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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터 휘서 Feb 19. 2021

미니멀리스트의 소비 재배치


작년 한 해 동안 가계부 앱을 쓰면서 연간 지출 내역을 모조리 알게 되었다. 항목별, 기간별 통계가 나타나니 수시로 소비를 점검한다.

가계부는 모든 지출을 분석하는 객관적 지표로서 한 해 소비를 계획하는 근거 자료로 삼을 수 있다. 잘한 점과 보완할 점이 보이기 때문이다.


연간 지출 내역을 꼼꼼히 살펴보았다. 몇 년 간 의류비를 필두로 물욕을 점점 줄여왔기 때문에 손댈 곳이 많지 않았지만 항목별로 살펴보니 간과한 부분이 드러났다. 자동이체로 나가는 몇몇 고정비가 눈에 띄었다. 바로 통신비와 구독료였다.


어느 순간 휴대폰 요금을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장기 여행을 떠날 때가 아니고서야 일시정지를 시키는 일이 드물고 요금제도 그대로 두기 십상이다. 통화보다는 데이터를 많이 쓰는 시대, 데이터 걱정 없는 요금제를 몇 년간 사용 중이었다. 계산해 보니 연간 72만 원이 넘는 금액이었는데 그간 익숙해져서 손댈 생각을 못했다. 알뜰폰 요금제로 바꿀까 생각만 하다 이제부터라도 바꿔보자 싶었다. 대형 통신사에서 으레 넣어주는 멤버십 등급 포인트를 1~2만 원 내로 사용한 걸 보면 옮겨도 크게 손해 볼 건 없어 보였다.


변경 전 통신사에 전화를 걸어 물었다. 약정 기간이 끝났는지(8개월 전쯤 끝난 상태였다), 월별 평균 통화 시간과 데이터 사용량(월 146분, 38기가) 얼마인지. 간단하게 메모한 뒤 검색에 돌입했다. 알뜰폰 회사가 많아서 순간 아득했지만 마침 요금제를 비교해주는 사이트(www.mvnohub.kr)를 발견했다. 앞서 적어둔 월 데이터량과 통화량 등을 검색 조건에 넣어보니 여러 회사의 요금제가 한눈에 나왔다. 몇 곳을 골라 비교한 뒤 해당 회사 홈페이지에서 가입 신청을 했다. 알뜰폰 회사가 경쟁이 심해서 수시로 할인 행사를 하는지 가입자에겐 좋은 조건이었다. 현재 쓰는 요금제보다 더 나은 데이터 걱정 없는 상품으로 골랐다. 신청할 때는 19800원이었는데 접수 누락으로 재신청했더니 그 사이 18700원으로 내린 것은 꿀이득. 경쟁사가 나타난 거였다. 약정기간이 없으니 써보다가 아쉬운 점을 느끼면 다른 요금제로 갈아타도 무방. 기존 통신비 60390원에서 1/3 수준으로 지출이 줄어든다. 현재 요금제로 단순 계산해도 연간 724680원에서 224400원으로 바뀌니 500280원을 아낄 수 있다.


다음으로 줄일 항목을 살펴보니 영상 프로그램 연간 구독료가 눈에 띄었다. 월 24000원이었고 지갑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카드가 정지되어 구독도 정지된 상태. 새 카드번호를 입력하면 바로 결제가 될 테지만 연간 금액이 부담스러워 고민하던 차, 남동생이 해법을 주었다. 기존 프로그램 대신 요즘 영상 제작자들 사이에서 핫한 무료 프로그램인 다빈치 리졸브로 바꾸라고 했다. 유튜브에 강의도 많으니 별 문제없을 거라고. '오호~! 고마워'. 당장 새 프로그램을 깔고 실행했다. 방식이 유사해서 별 어려움이 없었고 어떤 부분은 더 편리한 기능이 있어서 유용했다.

'차차 적응해가면 되겠지.'


이렇게 두 가지 지출 내역에 손대었더니 연간 788280원이라는 예상 절감액 나온다. 이 금액은 작년 문화생활비와 비슷한 금액이다. 다이어트할 지출이 있을지 반신반의했는데 있었다. 고정비로 나가겠거니 방심하고 있던 항목이었고 자동이체 내역이라 체감이 적었다.

Photo by Marcel Strauß on Unsplash

미니멀 라이프를 하면서 불필요한 소비를 줄여가면 다양한 장점이 나타남을 종종 느낀다. 심리적으로는 있는 물건에 만족하는 법을 익히니 소유욕이 줄고 경제적으로는 절감한 소비를 다양하게 활용한다. 저축, 투자, 소비 등 본인의 선택에 따라 달라질 뿐. 나는 주로 저축을 했고 후에 목돈이 필요한 곳이 생기면 주저 없이 소비했다.


금전에도 재배치가 필요하다.
불필요한 소비를 찾아내면 가장 필요한 곳에 쓸 수 있다.


<신박한 정리> 프로그램을 보면 비우기를 선행한 후 가구 및 물건의 적절한 쓰임을 찾는 '공간 재배치' 과정을 거친다. 이번에 두 개의 고정비를 줄임으로써 금전에도 재배치가 가능함을 깨달았다.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거나 변경하면 가장 필요한 곳에 쓸 수 있으니.

처음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했을 때 후회한 옷이 많다는 걸 느끼고 의류 구입을 반씩 줄여가는 연간 실험을 했다. 3년 전에 비해 개수와 비용이 1/4 수준으로 줄었고 예쁘고 소소한 잡화 구입도 신중을 기한다. 이렇게 모인 돈으로 좋은 매트리스를 구입했고 부모님과 여행을 떠났다. 후회하는 돈을 재배치하면 원하는 , 소중한 사람에게 아낌없이 쓸 수 있다.  


이번 고정비 절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6만 원이 넘는 절감 금액은 서너 권의 책이 될 수도 , 좋아하는 지인과의 식사 자리가 될 수도 있다. 연간 금액으로 생각하면 선택지가 더 많아진다. 꼭 필요한 물건 또는 자기 계발을 위한 시간으로  탈바꿈할 수 있으리라.


앞으로도 일상의 소비를 예의 주시하며 살아갈 예정이다. 소비의 주체로서 가장 필요하고 소중한 무언가에 돈을 쓰는 일은 언제나 즐거운 일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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