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할 땐 한강

바다가 보고 싶은 날

by 오명화

아침부터 바다가 보고 싶었다. 1호선을 타고 인천으로 가서 월미도를 갈까도 생각했지만, 예전에 갔던 기억을 떠올릴 때 번잡했던 것 같아 이내 포기했다. ktx를 타고 속초나 부산을 당일치기로 다녀오기엔 시간이 애매하여 여의나루역으로 향했다.

역을 빠져나와 한강변으로 가면서 나를 반겨준 건 장미꽃터널. 그래, 5월은 장미지. 이른 시간인데도 연인들은 장미꽃터널에서 서로를 찍어주느라 분주했다. 연애세포가 잠든지 너무 오래되었다. 유부녀가 된다는 건 남편 외의 다른 이와 사랑에 빠져선 안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결혼한지 오래된 중년여자들이 '나도 연애하고 싶다'고 말하는 것은 바람을 피우고 싶다는 게 아니라 연애세포가 넘치던 말랑말랑한 감정을 느끼던 때가 그립다는 뜻일 것이다.


어제 종일 비가 내린 후 개인 아침 하늘은 그야말로 다양한 표정을 보여준다. 멀리 서울N타워도 보이고, 시시각각 변하는 구름과 흔들리는 물살을 보며 걷고 있자니, 바다가 아니어도 위안을 준다. 이곳에 와서도 이런 앵글로 사진을 찍는 걸 보면, 어디서 혼자 있든 엄마라는 역할에서 자유롭진 못한 것 같다.


우울한 기분이 든다는 건 뭔가가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상황을 바꾸고 싶은데 잘 안될 때, 내가 어쩌지 못한다는 걸 알면서도 기분이 착잡해지는 상태. 그럴 때 나는 물, 구체적으로 바다가 보고 싶어진다. 서울에 한강이 있다는 건 얼마나 다행인지. 오늘은 바람까지 불어 강물이 파도처럼 철썩철썩 부딪친다.

한강변 벤치에 한참을 앉아있다가 63빌딩 쪽으로 걷기로 했다. 벚꽃축제 때 화사한 꽃을 피웠던 벚나무는 이제 풍족한 그늘을 드리우고 있었다. 햇살과 그늘이 만들어내는 아침 풍경이 눈이 부시다. 슬렁슬렁 혼자 걷다보니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그래, 이런 여유가 필요한 거였어."

대개의 우울은 일, 육아, 수많은 역할, 스트레스로 부터 한발자국 떨어져 마음의 여유를 갖지 못해 찾아온 거였다. 햇살을 받으며 살짝 땀이 날 정도까지 걷고 나니, 그래 뭐 별거냐....싶은 수용이 차오르는 것이다. 그래서 결론은? 우울할 땐 한강~!