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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터 휘서 Sep 15. 2020

굿즈를 사양합니다

패션 에디터에서 미니멀리스트로 가는 길


매년 평균 50여 권의 책을 온라인 서점에서 구매한다. 구입 권수로 따지면 상위 5~6%의 구매자에 해당할 것이다. 그런데 몇 년 간 책을 사며 택한 굿즈가 하나도 없다. 책과 함께 기획된 굿즈에 열광하고 이를 모으는 애서가가 꽤 많지만 나와는 반대 이야기. 한마디로 굿즈 전략이 먹히지 않는 소비자이다.


Photo by Sincerely Media on Unsplash

처음부터 굿즈를 들이지 않은 것은 아니다. 점차 그렇게 바뀌었다.


온라인 서점처음 오픈했을 부터 여러 곳의 회원이었다. 초기에는 내가 몰랐던 책의 세계가 이토록 드넓은지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신기했다. 점점 온라인 서점의 시장 점유율이 올라가면서 다양한 마케팅을 체험하는 재미를 누렸.


도서정가제가 시행되기 전, 출간한 지 몇 년이 지난 책은 할인율이 컸기 때문에 여러 권 사는 경우가 많았고 신간에 구간을 끼워주는 마케팅도 종종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신기한 개념인데 받으면서 고마웠지만 한편으로는 '이래도 되나..?'싶었다. 책 뒷면에 비매품이라 찍힌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 정이현의 '낭만적 사랑과 사회', 김영하의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같은 이름 난 책도 증정용으로 받았으니까.

책을 4~5만 원 이상 구매하면 따라오는 굿즈의 유혹도 무시할 수 없었다. 1~2권 더 얹어 '굿즈까지 받자.'라는 생각에 책을 더 고르려고  단계로 돌아갔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굿즈를 타기 위해 여러 권 구입했던 책이
책장에 쌓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 행위를 멈추었다. 굿즈를 타기 위해 여러 권 구입했던 책이 책장에 쌓이는 게 부담으로 다가왔다. 결국 내가 읽을 책은 처음에 구입하려고 했던 소수의 책이었다는 사실을 자주 느꼈다. 음식도 그러하듯 당장 먹고 싶은 것을 먹어야 가장 맛있다. 책도 마찬가지다. 쌓여가는 책은 이내 흥미가 떨어졌고 '천천히 읽어야지.' 다짐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또 다른 책이 눈에 들어왔다.


두 번째 이유는 굿즈의 질이었다. 튼튼한 물건도 있었지만 증정품용으로 제작되다 보니 만듦새가 헐겁고 조잡한 경우가 많았다. 지금은 굿즈 전용 카테고리가 있어 따로 판매도 하지만 당시 내가 탐닉했던 굿즈의 질은 편차가 컸다. 그리고 생활에 꼭 필요한 물건이 아니면 사용 빈도가 떨어졌다. 덤으로 생긴 물건은 얼마 가지 않아 짐이 되었다.


도서정가제가 확고히 자리 잡고부터는 책값이 10% 할인율에 5% 적립률로 정해졌다. 예전보다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자연히 많은 책보다는 읽을 책 위주로 사다 보니 굿즈를 선택할 기회가 줄어들었다. 이러한 이유로 자연스레 굿즈와 멀어졌다. 현재의 굿즈 마케팅은 적립금 차감 형식 또는 단독 구매가 가능한 형태로 변화했다.


'알라딘 굿즈'로 가장 활발한 굿즈 마케팅을 펼치는 알라딘 서점 VS 문구뿐 아니라 타브랜드 생활용품 쇼핑까지 유도하는 예스24 서점.


 내 생활에서 정말 소중한 물건만 남기고 그 외의 것은 최소화하자



굿즈가 더 다양해졌지만 선택하지 않는 방식을 여전히 선호한다. 돌이켜보면 나의 굿즈 역사와 미니멀 라이프로 변화한 과정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굿즈에 빠져 있던 시기에는 책의 맥시멀 라이프를 추구했다. 자주 책을 사다 보니 단행본 300여 권, 잡지 100여 권이 훌쩍 넘었다. 책과 예쁜 굿즈가 집 안을 채웠다. 마음에 드는 비싸지 않은 물건을 선택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순간의 소비가 행복했고 새로운 물건이 점점 늘어가는 게 좋았다.


그러나 그렇게 몇 년 간 쌓인 각종 물건은 집을 포화상태로 만들었다. 몇 년 전부터 물건을 비우기 시작했고 옷에 이어 책, 소품이 그 순서를 따랐다. 대대적인 비우기 끝에 '내 생활에서 정말 소중한 물건만 남기고 그 외의 것은 최소화하자.'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굿즈를 사양하는 과정은
미니멀 라이프와 놀랍도록 닮았다



굿즈를 더했던 소비를 거쳐 본질인 책만 택하는 습관을 정착시켰다. 이제는 그때그때 읽고 싶은 책으로 1~2권만 주문한다.

어쩌면 미니멀 라이프로 들어서기 , 작은 예행연습을  것 같다.


현재는 굿즈뿐 아니라 소품 또한 거의 들이지 않는다. 때때로 반하고 소유욕이 일 때도 있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 먹는다. 마음에 든다고 꼭 소유해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꼭 필요한 지 따져보고 잔잔한 기쁨을 오래 줄 물건인지 그려본다.


누구나 채움과 비움의 적정치를 유지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지 않더라도 과부하가 걸린 물건이나 공간이 눈에 띄면 잠시 소비를 멈추고 관조의 시간을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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