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디터 휘서 Jul 24. 2020

나의 시그니처 옷이 있나요?

패션 에디터에서 미니멀리스트로 변신 중


물건의 양보다 내 맘에 쏙 드는 물건의 비율을 늘려가는 만족도가 높다는 사실을 체감하는 중이다.


3년 간 기록한 옷 쇼핑 구매 개수를 보면 2017년 40개, 2018년 19개, 2019년 9개. 해마다 반씩 줄여나갔는데 연말의 만족도는 30%, 63%, 89%로 오히려 높아졌다. 이 경험을 통해 많이 사는 것보다 적더라도 정말 필요한 옷, 마음에 드는 옷을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우쳤다. 만족도는 ‘이 옷을 다시 발견해도 사겠다’는 생각이 드는지의 유무에 따라 결정했는데 명제는 하나였지만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가격 대비 만족한 가성비, 컬러와 디자인, 나에게 잘 어울리는 옷이었는지, 충분히 활용했는지의 유무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였다.


어떻게 반씩 줄여갈 수 있냐고 주위에서 종종 질문을 다. 파격적인 줄이기의 비결은 바로 기존 옷과 어울리는 옷 위주로 사는 것이다.

작년 2019년 쇼핑한 9개의 아이템을 훑어보자.


상의 - 화이트 포켓 티셔츠, 레터링 티셔츠, 네이비 세일러 티셔츠

하의 - 베이지 롱 스커트, 블랙 니트 스커트

신발 - 블랙 삭스 부츠

액세서리 - 실버 볼드 귀걸이, 골드 링 귀걸이, 그레이 캡


기존 옷과 어울려 활용도가 높았던 아이템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대부분 계획 소비였고 몇몇 아이템은 오랜 고민 끝에 신중하게 들였다. 이렇게 구입한 9개의 옷으로 계절별로 벌씩 만들어 자주 입었다.

나에게 맞는 최소 소비다 보니 후회하고 말고 할 품목이 없었다. 옷을 사 오더라도 바로 구입을 확정하지 않은 적도 많았다. 거실에 전신 거울을 세워두고 이리저리 패션쇼를 해보며 외출용 한 벌이 나오는지 확인한 후에야 마음을 정했다.


옷을 적게 구입해 충분히 활용하려면 이렇게 한 벌을 만드는 나만의 통과 의례를 치르는 것이 좋다. 계절별로 마음에 쏙 드는 착장을 정해두면 출근할 때나 외출할 때에 이 옷 저 옷 시도하며 고민하는 시간이 단축된다. 이 습관을 들이니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스티브 잡스처럼 사복의 제복화는  수 없지만 이 티셔츠엔 이 치마, 이 원피스엔 저 가방. 옷끼리 미리 짝을 지어두면 스타일링 고민이 싹 사라진다.


일주일 동안 겹치는 옷이 없도록 매일 다른 옷을 입었던 패션 에디터로 일할 때한 벌을 만드는 쇼핑에 주안점을 두었다. 기존 옷에서 모자라는 부분을 채워가거나 내일부터 당장 입을 수 있는 한 벌로 맞춰 구입하곤 했다. 요즘은 재택근무로 일하다 보니 출근용 의상 압박을 덜었다. 외출하는 빈도가 줄어드니 예전만큼 많은 옷이 필요치 않다. 꾸준한 비우기를 통해 옷도 꽤 줄여왔다. 이제 계절별로 정말 마음에 드는 두어 벌 정해두고 취재나 미팅, 지인과의 만남이 있을 때 별 고민 없이 솨사삭 옷을 입고 약속 장소에 나간다.


매일 출근하는 직장인이라면 3~4벌을 정해 날씨와 상황에 맞게 입으면 간편할 테다. 정해놓은 옷끼리 서로의 상하의만 바꿔도 경우의 수가 늘어난다. 이런 습관을 들이면 어울리는 옷이 마땅치 않아서 안 입는 옷을 줄여갈 수 있다. 예뻐서 무작정 사고 보는 쇼핑 중독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


위아래 사진 속 재킷 or 셔츠&넥타이를 서로 바꾸기만 해도 경우의 수는 몇 배로 늘어난다.
Photo by Benjamin Rascoe on Unsplashdkfo



특히 새 계절을 앞두고 옷장을 정리하며 필요한 옷을 적어두면 계획적인 소비가 가능하다. 한 벌 구성에 부족한 아이템 위주로 둘러보게 될 테니. 한눈에 반한 옷과 기존 옷을 스타일링하는 것보다 기존 옷을 보완하는 새 옷을 포착하는 편이 효율과 만족 모두 앞선다.


돌아보면 매달 몇 만 벌의 옷에 둘러싸였시절에도 계절별 즐겨 입던 옷의 개수는 현재와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그때나 지금이나 잘 어울리고 좋아하는 옷은 더 자주 입는다.


생각보다 계절은 훅훅 지나간다. 아무리 풍성한 옷을 가진 패셔니스타라도 자주 입는 옷을 추려보면 전체 보유량 대비 낮을 것이다. 모두에게 주어진 계절과 일수는 매한가지. 옷의 개수만큼 이 더 주어지지 않는다. 새 옷을 향한  없는 욕망을 가끔은 절제하는 습관을 들여보자. 


매달 쇼핑을 했던 예전의  또한 옷을 계속 사고픈 욕망에 빠져 허덕이곤 했다. 안 입는 옷이 계절별로 하나 둘 늘어가는  알면서도 소비습관과 안목을 점검하지 못했고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쇼핑으로 풀었다. 미니멀리스트로 변신하면서 비로소 소비를 객관적으로 돌아보았고 처방을 내렸다. 더 이상 옷을 늘려가는 것으로 나를 표현하지 않는다. 마음의 허기를 쇼핑으로 달래지도 않는다.


옷장을 열어 주르르 자신의 옷을 훑어보시길. 이번 계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옷, 즐겨 입는 옷을 꼽아보자. 덜 입은 옷의 착용 횟수를 되짚어 보자. 계절별 가장 잘 입었던 옷이 현재의  스타일이고 씁쓸함이 맴도는 옷이 보완해야 할 쇼핑의 미래다.


정말 마음에 드는 계절별 시그니처 한 벌을 만드는 연습, 오늘부터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 구매 습관을 개선하고 스타일링 감각을 키우는 가장 확실한 매개체가 되어줄 것이다.




* 때론 작은 선택이 인생을 바꿔버려요


매거진의 이전글 충동구매를 경계해야 할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