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미용실을 만나는 건 취향이 맞는 애인을 구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헤어스타일은 생각보다 사람의 이미지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특히 돈 들여 헤어커트나 펌을 했는데, 마음에 들지 않을 때의 찝찝하고 짜증나는 마음은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봤을 것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마음에 드는 헤어디자이너를 만나는 일을 행운이라고 말한다.
단골집이 생겼어도 디자이너가 퇴사하거나 내가 이사를 하게 되면 또 다시 번뇌가 시작된다. 나의 경우엔 먼 거리 이동을 마다하고 다니던 미용실에 다녔지만, 머리가 지저분해져 당장 커트든 뭐든 하고 싶은데 시간이 없을 땐 난감해진다. 강북에 사는데 강남에 있는 헤어숍까지 오가는 일이 때론 귀찮기 때문이다.
40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흰머리가 생기기 시작했다. 강경화 전 외교부장관의 흰머리가 멋지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염색을 하지 않는 중년들이 늘어나긴 했지만, 강경화 장관처럼 멋진 흰머리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지난 하다.
보통의 흰머리는 두피와 가까운 뿌리 쪽이나 잔머리에서 시작된다. 한 번에 하얘지면 오히려 나을 텐데, 이게 들쭉날쭉 지저분하다. 그 과정을 못 견디는 나 같은 사람은 미용실에 몇 달에 한 번씩 들러 염색을 한다. 아무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는데, 나 혼자서 삐죽삐죽 나온 흰머리가 지저분해 견딜 수가 없는 거다. 어쨌든 염색은 선택이지만 늘어나는 흰머리는 중년 이후 고민거리 가운데 하나이다.
중년여성들의 획일화된 펌도 참 난감하다. 나는 한 번도 소위 뽀글이펌을 해본 적이 없다. 여름에 긴 머리 말리기가 힘들어 디지털펌이나 굵은 웨이브 스타일을 한 적은 있다. 머리를 감고 대충 말린 후 헤어젤이나 에센스를 발라주면 손질이 쉽기 때문이다.
버스를 타고 뒷좌석에 앉아보면 신기하게도 엄마세대 아주머니들의 머리는 그 길이에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 거의 비슷하다. 나이가 들어 긴 생머리를 하면 대놓고 ‘주책 맞다’고 말하는 어르신을 본 적도 있다. 왜 그럴까? 헤어스타일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선택일 텐데, 왜 중년 이후의 여성은 뽀글뽀글 펌 아니면 숏컷으로 굳어진 걸까? 혹자는 머리숱이 빠져서 풍성해 보이기 위해 펌을 한다는 주장인데, 어떻게 모두가 같은 선택을 할 수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나이가 들어서 젊은 것을 추구하면 ‘추하다’, ‘주책맞다’, '나이값 못한다'는 말이 따라붙는 사회 분위기가 원인인 것 같다. 헤어스타일마저도 나이가 들면 남들에게 욕먹지 않게 흉보이지 않게 염색도 부지런히, 휑한 머릿속이 보이지 않도록 펌을 해야 한다니......적잖이 슬프다.
선택권이 많은 사회가 좋은 사회다. 중년 이후 여성의 헤어스타일이 뽀글뽀글 펌과 숏컷으로 굳어지는 한 중년 이후 여성들의 자유로움 또한 멀어진다. 이런 중년도 있고, 저런 중년도 있는 게 더 나은 사회다. 긴 생머리의 할머니, 녹색 염색머리의 중년이 이상해 보이거나 추하다고 뒤에서 욕을 먹는다면, 젊은 당신도 나이 들어 똑같은 얽매임에 갇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