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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터 휘서 Mar 08. 2021

삶을 변화시킨 미니멀 라이프 책 리스트


미니멀 라이프를 유지하는 동안 책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입문부터 현재까지 삶을 변화시킨 책을 돌아보았다.


첫 책은 실용서로 시작했다


미니멀 라이프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이사였다. 전 집에서 버리지 못하고 이고 지고 온 짐을 보는 순간, '이건 아니다' 싶었고 비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분야가 궁금할 때 책을 먼저 찾아보므로 자연스레 동네 도서관으로 향했다. 서가를 뒤적이다 현재 상황에 딱 맞는『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을 발견했다. 일본의 대표적 정리 컨설턴트인 곤도 마리에의 책이었다. 그녀의 책은 정리가 시급한 나에게 매뉴얼이 되어 주었다. 의류-책-서류-소품-추억의 물건 순으로 정리를 권장하는 조언에 따라 하나씩 비워나갔다. 비워본 분들은 알 것이다. 집 안에서 옷만 비워내도 얼마나 많은 공간을 되찾는지, 홀가분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지를 말이다. 이 책은 나에게 실천할 수 있는 용기와 방법을 건넸다.

Photo by Thought Catalog on Unsplash

다음은 곤도 마리에만큼이나 일본에서 유명한 미니멀리스트의 책으로 이어졌다. 사사키 후미오의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도미니크 로로의 『심플하게 산다』가 대표적이다. 어렸을 때부터 정리에 소질이 있었던 곤도 마리에와는 달리 사사키 후미오는 책과 DVD, 카메라 등을 수집했던 맥시멀리스트였다. 그래서 변화 후의 삶이 더 극적이었고 편집자라는 배경도 비슷해서 공감이 갔다. 책 3장인 '인생이 가벼워지는 비움의 기술 55 & 더 버리고 싶은 이들을 위한 15가지 방법'은 의지가 나약해질 때 한 번씩 읽으면 정신이 번쩍 든다. '버릴 수 없다는 생각을 버려라', '물건 씨의 집세까지 내지 마라', '영원히 오지 않을 언젠가를 버려라', '다섯 번 정도 망설였다면 버려라' 등 버리기 전 주저하게 만드는 웬만한 이유는 그의 일갈 앞에 쪼그라들었다. 투박한 문체지만 직관적이라 초심을 되새겨야 할 때 유용하다. 도미니크 로로는 단순하게 살면서 인생을 충만하게 사는 법을 일깨운다. 적게 소유할수록 더 자유롭고 더 많이 성장한다는 모토로 물건, 몸, 마음을 두루 돌아보게 만든다. 이 책은 내 안의 잠재력을 일깨우며 품위 있고 우아하게 사는 삶을 소망하게끔 한다. 마음이 지치고 가라앉을 때 펼치흐려졌던 의식이 정화되고 정갈한 마음가짐이 스며든다. 미니멀 라이프의 이상적 방향성을 제시하는 책이랄까. 비슷한 효과를 기대할 때 『소중한 것은 모두 일상 속에 있다』를 꺼내 든다. 손바닥만 한 사이즈의 잠언록 같은 책. 일본의 미니멀 라이프가 인기를 끈 데는 단샤리('끊고 버리고 떠난다'는 요가행법 철학에서 착상한 개념)가 배경으로 작용했는데 이 '단샤리'의 제창자인 야마시타 히데코의 저서이다. 물건과 공간뿐 아니라 말, 관계, 의식 등 일상을 돌아보는 단정한 힘을 전한다. 다른 책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지만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반성과 사유의 세계로 안내하니 아낄 수밖에.


이밖에 조슈아 베커의 『작은 삶을 권하다』, 곤도 마리에의 『버리면서 채우는 정리의 기적』, 임다혜의 『딱 1년만 옷 안 사고 살아보기』, 아즈마 가나코의 『궁극의 미니멀 라이프』, 도미니크 로로의 『고민 대신 리스트』, 데이브 브루노의 『100개만으로 살아보기』등 그때그때의 관심에 따라 다양한 책을 읽었다.


