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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터 휘서 Jul 01. 2021

책 정리에 대한 단상



책장이 터질 것 같아서 책을 일부 정리했다.
강남역 가는 길에 세 권을 추려서 알라딘 중고서점에 팔았다.

홀가분한 기분이 들었다. 망설이고 있는 책도 헐값에나마 넘겨야겠다.
올해 40권의 책을 샀고 25권을 남겼다. 수시로 솎아내지 않으면 책장의 용량을 넘겨버린다. 소박한 책장을 꿈꾸며 더 이상 감흥이 없는 책, 다시 보지 않을 것 같은 책을 추린다. 새 주인을 찾게 길을 터주거나 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게 도서관으로 보낸다.


한때 깊은 영감을 주었던 책도 취향이 변했거나 내가 성장함에 따라 시들해질 때가 있다. 하루키 책도 그중 하나. 에세이 몇 권과 소설이 있었는데 야금야금 내보냈더니 이제 두어 권 남았다.

이사 오기 전 사백 권의 단행본이 있던 때가 있었다. 점점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르륵 배열된 책을 보는 지적 허세와 소유욕이 뒤섞인 감정이 답답함으로 번졌다. 창문가에 빼곡했던, 낮은 성벽과도 같았던 책 탓에 바람길이 통하지 않았다. 시선이 느끼는 피로도 만만치 않았다.

언제부턴가 책 내보내기를 귀찮아했더니 스멀스멀 증식했구나. 마음을 고쳐먹고 틈틈이 비웠다. 이사 후에도 꾸준히. 어느 해에는 구입한 책 보다 많은 양을, 요즘은 구입량 대비 1/3 가량을 정리하는 편이다.

이제 책을 많이 가졌다는 양적 만족감보다 꼭 필요한 책만 남기고 싶다는 정리욕이 더 크다. 내보낼 땐 메일의 내게 쓰기 기능을 통해 인상 깊은 부분을 모두 옮긴 뒤, 붙였던 포스트잇을 회수한다. 자체 온라인 아카이브가 쌓이고 책 대신 집 안 공간을 얻는다.

간혹 책을 읽다 소박한 책장을 추구하는 작가를 만날 때면 눈이 번쩍 뜨인다. 박완서의 산문에서 책 소유를 향한 비슷한 생각을 발견했을 때의 반가움이란! 작은 책장을 추구했던 보르헤스의 가치관도 매한가지였다. 소박함의 기준이 다를 수 있지만 그들의 책장을 상상하며 위안을 얻는다. 

돌이켜보면 10년 전 작은 방을 채웠던 책탑, 5년 전 폴라로이드 사진에 담긴 책 더미의 모습이 모두 다르다. 장르와 작가가 변해왔다. 90%쯤 책 구성이 바뀌었으니 대부분 내 곁에 없다.


분명한 건, 그때 읽은 책이 나이고 곁에 남은 책이 간직하고픈 가치라는 것. 유심히 책을 훑어보면 의식이 흐름이 보인다. 어떤 가치를 남길지, 어떤 나로 살아갈지 매일 고민하리라. 그래서 오늘도 신중히 들이고 홀가분히 보내는 연습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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