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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터 휘서 Aug 18. 2020

이제 경험 소비에 투자합니다

소유와 존재 고민하기


옷과 책 이외에 2년 동안 구입한 물건이 10개 남짓이다. 그만큼 물건을 사는 일이 드물어졌다.

대신 경험 리스트는 늘려왔다. 영화, 공연, 미술 전시, 독서 모임, 여행 등이 대표적이다.


3년째 한 달에 두 번 이상 독서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문학, 창업, 마케팅, 투자 등 다양한 분야의 책과 사람을 만났다.


문화생활이라 불리는 무형의 경험이지만 여전히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옷 소비에 엄격한 칼날을 들이댔다면 문화비는 적절하게 균형을 유지했다.


영화는 주로 다운로드로, 몇몇 공연은 지인의 초대권 덕을 보았다. 독서모임은 대부분 리더로서 활동비를 받았기 때문에 오히려 돈을 벌었다. 비용 절감이 가능한 부분은 노력했고 정말 좋아하는 분야는 통 크게 소비했다. 몇 년을 기다린 발레 공연은 좋은 좌석으로 구매했고 부모님과 가는 여행은 예산을 넉넉히 할애했다.

 

꼭 한 번 보고 싶었던 창작발레 <심청>은 두고두고 행복한 기억으로 남았다.


물건을 소유함으로써 느끼는 만족감보다 다양한 문화 경험을 통한 행복감이 훨씬 큰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소유 소비란 소비의 결과물로 물건이 생기는 소비를 의미하고,
경험 소비란 경험과 추억이 생기는 소비를 일컫는다.



경험이 주는 자산이 더 오랜 행복감을 준다는 개념은 책 『 굿 라이프  』를 통해 배웠다. 소비는 크게 소유물을 사는 소비와 경험을 사는 소비로 나눌 수 있다. 소유 소비란 소비의 결과물로 물건이 생기는 소비를 의미하고, 경험 소비란 경험과 추억이 생기는 소비를 일컫는다. 소유물이면서 경험을 사는 교집합 소비가 존재하지만 일반적으로 큰 틀은 두 가지로 꼽는다.


그동안 소유 소비 경험을 되짚어본다. 그토록 가지고 싶었던 브랜드의 옷, 액세서리, 예쁜 소품 등이 대표적이다. 살 때는 참 행복했는데 시간이 흐르자 시들해진 물건이 종종 생겼다. 한때의 욕망일 뿐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비워낼 물건 우선순위에 늘 오른 것을 보고 씁쓸하고 허망했다. 물건에 행복을 부여할수록 금방 질리고 새 물건을 바라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대부분의 물건은 쓸수록 가치를 잃어가기 때문이다.


반면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저녁을 먹으며 나눴던 기억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 떠올릴 때마다 흐뭇한 감정을 느낀다. 저마다 꼽는 최고의 여행 또한 마찬가지다. 기억이 희미해질지언정 퇴색하지 않는다.

Photo by Antenna on Unsplash

경험은 우리의 정체성을 구축한다. 우리의 소유물이 부와 취미, 기호를 알려주는 단서가 될 수 있지만 우리 내면의 심층까지는 알려주지 못한다고 한다.


경험은 우리의 의식과 철학과 가치를 구성한다. 진정한 행복이란 진정한 자기(authentic self)를 만나는 경험이며, 진정한 자기와의 조우는 경험을 통해 이루어진다... 행복한 사람은 자신의 소유 리스트를 늘리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 이력서(experiential CV)를 빼곡하게 채워나가는 사람이다.  

_『 굿 라이프  』중



에리히 프롬의 명저 『 소유냐 존재냐 』 또한 소유와 경험의 대비를 잘 보여준다. 그는 현대 소비자는 나=내가 가진 것=내가 소비하는 것이라는 등식에서 자신의 실체를 확인하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50여 년 전 그의 생각이 여전히 유효한 것은 물론, 그 정도가 점점 심화되었으리라.

사는 아파트, 걸친 브랜드, 소유한 차에 따라 자신의 격이 높아진다고 주입하는 광고가 만연한 세상이다. 이미 광고 카피대로 의식화되었는지도 모른다. 소유 소비와 경험 소비. 두 가치를 비교하는 비슷한 맥락의 문장이 이어진다.


소유는 사용에 따라서 감소하는 반면, 존재는 실천을 통해서 증대한다.
이성의 힘, 사랑의 힘, 예술적 및 지적 창조력 등- 이 모든 본질적 힘은
그것을 사용함으로써 불어난다.
베푸는 것은 상실되지 않으며, 반대로 붙잡고 있는 것은 잃기 마련이다.
존재적 실존 양식에서 나의 안정에 대한 유일한 위협은 나 자신의 내부에 있다.  

_『 소유냐 존재냐 』중



강렬하게 다가왔다. 그동안 내 존재의 힘을 키워왔던가? 본질적 물음에 도달하게 만든다. 위 문장을 가까이하며 앞으로의 삶의 방향성을 진지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존재를 풍요롭게 물들이기 위해 경험 소비에 매진해야겠다고 다짐한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한 달의 지출 순위는 식비, 의류비 순이었다. 미니멀 쇼핑에 도전한 지 1년 반이 지나자 책 구입비가 옷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매년 책값이 엇비슷하지만 옷 구입 비용을 반씩 줄였더니 역전해버렸다. 지금은 책을 포함한 각종 문화생활비가 식비 다음을 차지한다.

예전의 나는 물건이 주는 기쁨이 오래가지 않는다는 것을 간혹 느꼈지만 외면해왔다. 명확하게 규정하지 못했다. 이제는 체득의 시간을 통해 분명하게 의식한다. 영혼의 자존감을 키워주는 삶의 방식과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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