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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터 휘서 Mar 13. 2019

미니멀 라이프 버리기 _ 옷 & 책

패션 에디터이자 애서가의 도전


미니멀 라이프를 결심하고 제일 먼저 시작해야 할 일은 바로 '버리기'다. 버리기 없이는 내 공간과 마음의 정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곤도 마리에의 정리 법칙을 익힌 후 버리기에 돌입했다.

그녀가 제안한 버리기 순서인 옷 - 책 - 서류 - 소품 - 추억의 물건 순으로 따르기로 했다.


1단계 : 옷 버리기 _ 집착과 추억 놓아주기


옷을 제일 먼저 버려야 할 이유는 바로 부피를 가장 많이 차지하는 대표적 물건이기 때문.


옷을 많이 사는 편이 아니었고 이사 전에 짐을 늘리지 않으려 무던히 애썼다.

패션 에디터로 일해왔지만 옷, 가방, 액세서리에 큰돈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해왔다.


처음부터 습관을 그렇게 들인 덕에 생각보다 버릴 옷이 많지 않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미니멀한 옷장을 향해 결심을 해야 했다.


가진 옷을 한꺼번에 둘러보고 버릴 물건을 찾기 시작했다.

낡은 옷, 더 이상 입지 않는 옷, 유행이 지났지만 좋은 추억을 가진 옷 등이 보였다.


먼저 많이 입어서 낡은 티가 나는 옷은 의류함 속으로,

산 지 2~3년 된 옷이지만 왠지 안 입게 되는 옷은 중고로 저렴하게 팔았다.


관건은 유행이 지났지만 좋은 추억이 있는 옷, 즉 설렘이 아직 남아있는 옷이었다. 곤도 마리에의 기준에 따르면 설렘이 느껴지는 물건은 버리지 않아도 된다고 했는데, 안 버리자니 왠지 정리에 걸림돌이 되는 느낌이었다


 최근에 몇 개월 간 이별한 물건을 살펴보자.


참 좋아했던 금장 단추가 예뻤던 모직 재킷



심플한 라인에 금장 단추가 포인트가 되어 줬던 옷,

가을 겨울에 많이 입었고 이제는 단추의 금빛이 많이 바랬고 옷의 이음새를 따라서

하얗게 헤진 티가 역력해서 결국 최근에 의류함으로 보냈다.




어떻게든 복구해보려고 염색을 시도했던 아끼던 A 라인 블랙 스커트



위는 정말 많이 입었던 도톰한 자카드 소재의 블랙 치마로 아끼던 아이템이었다.


이 치마도 작년부터 군데군데 헤진 티가 난 걸 느끼고 올해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학창 시절 염색 수업 때 쓰다 남은 블랙 다이론 가루를 가지고 염색을 시도했다.

 하지만 헤진 부분을 그대로 표가 났고 푸른 기가 도는 블랙으로

염색이 되어서 새 옷처럼 되진 않았다.


최선을 다했으니, 너도 안녕~!



한때 애정 했던 귀걸이도 새 주인을 찾아 떠났다.



유럽 여행 때 사온 아가타 귀걸이도 더 이상 나의 옷 스타일이랑

어울리지 않아서 보관하고 있다가 다른 이에게 보냈다.




자, 이제 설렘 때문에 쉽게 놓지 못했던 옷이었다.  아래 재킷 같은 옷은 몇 번이나 망설였다. 하지만 어느 책에서 이르길 볼 때마다 '버릴까 말까'하는 생각이 다섯 번 이상 든 물건은 주저 없이 버려도 된다는 말에 용기를 얻어 결국 폐기했다. 책의 내용대로 다섯 번 정도 생각이 들었으면 계속 생각이 든다는 말이니

이 횟수가 수십 번을 넘어갈지도 모르는 물건이므로.

이 재킷은 사진을 남기지 않아서 추억 속 사진으로 대신한다.


한때 아끼던 오버 숄더 블랙 재킷도 몇 번을 망설이다 의류함으로 보냈다.


놓지 못했던 옷을 끝으로 1차 정리가 끝났다.

이제 옷에서 가방과 구두로 넘어갈 차례.

 옷보다는 가방과 구두에 포인트를 두는 스타일링을 즐겨해왔다.

그래서 옷을 살 때는 절대 사지 않는 색상과 패턴이 가방과 구두에는 용인되어 화려한 디자인을 즐겼다.

지인은 물론이고

편집장님이나 본부장님까지 슬쩍슬쩍 물어보시던 구두 컬렉션이다.

구두만큼은 화려한 디자인이 끌렸던 시절.



이 구두들의 상당수를 이사 올 때 가져왔고 이제는 정리를 해야 할 때였다.

대개는 비웠지만 끝내 놓을 수 없었던 몇몇 구두는 가지고 있다가 마음이 완전히 정리된 후 버리기도 했다.

