟수와 반품비를 살펴보았다. 교환 1회, 반품 10회로 총금액은 5만 7000원. 생각보다 금액이 많았지만 과정을 떠올리면 후회가 없다. 쉽게 저지른 소비의 결과라기보다 최적의 옷을 찾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그래도 만만치 않으니 내년에는 줄여보리라.


옷을 구매한 달과 구매하지 않은 달도 점검했다. 아무 옷도 들이지 않은 달이 전해 두 달에서 여섯 달로 3배 늘었다. 충동구매를 줄이고 필요 없는 옷을 사지 않으려 노력한 결과였다. '1년 중 반은 옷 쇼핑을 하나도 하지 않고 버틸 수 있구나.' 자신감이 생겼다.


몇몇 부분에서는 개선할 점을 남겼지만 첫 해부터 100% 성공을 바라는 건 욕심일 테니 채찍보다는 당근을 건네기로 했다. 잘 참아낸 도전의 해, 셀프 격려를 아낌없이 보내며 연말을 기분 좋게 마무리했다.

 

Photo by NordWood Themes on Unsplash


다시 새해가 밝았다. 한 해의 쇼핑, 메모 앱의 첫 줄은 ‘2019 리얼 미니멀 쇼핑’으로 명명했다. 목표를  반으로 줄여 1년 간 총 10개의 아이템, 만족도는 90% 이상으로 잡았다. 한 달에 하나도 허용되지 않는 수치, ‘과연 달성할 수 있을까?’ 조바심보다는 은근한 설렘이 앞선다.


한 해동안 정말 미니멀하게 쇼핑하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욕망도 노력하면 충분히 잠재울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픈 마음이 컸다.


1월, 2월, 3월..... 11월, 12월,


어느덧 연말이 왔다. 앱의 기록을 1월부터 스윽 내렸다. 눈에 띄게 목록이 짧아졌다. 아무것도 사지 않은 달을 nothing이라고 표시해 두는데 언제부턴가 월말에 이 글씨를 쓰는 순간이 기쁨으로 다가왔다. 단출한 쇼핑의 흔적. 대망의 결과는?


총 구매 개수는 9개(옷 5, 신발 1, 모자 1, 주얼리 2), 총금액은 50만 3100원(구매 49만 7100원, 반품비 6000원)이었다. 10개 이하 사기에 성공! ‘nothing’이라 표시된 쇼핑을 하지 않은 달이 올해는 무려 8개월이나 되다니.

분기별로 꼭 필요한 물건을 계획 소비했고 꼭 갖고 싶은 제품은 재고, 삼고를 거쳐 들였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2년 만에 이렇게 줄일 수도 있구나!’ 내심 놀라고 뿌듯했다.

이제 만족도를 돌아보았다. 9개의 물건 중 8개가 만족스러웠다. 89%. 목표한 90%에 근접했다. 2017년의 30%에서 대폭 끌어올린 것이다.


수치를 돌아보면 다음과 같다.


* 연간 옷 구매 개수

2017년 40개 -> 2018년 19개 -> 2019년 9개


* 구매 만족

2017년 30% ->2018년 63% -> 2019년 89%

 

* 구매하지 않은 달

2017년 2개월 ->2018년 6개월 -> 2019년 8개월


3년 간의 쇼핑 분석과 2년 간의 목표 소비를 통해 많은 것을 얻었다. 내가 가진 옷의 구성을 더욱 면밀히 살피게 되었고 소비 패턴을 유심히 관찰하며 만족하는 소비를 향해 나아갈 수 있었다. 그리고 의식의 주인이 되어 원하는 방향으로 소비를 이끌 수 있는 힘을 얻었다. 아른거리는 물건을 꼭 손에 쥐어야만 삶의 만족도가 향상되는 것이 아님을, 구매의 유혹을 이겨내고 절제했을 때 은은히 퍼지는 자존감의 실체를 마주했다.


미니멀 라이프 4년 차, 여전히 고군분투 중이지만 무한한 소비의 바다에서 나만의 균형을 잘 잡아간다. 간혹 매혹적인 유혹의 파도에 기우뚱할 때도 있지만 한 번도 배는 뒤집히지 않았다. 목적지를 향해 오늘도 순항 중이다. 이제 원하는 물건을, 원하는 때에 현명하게 소비한다. 예전에는 물건과 나 중 누가 주체인지를 모르고 스르르 끌려갔다면 이제는 내 쪽에서 당기고 놓을 수 있다.

 

소비의 바다가 무한하더라도. Photo by Florian van Schreven on Unsplash

앞으로도 중심을 잘 잡으며 이 바다를 헤쳐가리라. 풍랑이 아무리 거세더라도 초연히, 묵묵하게.



* 함께 보면 유용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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