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디터 휘서 Nov 29. 2018

85%의 런던

당신은 몇 프로의 도시에 살고 있나요?


Regent street, London, UK




가장 좋아하는 거리인 리젠트 스트리트 거리의 공사 현장



세 번의 런던 여행과 한 번의
유학 생활을 거치고도
문득 런던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첫 방문 이후 3~4년에 한 번씩 런던으로 돌아갔는데
어느 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런던은 언제 돌아가도 85%의 모습이
남아있을 것 같아.'


제일 좋아하는 거리이자
곡선 건물이 장관인
리젠트 스트리트 Regent Street,

가장 많이 찾아갔던 동네이자

예쁜 동네 1순위로 꼽는

노팅힐 Notthing Hill의 다채로운 색감,

숨겨둔 안식처인 몇몇 공원 등.
내가 사랑하는 런던의 85%는 그대로 남아있으리라는

막연한 믿음 같은 게 생겼다.


대형 크레인이 등장하는 공사 현장은 런던에서 흔치 않은 광경이다


물론 소소하게 혹은
확연히 변하는 것들이 다.

가장 즐겨 찾았던 옥스포드 거리의 서점인

보더스 Borders는

급작스럽게 폐점을 맞았고
내가 살았던 써더크 Southwalk 지역은

땅값이 꽤 올라

새로운 동네로 거듭났다 한다.


템즈 강변의 산책하기 좋았던 런던 아이(London eye) 근처 길은

예전에 비해 상점과 주거 건물이 많이 생겨
예전의 한가로운 맛이 덜해져 버렸다.


그래도 런던은 천천히 변한다.

대형 빌딩이나 큰 쇼핑몰, 국제 경기장 등을 조성하는 대형 공사는 드물고
대부분의 건물은 보수 공사의 형태를 띤다.
외벽은 그대로 둔 채, 내부 공사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서

눈살을 찌푸릴 정도의 공사 소음을

 들을 일은 거의 없다.

아마도 보수나 신축에 있어

까다로운 법과 규제가 있어 그런 듯하다.



런던의 전형적인 보수 공사 모습



한국은 반대의 건축 성향을 지닌다.
아마도 전국 곳곳의

동네의 변화가 그 예가 되리라.


단기여행이든 장기여행이든
부재의 끝에는 으레

 동네의 변화가 따라왔다.
어떤 건물이 공사에 들어갔거나
익숙하던 건물이 감쪽같이 없어져 버린 광경이 아주 흔했다.


내가 어디에 살든 어느 동네를 지나건 상관없이

 1년에 여러 차례 공사 소음이 멀리서든 가까이서든 들려왔다.


이번에도 한 달간 여행을 떠났다 돌아오니 여지없었다.

우리 동네의 태권도장 건물이

완전히 허물어져 있었다.

꼬맹이들의 우렁찬 기합 소리가 거리까지 들려와

 흐뭇한 웃음을 머금고 지나가곤 했는데
그 자리가 사라져

콘크리트만 수북이 쌓여 있었다.


너무 빨리 변하고 결정이 일사천리인 세상.
그래서 이 나라가 단기간에 발전해 온 것이겠지만
우리가 지켜야 할 소중한 건물과

시간을 들여 천천히 고증해야 할 역사물까지
재빨리 결정되고 쉽게 허물어지는 것은 아닐지

안타까움이 밀려온다.


한편으로는 옛 것의 정취를 찾아

북촌, 서촌, 익선동, 군산 등으로

기꺼이 발걸음을 옮기는 현실.


한국을 정말 사랑하지만 가끔은 좀
천천히 변했으면 좋겠다.
런던을 향한 85%의 믿음처럼
한국도 어떤 믿음의 수치가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쉽게 우리 모습을 잃어가지 않을 거라는 기대,
정권 혹은 자치장에 따라 달라지지 않을 거라는 확신,

일관된 건축 방향성에 관한 믿음 말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