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디터 휘서 Jul 22. 2020

충동구매를 경계해야 할 이유

패션 에디터에서 미니멀리스트로 변신 중


지난 3년 간 쇼핑 패턴을 살펴보며 쇼핑의 순간을 곰곰이 떠올려보았다. 꼭 필요해서 구입한 물건은 계획 소비인만큼 후회가 적었다. 하지만 충동 소비는 달랐다. 우연히 지나가다가 예뻐서 사게 된 물건이 만족스러운 경우도 있었지만 계획 소비에 비해서는 후회의 빈도가 잦았다. 연간 옷을 구입한 달을 찬찬히 보니 집중적으로 소비한 몇몇 날이 눈에 띈다. ‘그냥 구경이나 해 볼까.’하는 마음에서부터 비롯쇼핑의 결과였다.


미니멀 쇼핑을 위해서는 자제력을 꾸준히 유지해야 하는데 충동구매를 줄이고 옷에 흔들리는 마음을 줄이려면 애초에 눈길을 주지 않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다.


Photo by Markus Spiske on Unsplash


우리가 옷을 사는 과정을 떠올려 보자.

먼저 온라인 쇼핑. 접근성이 좋은 만큼 다양한 쇼핑 사이트가 유혹한다. 예전의 나는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쇼핑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각종 포털의 패션, 쇼핑 카테고리에는 실시간으로 ‘어, 예쁘잖아’하고 순식간에 나를 매혹하는 상품이 즐비하다. 분명 메일 확인이나 검색을 위해 접속했는데 어느 순간 샛길로 빠져 옷을 보고 있다. 많이들 경험하는 개미지옥의 루트일 것이다.


 할 때는 미적거리던 마우스가 이런 순간에는 어찌나 빠른지 어느새 사이트로 들어와 이런저런 상품을 클릭하고 하고 있다. 눈동자가 바삐 사진을 훑고 마우스를 쥔 손은 기동력을 발휘하니 이보다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는 콤비 기관이 있을까 싶다. 미끼 상품에 반해서 넘어왔는데 다른 수십 개를 탐색 중인 스스로에게 흠칫. 습관성 중독이다.


나의 단골 쇼핑 사이트는 몇 개나 되나요? Photo by Charles Deluvio on Unsplash

또 무료한 시간에 찾는 단골 사이트 또한 빠질 수가 없다. 특히 대형 쇼핑몰은 2~3일의 주기로 새로운 옷을 업데이트하니 늘 새롭다, 짜릿하다. 들어갈 때마다 못 본 상품이 넘쳐난다.

살 것 없나 하는 가벼운 마음에서 차례차례 훑다 보면 위시리스트는 하나 둘 채워진다. 이런 온라인 쇼핑을 주기적으로 하고 있다면 늘 사고 싶은 것이 장바구니에 담겨있기 마련이다.


게다가 박리다매로 이익을 보는 체계인 대형 쇼핑몰은 가격까지 싸다. 생각보다 저렴하니 한 두 개쯤 사도 손해 볼 것 같지 않은 느낌이 자꾸만 든다. 충동구매임에도 죄책감이 덜 든다. ‘에이, 이만 삼천 원 밖에 안 하잖아. 몇 개나 담았는데 10만 원도 안 하네?’ 죄책감의 강도가 한층 옅어진다. ‘일도 힘든데 나를 위한 선물이라고 생각하자.’, ‘이건 소확행이야.’라며 합리화를 한다.


온라인 쇼핑이 쉬운 접근성과 끊임없는 노출로 우리를 현혹시킨다면 오프라인 쇼핑은 ‘계절’이라는 강력하고도 전통적인 무기로 우리를 끌어들인다.


사람들은 계절의 변화를 앞두고 새 옷을 입고 싶은 욕구가 치솟는다. 계절에 따라 나도 새롭게 세팅하고 싶은 마음, 기분전환이라는 그럴싸한 명분을 더한다.

백화점과 SPA 매장은 몇 달 앞서 계절감을 드러내며 구매를 부추긴다. 계절의 변화를 핑계 삼고 시즌오프를 구실로 백화점에 들르는 순간 우리는 거부할 수 없는 화려한 올가미에 스스로 걸려든다. 각 브랜드마다 엄선한 최상의 제품이 고객 앞에 선보이는 자리, 무언의 유혹이 나를 향해 쉴 새 없이 손짓한다.

Photo by Marcin Kempa on Unsplash

이렇듯 알고도 무시하기 힘든 일상 속 쇼핑의 패턴은 이미 우리의 일상에 깊숙이 스며있다.

온오프라인 가리지 않는 아이쇼핑의 늪은 늘 물욕으로 이어진다. 사고 싶은 마음과 사면 안 될 것 같은 마음 사이에서 고민하지만 대부분은 사는 쪽의 승률이 높다.


10여 년이 넘게 길들여진 관성을 이제는 바꾸고 싶었다. 그래서 나에게 강력한 제재를 가하기로 했다. 쇼핑이 시작되는 원천에 들어서지 않는 길로 걸어가 보기로. 


먼저 횟수가 많은 온라인부터 자제의 칼날을 들이댔다. 자투리 시간에 습관적으로 들르던 포털 사이트의 방문을 자제하고 특히 쇼핑 카테고리는 되도록 보지 않으려 했다. 핸드폰은 포털 사이트의 앱에서 아예 ‘쇼핑’ 카테고리를 보이지 않게 숨겼고 쇼핑 앱은 모두 삭제. 몇몇 있는 단골 사이트의 주기적인 방문도 멈췄다. 그리고 백화점 및 SPA 매장, 주요 상권의 쇼핑몰 등도 계절별로 들르는 대신 살 물건이 있을 때만 방문하기로 다. 이렇게 생활 전반에 걸쳐 실천하다 보니 쇼핑 횟수가 확연히 줄어들었다. ‘보면 사고 싶다.’라는 말은 만고의 진리임에 틀림없다.


습관을 바꾸니 옷을 사는 횟수도, 옷에 쓰는 시간과 에너지도, 옷에 투자하는 지출도 모두 줄어들었다. 자연히 후회하는 옷이 적어지고 세탁과 정리에 드는 품도 덜었다. 아이쇼핑 차단이 일으킨 연쇄 효과가 이렇듯 산뜻하다.





위 콘텐츠는 2020.07.24~26일, 브런치 대문글 & 브런치가 추천하는 글로 선정되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미니멀라이프 3년 차, 중고 00의 진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