정리에서 행복으로


집 안을 돌보는 물리적인 '정리'가 마무리되면 삶의 본질적인 것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미니멀 라이프는 물건 줄이기에서 일상의 소중한 것에 집중하는 삶으로 옮겨가기 때문이다. 원하는 삶의 본질은 곧 행복과 이어진다. 그즈음 유튜브에서 서울대 행복연구센터 소장인 최인철 교수의 강의를 듣게 되었다.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다 보면 결국 소유 소비를 줄이고 경험 소비로 옮아가는 과정이 필연적으로 따르는데 그 강의의 주제가 딱 그랬다. 결국 그의 저서인 『굿라이프』에 이르렀다. 이 책은 심리학의 측면에서 행복론을 파고든다. 행복이라는 정의의 역사적 변천부터, 행복과 유전의 상관관계, 행복한 사람들의 삶의 기술, 의미와 품격 있는 삶 등을 기술한다. 이 책을 읽은 후 가장 큰 소득은 행복의 개념을 수정한 것. 이제껏 행복이란 스트레스가 하나도 없는 삶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점은 행복에 대한 대표적 오해였다. 행복의 상태는 부정적인 감정 경험보다 긍정적인 감정 경험 비율이 더 많을 때를 말한단다. 스마일만 존재하는 삶은 없다는 뜻이다. 또한 소유 소비와 경험 소비의 차이점을 확실히 인지하고  삶의 방향성을 정하는 이정표로 삼았다.


소유와 존재를 고민하다


'굿라이프' 속 소유 소비와 경험 소비의 개념에 깊은 감명을 받은 후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를 택했다. 미니멀 라이프에서 이어진 소유 존재의 개념을 명확히 규정하는 고전. 삶의 방식 전반을 통찰하는 그의 시선에 감탄했다. 결국 미니멀 라이프의 종착역은 '이 책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에서 선택할 수 있는 소유 혹은 존재의 방향성을 다각도로 사유할 수 있는 책. '어떤 것을 소유하며 어떤 존재로 살아가야 할까?'라는 물음에 답을 얻었다.


이 책을 끝으로 한동안 새로운 책에 관심이 덜했다. 인상적이었던 몇몇 책으로 의식을 다잡기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최근에 새로운 관심사가 생겼다. 바로 '소비'라는 키워드이다. 언제부터인가 FLEX라는 말이 신조어처럼 등장하고 집콕 생활이 길어지며 '보복 소비'라는 용어도 심심찮게 들린다. 사람들은 어떤 마음으로 소비를 하는지, 우리 사회는 어떤 방식으로 무한한 소비의 세계로 이끄는지 알고 싶어졌다. 연세대 윤태영 교수의 저서인 『소비 수업』이라는 책을 택했다. 유행, 광고, 취향 등 현대 소비를 관통하는 11가지 키워드를 살피고 있다. 교양과 통찰을 건네는 내용이 그득하다. 이 책과 함께 19세기 후반 상류층의 소비를 냉철하게 분석한 소스타인 베블런의 『유한계급론』도 들였다. 여가와 소비에 관한 역사적 맥락을 짚을 수 있어 흥미롭게 읽어나가는 중이다.


의식의 흐름에 따라 책이 흘러간다. 정리법을 담은 책이 정갈하고 품위 있는 삶을 담은 책으로, 행복을 향한 호기심이 소유와 존재로 이어진다. 지금은 사회 현상과 개인의 욕망이 빚어낸 소비에 눈길이 닿아 있다. 미니멀 라이프가 다채로운 세계를 유영하게끔 길을 터주었다. 앞으로 어느 바다로 나아갈지 모른다. 분명한 건 의식의 흐름은 끝이 없고 책 또한 그 끝을 알기가 어렵다는 것. 그저 미지의 파도에 몸을 내 맡기며 신나게 헤엄쳐 나갈 일이다.




* 글에서 언급된 주요 책 & 강의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심플하게 산다』

『소중한 것은 모두 일상 속에 있다』

『굿라이프』

소유냐 존재냐

『소비 수업』

『유한계급론』


[인문학강의] "행복하고 싶다면, 행복한 사람 옆으로 가라"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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