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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터 휘서 Sep 02. 2020

안 사도 명품 매장 들러야 하는 이유

패션부터 공간까지 디자인 안목을 키우다


패션 디자인을 전공하고 여러 매거진의 에디터로 일해왔다. 소위 명품이라 부르는 하이엔드 브랜드부터 자라, h&m으로 대표되는 SPA 브랜드에 이르기까지 천 여개가 넘는 브랜드를 접하며 확연히 알게 된 사실이 있다.


바로 물건을 보는 안목은 저렴한 제품에서 한 단계씩 올려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가장 좋은 물건의 디자인과 만듦새에 익숙해지면 자연스레 기준이 세워진다. 어떤 제품을 보더라도 물건의 수준을 단계별로 판단할 수 있다. 고급 브랜드의 소재, 디자인, 색감 등을 자주 접하다 보면 브랜드별 해당 제품의 수준을 매길 수 있다.


구매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가끔이라도 들러서 구경하면 쇼핑 능력이 올라간다. 살 것도 아닌데 괜히 눈만 높아지는 것 아니냐고? 물론, 눈이 높아진다. 대신 그 높아진 눈을 똑똑하게 소비에 이용하면 그만이다. 잘 만든 제품을 눈으로 익혀놓으면 어떤 브랜드를 가도 내 예산 안에서 더 괜찮은 물건을 고르게 된다. 비슷한 가격의 물건이 여러 개라면 조금 더 고급스러운 소재, 태가 나는 실루엣, 트렌디한 컬러 등을 주저 없이 선택할 수 있다.


 최상급 캐시미어 코트로 널리 알려진 막스마라 MaxMara. 고급 캐시미어의 소재감과 다양한 색감을 판단할 때 들르곤 한다.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가 1년에 두 번, 대대적인 컬렉션을 여는 까닭은 각 브랜드의 정체성뿐 아니라 세계 트렌드를 이끌기 위함이다. 컬렉션이 발표되면 6개월의 트렌드가 자연스레 정해지고 각국의 브랜드는 이 컬렉션들을 참고해 주류반영하고 각자의 개성을 더한다. 패션, 인테리어 같은 우리 생활에 밀접한 제품들은 대체로 상위 문화가 하위로 퍼져나가는 공식을 따른다.


가장 좋은 물건의 디자인과 만듦새에 익숙해지면
어떤 제품을 보더라도 물건의 수준을 단계별로 판단할 수 있다.

명품 매장을 들르는 것은 한 시즌의 정수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패션에 관심이 없고 아무 옷이나 걸쳐도 상관없는 이라면 굳이 방문할 필요가 없겠지만 옷을 잘 입고 싶은 분이라면 매장에 들러서 전체적인 제품의 구성과 분위기를 파악해보자. 스윽 보다가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을 실물로 보기도 하고 보고 싶은 제품이 있으면 꺼내 달라고 말하는 것에 익숙해지자. 직접 만져보고 눈으로 확인하면 더욱 생생히 각인된다.

 

명품 브랜드의 디자인과 분위기를 엇비슷하게 느낄 수 있는 제품은 백화점에 입점한 내셔널 브랜드뿐 아니라 SPA 브랜드, 인터넷 쇼핑몰 등 도처에 널렸다. 좋은 디자인은 다채롭게 변주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중의 취향을 반영해 발 빠르게 대처한 결과이기도 하다.


볼륨감 있는 소재가 특징인 보테가 베네타의 백(좌), 셔링 디테일로 비슷한 분위기를 전하는 자라의 백(우). @BOTTEGA VENETA, @ZARA.


샤넬의 퀼팅 기법과 체인 장식을 연상케 하는 백, 버버리의 트렌치코트, 끌로에의 큰 고리 손잡이를 모티브로 한 디자인, 구찌의 화려한 동물 프린트 등 클래식 아이템부터 시즌 인기 아이템에 이르기까지 유심히 살펴보면 꽤나 유사한 디자인을 곳곳에서 포착할 수 있다. 고가의 명품을 척척 살 수는 없지만 트렌디한 스타일링을 위해 참고는  수 있는 것이다. 오리지널 디자인을 알아두면 대놓고 카피한 제품을 분별하 판단력덤으로 생긴다.


좋은 자재와 마감, 소품 및 컬러 배치 등을 접하면
내 공간을 꾸밀 때도 훌륭한 참고 자료가 된다.

패션뿐 아니라 다른 분야의 눈도 트인다. 각 브랜드별 공간 디자인을 살피며 인테리어 감각을 올릴 수 있는 것. 최상급 전문가를 거친 만큼 가구 디자인, 벽지 및 카펫, 조명과 소품의 조합 또한 수준이 높은 것은 당연지사. 브랜드의 정체성뿐 아니라 격을 보여주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공간 디자인의 트렌드 또한 곳곳에 포진해 있다. 최근 몇 년 간 북유럽 디자인 열풍이 불면서 '집 꾸미기'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많은 이들이 인테리어가 예쁜 공간, 뛰어난 감각으로 자신만의 공간을 멋지게 장식한 집을 선망한다. 인테리어 잡지, 인스타그램 등을 참고하는 이가 많은데 명품 매장 또한 훌륭한 참고자료가 될 수 있으니 눈여겨보자. 좋은 자재와 마감, 소품 및 컬러 배치 등을 접하면 내 공간을 꾸밀 때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2016년에 방문했던 마카오 셀린느 CELINE 매장. 대형 식물을 공간의 포인트로 활용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현재까지도 인기를 끄는 공간 스타일링 중 하나로 꼽힌다.
FABIANA FILIPPI 매장 모습. 이탈리아 브랜드이지만 조명, 의자 등 소품으로 인해 북유럽 감성을 전한다. 컬러와 공간 구획을 눈여겨보았던 매장.


옷이든 소품이든 마찬가지이다. 나에게 어울리고 잘 활용할 수 있는 제품을 선택하려면 취향을 정확히 파악하고 안목을 높여가야 한다. 매년 사고 나서 후회하는 제품이 많다면 '보는 눈'을 점검하고 업그레이드할 기회라 생각하자.


보석업으로 부를 축적한 유대인에 관한 유명한 일화가 있다. 자식에게 다이아몬드 감별 기술을 교육시킬 때 최상의 것만 보여준단다. 가장 좋은 물건에 익숙해지면 나머지 등급절로 가늠하게 되어서다. 이 이야기는 앞선 예와 마찬가지로 어느 분야나 통용되는 법칙일 것이다. 물건을 잘 사고 안목을 키워가고 싶을 때 최상의 세계를 탐방하자. 한 번 길러진 안목은 절대 퇴보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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