낡은 구두, 불편했지만 소장했던 구두,

유행이 한참 지난 구두 등이 그 대상이었다.

살아남은 구두들


다음은 가방 차례, 가방은 정말 어려웠다.

추억도 추억이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가방 만드는 기술을 배우면서 소장 가방의 사이즈와 패턴, 부속품 등이

참고 자료가 되었기 때문. 그래서 차마 버리지 못하고 있다가

 이대로는 정리가 안 되겠다 싶어서, 사진으로 찍어서 남기고 처분했다.


이 과정에서 느낀 점은 실물로 보면 버리기가 쉽지 않은데

사진으로 찍어서 보면 낡은 부분이 선명하게 보이는 등 보다 객관적인 시선을 가지게 되어서 버리기 쉽다는 것이다.

(옷도 마찬가지다.)



마지막까지 놓기 힘들었던 추억의 가방들이다.


유행이 멀어진 가방, 손때가 묻고 빛이 바랜 가방



이염이 된 가방과 뒤쪽 손잡이가 끊어진 가방



대학 때부터 즐겨 매던 가방들로

본연의 색이 참 예뻤는데 어느새 빛이 바래고 손때가 묻고 유행과 거리가 멀어졌다.


이제 미련을 내려놓고

모두 보냈다.





2단계: 나의 영혼의 변천사, 책 _ 쉽고도 어려운 버리기


삶의 양대 즐거움으로 독서를 꼽는 만큼

 책을 무척 아끼는 편이다.


그래도 부피와 공간 때문에 꽤 조절하며 책을 들여놓았는데 이사 전 단행본이 400권에 육박하자

'안 되겠다.' 싶어서 온라인에 중고로 내놓았다. 공간에 비해 버거워져 오던 참이었다.

온라인에 올려놓고 주문이 들어오면 팔거나,  8~10권 정도 모아뒀다 팔곤 했다.

이전 집 창가의 제1서가



숨은 공간을 활용했던 제2서가



조금씩 팔았지만, 이사 후 쌓인 책들을 보니 더 정리해야겠다 싶었다.

그래서 이전보다 온라인 중고 서점에 자주 내다 팔았고, 동네 도서관에 기증하면서 부피를 줄여나갔다.


한 달에 여러 권 팔거나

대량으로 내놓을 때는 싸게 서점에 넘겼다.


온라인 서점에 중고로 판매한 책
아끼던 책도 안녕~ 필요한 이에게 새로운 영감이 되길



이런 식으로 정리를 해서 부피를 많이 줄였다. 책을 증식하는 만큼 나의 지적 성장이 이뤄지지 않을뿐더러 방대한 지식을 모두 붙잡아둘 수 없다고 나를 다잡았다. 대신 평생 곁에 두고 싶은 책, 틈틈이 나를 돌아볼 때 읽으면 좋을 책, 문학적 영감을 주는 좋은 문장이 많은 책, 인생의 방향키를 알려주는 철학책은 남겨두기로 했다.

 물론, 이 책들도 내가 변화함에 따라 들고나기를 반복할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딱 30권 정도만 남겨두고 싶은데 이게 한 번에 되질 않아서

우선은  이상 줄여 150권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사 후에도 나름의 제1서가와 제2서가로 나뉜 공간을 사용 중인데

몇 달 전에 정리한 제1서가는 다음과 같다.

약 60권의 남긴 책



이렇게 옷과 책 버리기를 실천했다. TV에서 정리 전문가가 출동해 며칠 만에 1톤이 넘는 짐이 나가고 하는 극적인 변화는 없지만 그래도 집착과 미련, 추억을 놓는 과정을 한 번 해내고 나니 한결 개운해졌다.


물건에 단호하지 못해서 한 번에 무 자르듯 하지는 못했고 몇 개월에 걸쳐 이루어졌다.

현재도 연습한다는 마음으로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물론 아직도 예쁜 옷을 보면 나도 모르게 눈길이 가고 '살까, 말까' 하는 고민에 시달리며

위시리스트에 담아놓기도 하지만 이전에 비해 고민하는 시간이 훨씬 길어졌고 쉽게 사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책은... 영원한 숙제 같기는 하지만, 이사 후에 도서관이 가까워져서

대부분 구입하던 습관을 줄일 수 있었다.


몇 달간의 정리를 거치면서 나름대로 세운 원칙은 다음과 같다.



1. 옷은 내가 모르는 옷이 없게, 두 계절의 옷이 두 행거를 넘지 않도록 한다.

2. 책은 평생의 책을 만나기 위한 과정으로 꾸준히 탐독하되 소장량이 150권을 넘지 않도록 조절한다.



물론, 위 원칙에서 더 줄여나가면 좋겠지만 우선은 위 두 가지를 당분간 실천하기로 했다.

집 안도 내 마음도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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