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신처럼 핸드폰을 여기는 시대이다. 개인 통신수단에서 만능 기계가 되어버렸다. 편리한 기능을 적절하게 이용한다면 좋겠지만 수단을 넘어 핸드폰에 속박되어 버린 지 오래,알면서도 끊어내기 힘든 습관을 개선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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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한 방법은 두 가지이다. 첫째, SNS의 접속 횟수를 줄여나갔다.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싸이월드와 페이스북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유행을 타는 것을 보면서 다른 SNS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과의 소통, 표현 수단, 유행 매체 등 저마다 접속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지나고 보면 모두 '시간'과 '품'이 드는 행위이다. 페이스북을 끊은 지 4~5년이 흘렀고 비슷한 시기에 몰입했던 트위터도 6개월 반짝하다 접었다. 지인에게만 공개한 인스타그램 개인 계정은 마지막으로 게시글을 올린 지 3개월 남짓이다.
습관처럼 올리는 SNS가 하루의 구성에서 생산적이지 못한 일과가 되어버렸다면 개선의 칼날을 들이대야 한다.
새해결심 중에 블로그와 독서 인스타그램의 게시물 업데이트 속도를 늦추자고다짐했다. 현재는 1주일에 하나 정도 올리는데 시범 기간을 거쳐 점점 줄여나갈 생각이다. 습관처럼 올리는 SNS가 하루의구성에서 생산적이지 못한 일과가 되어버렸다면 개선의 칼날을 들이대야 한다. SNS를 하는 이유가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고 커리어와 연관성이 있는 성장을 위한 것이라면 방향과 색깔을 바꿔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심의 기간을 거쳐 집중해야 할 매체를 선택할 예정이다. 두 달 동안 습관적인 SNS 접속 횟수를 확연히 줄였더니 핸드폰을 무심코 꺼내 드는 시간이 대폭 줄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말은 핸드폰과 나 사이에도 적용되었다.
둘째, 하루에 세 시간 핸드폰을 끄고 숨겨둔다. 분신이 아닌 수단으로 기계를 사용하려면 내 옆에 두지 않아야 한다. 처음부터 긴 시간을 멀리할 수는 없으니 실천 가능한 시간을 정해 서서히 늘려가고자 했다. 낮에는 업무 연락이나 택배, 지인 등과의 소통이 잦으니 힘들 듯싶어잠자기 3시간 전 즈음을 공략했다. 이미 TV를 없앴고 넷플릭스의 구독도 해지했지만 유튜브라는 복병이 남았다. 특히 핸드폰으로 접속하는 순간 알고리즘의 파도를 타며 2~3시간이 후딱 지나간다. 이 복병에 당하지 않기 위한 가장 확실한 길은 역시 핸드폰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었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알게 된 사실이 있다. 핸드폰을 꺼 두기만 하면 언제든 다시 켜기 쉽다는 것이다. 관건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숨겨야 한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말은 핸드폰과 나 사이에도 적용된다. 주로 서랍 안, 베개 밑에 넣어둔다. 처음에는 불편했지만 어느새 다른 일을 하다 보면 핸드폰의 존재를 까맣게 잊어버린다.
청소를 하든, 식사를 하든, 글을 쓰든 그 무엇이든 핸드폰이 없는 편이 일의 집중도가 몇 배나 높았다. 익숙해지기 시작하면 그 시간 동안 할 일을 찾게 되고 나만의 루틴이 만들어진다. 가장 집중해야 할 때 핸드폰을 숨겨두면 일의 능률이 올라가고 온전히 내 시간에 집중했다는 정신적 포만감이 상승한다.
매일 최소 3시간, 이 시간은 다름 아닌 나로 접속하는 시간이었다.
주로 몇 시간 가량 글을 써야 할 때 이 방법을 애용하는데 효과가 좋다. 그리고 잠들기 전 핸드폰을 숨겨놓고 책을 펼치면 순식간에 다른 세계로 빨려 들어간다. 읽기의 몰입을 깨는 연락, 시간 확인, SNS 알림 등이 없는 시공간은 온전히 나만의 것이다. 때로는 평온하게, 때로는 박장대소하며 다른 세계와 조우한다. 그리고 이렇게 글을 쓸 때면영혼의심연에 가 닿는느낌이다.
매일 최소 3시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이 시간은 다름 아닌 나로 접속하는 시간이었다. 고요 속에 침잠하는 시간이 늘 기껍다. 은근한 설렘이 매일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